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표현의 자유 억압하고 인터넷 재갈물리기"

찬 "돈벌이 위해 사회적 책임 외면해선 안돼"

댓글 등에 따른 명예훼손 피해자로부터 정보삭제 요청을 받은 뒤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를 취하지 않는 포털 사업자를 처벌하고, 사이버 모욕제 신설을 검토하는 등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정부의 처벌 강화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쪽에서는 그동안 권한만 누리며 책임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터넷 포털에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의 역기능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에 만연된 비방성 댓글을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털에 대한 정부의 규제 정책이 포털사업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명예훼손 등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불법성 여부를 포털업체에 판단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이러한 내용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빚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인터넷은 쌍방향 의사소통과 표현의 자유 확대 등 순기능이 많은 만큼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익명성을 악용해 띄우는 악성 루머나 음해성 악플 등의 부작용 또한 작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욱이 인터넷은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데 반해 법과 제도는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비뚤어진 인터넷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단속과 통제를 해서는 안 되며, 표현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하느냐는 게 논란의 초점이다.

⊙ 반대 측,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인터넷 재갈 물리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명예훼손 글을 삭제하지 않은 포털을 처벌하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인터넷 여론을 다잡아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농후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명제를 하루 접속 건수 10만건 이상인 사이트로 확대할 경우 대부분의 인터넷사이트가 그 대상이 된다며 인터넷이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하려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제약하는 어떤 규제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털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 인해 포털은 게시글의 명예훼손 여부가 법적 판단을 받기 이전이라도 피해자가 요구하면 이를 삭제할 수밖에 없어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제약될 게 너무도 뻔하다고 꼬집는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인터넷상의 모욕죄를 가중 처벌하겠다는 것으로,군사정권 시절의 처벌 만능주의 유산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통제 강화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인 만큼 정부는 인터넷통제 종합대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찬성 측, "포털사이트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책무 다해야"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정보화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정보화의 역기능"이라며 "모두가 안심하고 정보화사회의 편리성을 누리기 위해서도 비뚤어진 인터넷 관행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또 그동안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해킹이나 보이스 피싱 같은 폐해를 낳은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저장하는 행위를 금지키로 한 것은 올바른 조치라고 환영한다.

특히 "포털들은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임시조치를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대형 포털사이트의 댓글 실명확인과 악플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악성·불법 스팸메일의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인터넷 포털들도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한정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는 없으며 사회적 영향력만큼의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포털도 불법정보 유통방지와 인터넷 이용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보화에 앞섰다고 자랑해왔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정보보호나 보안,그리고 인터넷 이용질서 등의 측면에서는 허술하거나 후진적이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인터넷상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그리고 최근 들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유해정보의 확산 등 이른바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인해 국민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보화 자체가 커다란 위협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유해정보 유포 등을 막기 위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은 불가결한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

진정한 IT(정보기술)강국이 되려면 인터넷 이용질서를 바로잡는 등 신뢰성부터 제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정보화 사회의 편리성을 누리기 위해 사이버 모독죄 신설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포털 또한 그동안 불법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하고 앞으로 인터넷 이용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이 없는 일상생활은 이제 상상할 수조차 없다.

건전한 인터넷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사이버 모욕죄 =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특정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등의 행위가 위험 수위에 이르는 등 불법과 무질서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하는 법률이 있는데도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네티즌의 입과 귀를 막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이스 피싱(voice pishing) =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금융사기단을 말한다.

전화를 통해 불법적으로 빼낸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기를 치는 신종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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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7월23일자 A4면

내년부터 가입자가 10만명이 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실명을 확인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 수 없고,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하다 문제가 되면 기존 형법보다 두 배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된다.

또 인터넷 사업자들은 전자상거래 등 법에서 정한 사례 외에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식별번호를 수집하는 행위를 제한받는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 중기 종합계획'과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동시에 내놓았다.

행안부는 올 하반기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내년부터 인터넷 업체들의 개인 식별번호 수집 등을 제한하고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때는 주민번호 대신 전자서명,아이핀(I-PIN),휴대폰 인증 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방통위도 연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를 가입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이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포털·인터넷 언론 중심에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로 대상을 확대,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에서 댓글을 달 수 없게 된다.

김태훈/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