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2월 자통법 앞두고 고객자산 관리부분 키우기
[Global Issue] 증권사들 너도나도 수수료 깎아주는 '속셈'있니?
지난 4월 하나대투증권의 은행연계 계좌 위탁수수료 인하에서 촉발된 증권업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주식을 사고팔 때 내는 수수료에서부터 펀드를 가입할 때 내는 수수료를 모두 깎아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시적이긴 하지만 아예 받지 않는 증권사도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자통법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식이나 채권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법률을 하나로 묶어 새롭게 만들어진 법안이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수수료 인하는 고객을 끌어들여 고객 자산관리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숨은 뜻이 있다.

또 상호 경쟁을 통해 '어디 한번 붙어보자'는 심산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은 증권사들의 대형화·통합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싸우고 싸우다 지치면 한쪽에서 다른 한쪽을 흡수 통합하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투자은행(IB)에 버금가는 대형 투자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번주는 증권사들의 수수료가 어떤 게 있는지, 또 이러한 수수료 경쟁이 증권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보자.

⊙ 증권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투자자는 주식을 사고팔면서 직접 거래소시장에 참가해 거래할 수 없다.

주식이나 채권 거래는 거래소 회원사인 증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선물은 선물회사를 이용해야 한다.

증권회사나 선물회사에 거래를 맡긴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위탁(매매)수수료라 부른다.

고객은 증권사 영업점 직원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ARS(자동응답시스템), PDA(개인휴대용단말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문을 낼 수 있다.

수수료도 주문 매체나 증권사별로 각각 다르다.

영업점 직원을 통해 내는 게 가장 비싸고 HTS나 ABS 등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은행에서 송금할 때 창구에서보다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이 저렴한 것과 같은 이치다.

증권사 위탁수수료는 홈페이지나 증권업협회,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펀드에도 수수료가 있다.

판매사가 갖는 판매수수료와 펀드 운용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운용수수료, 펀드 사무와 관련된 사무수탁수수료 등이 있다.

연간 통틀어 2% 정도 된다.

이 중 증권사들은 판매수수료를 챙긴다.

운용수수료는 자산운용사로, 사무수탁수수료는 사무수탁회사들이 가져간다.

⊙ 치열해지는 수수료 인하 경쟁

지난 4월 하나대투증권은 은행연계 계좌(은행에서 만든 증권계좌)에 대해 온라인 업계 최저 수수료율인 0.015%를 제시하며 증권업계 수수료 경쟁에 불을 댕겼다.

하나대투를 따라 한국투자 동양종금 키움 이트레이드 증권 등도 수수료 인하에 동참했다.

특히 동양종금증권은 지점에서 만든 계좌에 대해서도 업계 최저인 0.019%를 제시했다.

지난 6월에는 대우증권도 은행연계 계좌 서비스 '다이렉트 we'를 출시하면서 경쟁을 부채질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다이렉트 we'는 20~30대 젊은 층을 겨냥,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잠재적인 자산관리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은행연계 계좌 시장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윤성희 동양종금증권 이사는 "은행 연계뿐 아니라 지점개설 계좌까지 온라인 위탁거래 수수료를 내려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CMA(고객자산관리계좌) 시장점유율 1위 증권사로서 이를 통한 고객기반 확충이 펀드 판매 등 자산관리 분야 전체로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걸 실감한 데 따른 자신감으로 분석된다.

수수료 인하 경쟁은 펀드로도 이어졌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달 온라인펀드몰에 판매와 운용보수 등을 합쳐 총보수가 업계 최저 수준인 0.15%에 불과한 인덱스펀드상품을 출시했고,다른 증권사들도 이에 동참할 태세다.

수수료는 내리는 반면 금리는 앞다퉈 올리고 있다.

6월 말 최고 연 5.0%였던 CMA 금리는 한화 동양종금 현대 동부증권 등으로 금리 인상 행진이 이어지며 5.3%까지 치솟았다.

⊙ 증권사 통합·대형화 가속화될 듯

이러한 수수료 인하 촉발이 증권사의 투자은행 변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이 좋으면 수익이 급증하고 나쁘면 손가락만 빠는 '천수답 경영'에서 탈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위탁수수료 수입만으로는 점점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여타 수익원을 발굴할 것이라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거나(자산관리업)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주관하면서(투자은행업)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

또는 증권사 자신의 돈으로 좋은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자기자본투자·PI)해 수익을 내기도 한다.

그동안 등한시해 온 이들 사업 부문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는 꼭 육성해야 할 핵심 부문으로 부각된 것이다.

실제 미국은 1970년대 후반 수수료율 하락으로 위탁매매업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들은 이 시기부터 자신의 사업 영역을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업무 등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 메릴린치는 자산관리 부문 특화에 성공한 투자은행으로 손꼽힌다.

메릴린치는 1977년 증권계좌와 일반계좌,직불카드계좌를 통합관리하는 CMA를 개발해 자산관리 부문 특화에 큰 성공을 거뒀다.

자통법은 증권업계 내뿐 아니라 금융권역 간 경쟁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은 "금융기관 간 상품 장벽이 사라지면서 은행은 예금,보험사는 보험,증권은 주식중개(브로커리지) 등 각자 고유의 영역을 제외하곤 자산관리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며 "이제는 투자자들이 은행이냐 증권이냐가 아니라 우리은행 또는 삼성증권과 같이 특정 회사를 선택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