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선진국 전문가 불러와 기상예보 체질개선"

반 "외국인으로 바꾼다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외국인 기상예보관 영입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는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기상청 관계자나 기상전문가들은 외국인 예보관 영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지역고유의 기상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외국 전문가가 들어와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예보관보다는 예보모델 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순갑 기상청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남풍을 부른 제갈공명의 예를 들며 "지역예보관들이 예보를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밝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기상청은 대당 수백억원 짜리 세계 정상급 슈퍼컴퓨터 등 첨단장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기상예보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상청을 향해 틀린 예보만 하는 '오보청'이며,비가 내리면 중계하는 '중계청'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외국인 전문가를 애써 영입해 온다고 해서 우리의 기상예보 능력과 수준이 과연 높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외국인 기상예보관 영입이 타당한 지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기상예보 문제분석과 개선 위해 선진국 전문가 영입해야"

환경부 쪽에서는 "각종 기상관측 자료인 수치예보 모델과 예보관의 자질 등 소프트웨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기상예보 적중률을 높이려면 유능한 예보관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상청이 작성한 지난해 기상예보서비스의 만족도는 66점으로 낙제 수준이었으며, 기상청 예보관의 역량진단 결과 또한 78점(100점 만점)으로 'C플러스'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우리 기상예보에 무슨 문제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 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최고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관측데이터를 갖고 앞으로의 대기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예측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을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1991년 일본에서 들여와 쓰고있는 모델은 세계기상기구의 평가 결과 11개 중 10위에 머물 정도로 예보능력이 형편없다.

일각에서는 기상청이 독점하고 있는 예보업무를 민영화해 공개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 반대 측, "외국인 전문가 영입한다고 기상예보 능력 높아질 턱 없어"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현재의 대기과학 수준으로는 선진국에서도 일기를 정확히 예보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지형이 고르지 못한 우리나라의 여름철 호우를 제대로 알아맞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외국전문가를 영입한다고 해서 우리의 기상예보 능력이 높아 질리 만무하다고 꼬집는다.

게다가 해외에서 유능한 전문가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 기상청은 지난 5월 미국과 영국, 일본의 기상담당 기관과 학회에 한국에서 근무할 예보관 추천을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설령 우리나라에 오겠다는 전문가가 있다 하더라도 급여나 공무원 임용 문제 등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닌 게 현실이다.

따라서 외국인을 영입하기보다는 국내 우수인력을 기상분야로 적극 유치하고 기존 기상예보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이며, 서로 다른 예보들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민영화도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우수한 토종 기상예보관을 대거 양성 확보하는 일이 최대 과제

기상 예측기술의 한계로 인해 국지성 강우를 정확히 예보하기 어렵다는 기상청의 하소연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2004년에 대당 5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를 새로 들여왔는데도 '악(惡)기상 특보' 정확도는 2001~2003년 79.4%에서 2004~2006년에는 72.1%로 뒷걸음질 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우리 민간 기상정보업체들이 기상청 정보보다 외국의 기상정보에 눈을 돌리고 있을까.

물론 일본에서 들여온 수치예보모델에도 그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예보관의 자질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슈퍼컴이 엄청난 기상자료와 정보를 쏟아낸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분석할 전문가가 없다면 별 소용이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기상분야로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그 나마 애써 확보한 예보관들도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고 보면 외국인 예보관을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토종 예보관을 대거로 양성 확보하는 일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기상분야로의 고급두뇌 유치를 지원하고 예보관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일본모델은 예보능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예보모델을 바꾸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기상분야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기상청이 갖고 있는 날씨예보 독점권을 없애고 경쟁체제로 바꿀 필요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슈퍼컴퓨터(super computer) = 많은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로 기상예보, 회로설계,암호문 처리,유전자 분석 등에 사용된다.

1970년대 처음으로 개발됐으며 최근에는 다수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고성능 기종이 선보이고 있다.

2004년 기상청이 도입한 2호기는 1초에 18조번 이상의 연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치예보모델 = 관측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의 대기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예측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기상관측자료를 집어넣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지를 예측하는 분석틀이다.

1991년 일본에서 들여온 기존 모델은 첨단 관측자료와 우리의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영국모델 도입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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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7월22일 보도기사>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22일 기상청의 잇단 '오보 사태'와 관련해 해외의 기상예보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기상청 예보의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운영하느냐는 것"이라며 "기상예보가 우리보다 앞선 미국과 영국,일본 등 3국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그는 "현재 3개국 전문가 중 일본에서는 오지 않겠다는 답변이 왔고 미국과 영국에선 아직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국민 생활이 다원화된 시대인 만큼 기상 서비스도 공급자 위주의 논리에서 벗어나 시장 수요에 맞춰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면 인적자원 운용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영입하든지,다른 국가와 협력하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사견임을 전제로 "기상 서비스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