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경쟁 유발통해 교육의 질 크게 개선될 것"

반 "학교간 서열·등급 매기기 등 부작용 초래"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도부터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발표하면서 초·중·고교의 학교별 성적공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 쪽에서는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학교 별로 성적이 공개되면 학교 서열화는 피하기 어려우며,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는 고교 등급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평준화교육에서 교육경쟁체제로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이 바뀔 것임을 예고하는 학교별 성적공개 조치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은 조사 대상 55개국 중 29위를 차지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밑돌 뿐만 아니라 홍콩·일본 등에 비해서도 훨씬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학교성적 공개가 우리나라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가 과연 타당한지 살펴본다.

⊙ 반대 측, "학교 서열화와 고교등급제 등 심각한 문제점 유발할 것"

학교별 성적공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학교 서열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서울시교육청이 2010년부터 실시하겠다고 한 고교 선택제 확대정책과 맞물릴 경우 기존의 평준화정책은 무너지고 학교 등급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처럼 성적이 나쁜 학교에 예산지원을 줄이게 될 경우 주로 저소득 서민계층 거주지역의 학교들이 슬럼화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뿐만 아니라 각 학교가 평가시험에 매달리면서 학교 교육은 왜곡될 게 뻔하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평가 대상 다섯 과목 이외에 다른 교과목이 희생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온 창의적 사고력 학습이나 자기주도형 학습은 실종되고 사교육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교들이 창의력과 사고력 증진,인격 함양 등은 외면하고 오로지 성적 경쟁에만 골몰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찬성 측, "학교 간 경쟁유발 통해 교육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

이에 대해 찬성 측에서는 "이번 조치로 초·중·고교의 학교별 성적은 공개해선 안 된다는 금기가 깨졌다"며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교육 현장은 아직까지 성적에 따른 학교 격차와 지역 격차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만큼 학업성취도 평가등급을 최소화하고 공시 대상을 줄이면서 2010년까지 준비 기간을 둔 것 등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학교를 서열화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특히 서울의 경우 고교 선택권이 대폭 넓어지는 것과 맞물리는 만큼 학업능력의 상향 평준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교육당국은 성적이 나쁜 학교에 대해 학습시설 개선과 우수교원 확보 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에는 정보공개 범위나 대상이 제한돼 있어 학력정보 공개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성적불량 학교에 학습시설개선과 우수교원 배치 등 정책지원 확대해야

학교 대 학교,교사 대 교사의 경쟁은 공교육의 품질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본 전제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초·중·고교의 학업 성취도 공개 방침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각종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교육경쟁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처럼 획일적 교육을 바탕으로 한 시대착오적인 평둔화(平鈍化)정책으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교육 현장이 아직까지 성적에 따른 학교 격차와 지역 격차를 수용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만큼 정보공개 범위를 제한키로 한 것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학교 서열이 매겨지는 부작용을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성적을 비롯 학교폭력 현황,졸업생 진로 등도 공개돼 학교 간 우열을 따지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교선택제가 도입되는 서울의 경우 학력정보 공개는 학교선택에 결정적 지표가 될 게 뻔하다.

이제 과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고 학력정보 공개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교육 당국은 단순히 정보 공개에 머물지 말고 성적이 나쁜 학교에 대해선 학습시설 개선과 우수교원 배치 등 정책적 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성적이 향상된 학교에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학력을 비롯 학교별 정보공개의 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고교평준화 = 지역별로 고교 입학시험을 치른 다음 추첨을 통해 해당지역에 있는 일반계 고교에 학생들을 나누어 배정하는 제도.

암기식·주입식 입시위주 교육의 폐단을 개선하고 고교 간 학력격차를 줄이며 대도시에 일류 고교가 집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74년에 도입됐다.

◆ 고교선택제 = 서울의 중학교 3년생들이 서울 시내 전체 일반계 고교중 2곳(1차 희망)과 거주지 학군 내 고교 중 2곳(2차 희망)을 골라 지원한 후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받는 것으로 2010년부터 시행된다.

학군 프리미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학업성취도 공개 = 매년 10월 초6,중3,고1을 대상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해 '보통학력 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 등 3등급으로 나눠 해당 학생 비율을 공개하는 것으로 2010년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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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8월8일자 A11면

2010년부터 일선 초ㆍ중ㆍ고교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3개 등급으로 분류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또 오는 12월부터는 초·중·고교의 학교폭력 발생과 처리현황,급식현황,진학현황 등과 전문대학ㆍ대학의 취업률,장학금,연구실적 등이 공시된다.

이에 따라 교육성과와 졸업생의 진학ㆍ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각급 학교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각급 학교 교장은 매년 10월 초등 6학년,중3,고1을 대상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에 대해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평가 결과는 '우수학력(교육과정 80% 이상 이해)''보통학력(80% 미만~50% 이상)''기초학력(50% 미만~20% 이상)''기초학력 미달(20% 미만)' 등 모두 4등급으로 나뉘어 각 학생들에게 통지되지만 공시할 때는 우수와 보통학력을 합쳐 '보통학력 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 등 3등급으로 나눠 각 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의 비율만 공개하게 된다.

박종용 교과부 인재정책실장은 "평가 결과가 내신이나 입시 등에 반영되지 않는 만큼 사교육을 통해 일시적으로 점수를 올리기보다는 학생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정보 공개로 '학교 서열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웅/성선화 한국경제신문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