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영의 희망을 보여준 '마린보이' 박태환(19)의 금빛 질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략)

박태환은 은퇴한 수영스타 이안 소프(26·호주)가 200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세운 남자 자유형 400m 세계신기록에 1초78 차로 다가서며 세계 수영계를 놀래켰다. >

박태환 선수가 지난 10일 베이징 올림픽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의 한 대목이다.

박태환이 세계 수영계를 '놀래켰다'고?

이번엔 이 말을 '세계 수영계'를 주어로 써보자.

'세계 수영계는 박태환에게 놀랬다'라고 하는 사람이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이쯤 해서 사람에 따라 '놀랬다'가 잘못 쓴 말이란 것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 말을 '놀랐다'라고 적어야 한다고 생각할 터이다.

'뜻밖의 일을 당해 가슴이 설레다,갑자기 무서운 것을 보고 겁을 내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은 '놀라다'이다.

그러니 당연히 '세계 수영계는 박태환에게 놀랐다'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놀라다'를 무심코 '놀래다'로 많이 쓴다.

가령 "아이 깜짝이야. 놀랬잖아"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놀래다'는 '놀라다'의 사동형일 뿐이다.

이는 '남을 놀라게 하다'란 뜻의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의 쓰임새가 사뭇 낯설다는 것이다.

가령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그를 놀래자' '박태환이 세계 수영계를 놀랬다'처럼 쓴다.

이렇게 써야 '…그를 놀라게 하자' '…세계 수영계를 놀라게 했다'란 뜻으로 바로 쓴 것이다.

그럼 앞에 나온 '놀래켰다'는 무엇일까.

'놀래키다'는 아쉽지만 '놀래다'의 방언이다.

그러니 표준어를 써야 하는 '공식적인' 자리나 대화,글 등에서는 아직까지는 '놀래키다'란 말보다는 '놀래다'를 써야 한다.

다만 현실 언어에서 '놀래다'보다 '놀래키다'란 말의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볼 때 한시바삐 '놀래키다'가 '놀래다'를 대신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