이 이름은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연구한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휴고 데 브리스(Hugo De Vries)가 처음으로 만든 것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 어간 atavi(4대 조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하나의 제유(提喩)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 말은 단순히 4대째의 조상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조상들을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 격세유전이라는 개념은 매우 귀중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개념 덕분에 하마터면 우리들의 직접적인 부모가 우리를 마치 판에 박은 듯이 찍어서 만들어놓을 우려가 있는 유전적인 덩어리가 엄청난―그러나 무한하다고는 할 수 없는―수의 작은 조각들로 분쇄되기 때문이다.
격세유전에 의해 유전은 더 이상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마치 토목 공사장의 인부들이 줄을 서서 손에서 손으로 전달 운반하는 벽돌장처럼―옮겨지는 덩어리가 아니라,우리들 각자가 개인적인 성좌를 구성하기 위해 골라 가지는 먼지처럼 많은 별들과도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가로로 난 줄무늬 때문에 새끼 돼지는 아비 돼지와 어미 돼지를 우습게 여긴다.
그는 자신이 어쩌면 옛날 천 년 전 갈리아 숲 속에서 살았을 멧돼지와 더 가깝다고 확신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그는 나름대로 자유를 구가한다.
격세유전은 영양생식의 반대다.
어떤 식림가(植林家)들은 나무의 씨앗을 심는 것보다는 꺾꽂이에 의존하는 것이 더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에서 가지를 떼어내어 땅에 묻으면 뿌리가 내리면서 그 자체가 나무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은 같은 나무일까,아니면 다른 나무일까?
그것은 나이로 보면 다른 나무다.
그 나무는 더 어려서 그에게 생명을 준 나무가 늙어 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같은 나무다.
그래서 거기에는 심각한 위험이 생긴다.
순전히 꺾꽂이로만 이루어진 숲이 있다면 그 숲은 아주 부자연스러운 유전적 단조로움을 지니게 되어 질병,기생식물,퇴화,기상이변 등 외부적 공격에 대하여 극도의 취약성을 드러내게 되기 때문이다.
공격에 대한 생명의 가장 훌륭한 방어는 그 생명이 구현된 개체들의 무한한 다양성이다.
유럽 삼림의 유전적 빈약함은,특히 독일 같은 곳에서 개탄해 마지 않는 저 치유할 길 없는 쇠약증세의 경우에 있어서,필경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식물의 꺾꽂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 조작에 의한 동물 복제다.
이 같은 방식에 의한 인간 복제가 내일 당장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남자는 사내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고 여자는 여자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게 되어 그 아이들은 그들의 정확한 복사판이 될 것이다. (중략)
복제인간들의 사회는 꺾꽂이로 이루어진 삼림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에서 극도로 허약한 사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개인이 전염병,혹은 그를 마약 중독이나 자살로 몰아넣는 어떤 정신적 위기로 인해 쓰러진다면 그 피해자는 오직 그 개인뿐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그 개인의 복제에 불과한 집단이라면 한 번의 치명적 타격으로 모든 인간이 다 제거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인류는 오늘날까지 온갖 질병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나게 다양한 사회집단 속에, 치명적인 세균들에 저항력을 가진 충분한 수의 개인들이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다.
-미셸 투르니에,김화영 옮김,'예찬'에서
D 다음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Stepan과 Robertson이 이슬람 문화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정리한 자료 중 일부이다.
<표 1>은 47개 이슬람권 나라(이 중 아랍권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16개국,비아랍권은 말레이시아 등 31개국)를 대상으로 삼아 민주화가 양호한 나라의 비율을 계산한 것이고,<표 2>는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비이슬람권까지 포함시키되,전체적으로는 소득수준이 1인당 GDP 1500달러 미만인 나라(이슬람권 16개국,비이슬람권 22개국)로 분석 대상을 한정시켜 각 그룹별로 민주화가 양호한 나라의 비율을 구한 것이다. (자료 ; Journal of Democracy,2003)
E 사나운 야수를 끊임없이 만난다는 위험과 공포에 쭉 직면하고 있는 이 20일간을 마치면 산간에 다수의 작은 촌락이 산재하는 지방에 이른다.
이 고장에는 다음과 같은 결혼 풍습이 있다.
여기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처녀를 아내로 맞지 않는다.
다수의 남자와 관계한 일이 없는 여자는 가치가 없다.
사내를 한 사람도 모르는 여자는 신들의 혐기(嫌忌)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사내들은 이러한 여자를 기피한다.
바꿔 말하면 만약 여자가 모든 우상에게서 사랑을 받을 정도라면 사내들은 이 여자를 쫓아가서라도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고 간주한다.
이것이 이 고장 주민이 갖는 결혼에 대한 풍습이다.
외지에서 찾아온 낯모르는 사람들이 이 고장에서 천막을 치고 숙박할라치면 거리에서나 마을에서나 나이 지긋한 노부인이 저마다 자기 딸을 데리고 20명에서 40명이나 되는 집단을 이루어 천막을 찾아와서 자기 딸들을 이들 타관 사람에게 권한다.
나그네들은 이 처녀들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있고 함께 잘 수도 있다.
타향사람들은 처녀를 텐트에 유숙시켜 마음 가는대로 언제까지나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여자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야영 장소는 늘 같아야만 한다.
나그네가 처녀들과 즐긴 뒤 그 고장을 출발하려 하면 자기와 같이 잔 처녀에게 보석이나 그 밖의 기념품을 주는 것이 의무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이 처녀들이 나중에 결혼할 단계에 이르러 전에 애인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처녀들은 이러한 수단으로 이 기념품을 20개 이상은 손에 넣어야 한다.
그녀들은 이 기념품을 손에 넣으면 곧 이것을 목 둘레에 드리워 자기에게는 수많은 애인이 있어 많은 남자 들이 그녀와 같이 잤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나타낸다.
기념품을 가장 많이 입수한 여자,즉 가장 많은 애인을 갖고 가장 많은 사내들과 잔 일이 있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처녀는 누구보다도 존중되며,그 고장 남자는 이런 처녀라면 당장에라도 결혼하며,그녀야말로 여러 신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여자라고 선전한다.
이들 처녀가 만약 나그네의 아이를 잉태하였을 때에는 그녀를 아내로 삼은 사내가 자기 자식들과 함께 같은 대우로 양육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은 아내를 엄중히 감시한다.
남의 아내에 손대는 것은 발칙한 행위라고 믿어지고 있어 누구나 조심해서 이것을 피한다.
-마르코 폴로,‘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서
F 태국의 고산족 중에서 카렌족과 이수족,타이야이족을 만났는데,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태국 북부 지방에 살고 있는 고산족의 대부분이 태국 원주민이 아니라 라오스나 미얀마,중국 등지에서 피난 온 난민이라는 데 있다.
이들이 고국을 버리고 태국으로 넘어와 사는 이유는 정치적으로부터 경제적 이유까지 다양하다.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을 태국이 받아들여 일정한 거주지를 주고 그곳에서 살게 하고 있는데,이들은 제한된 지역에서 살 수는 있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어 자기가 사는 마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들은 태국 정부의 관광정책에 의존하여 그 부족의 여인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관광객에게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카렌족 중에는 여성들의 목이 긴 부족이 있다.
이 부족의 여인들은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방영된 적이 있다.
이 부족의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목에 금빛으로 된 굴렁쇠를 감고 산다.
해가 가면서 하나씩 개수를 늘려간다고 하는데,한 나이 많은 여자는 26개를 하고 있었다.
일정한 굵기의 굴렁쇠를 목에 감고 있으니,목이 가늘어지면서 길게 늘어났다.
얼마만큼 많은 개수를 하고,얼마만큼 목이 늘어났느냐가 미의 표준이라고 한다.
목은 길게 늘어날지 모르지만,일정한 굵기의 굴렁쇠로 목을 고정시키고 있으니,목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서 이들의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여인들 중에 그림엽서에 소개된 이를 만날 수 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렌족 여성들은 다섯 살이 되면 목에 굴렁쇠를 끼기 시작한다.
지금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다섯 살에 굴렁쇠를 꼈다고 하더라도 2년 후인 일곱 살이 되면 다시 한 번 의사를 물어 계속 낄지 안낄지 기회를 준다고 한다.
그 여인보고 왜 굴렁쇠를 하겠다고 선택했느냐고 물었더니,“어릴 때 머리를 장식하고 목에 번쩍거리는 금붙이가 멋있어 보여서”라고 대답했다.
목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익숙해져서 괜찮다. 오히려 편하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길들여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절감할 수 있었고,전율이 왔다.
익숙해져서 괜찮다? 그러나 이들은 목에 굴렁쇠가 없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에 대해서 경험한 바가 없으니,진정 무엇이 편한지 알 길이 없는 사람들이다.
막상 이 굴렁쇠를 끼고 있는 사람들은 그 폐해에 대해서 모르지만,이걸 끼도록 만든 사람들은 그 폐해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여인들 중에 바람피우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남편이나 가족이 목에서 굴렁쇠를 벗겨내는 벌을 주었기 때문이다.
굴렁쇠를 낀 여인들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받침대 역할을 하던 굴렁쇠를 벗기면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고통스럽게 지내야 하고 심지어 목이 부러져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