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과 '선거 전'의 차이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선거전에 풀린 돈이 얼마일까?"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선거 전에 풀린 돈이 얼마일까?"

두 문장의 차이는 딱 한 군데,'선거전'과 '선거 전'이다.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 당선을 위해 벌이는 경쟁'을 뜻하는 '선거전(選擧戰)'은 한 단어(합성어)이므로 항상 붙여 쓴다.

하지만 '선거 전'은 전혀 다른 말이다.

두 개의 단어로 된 이 말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거 전(前)'으로 인식된다.

'전(前)'은 품사로는 명사다.

'그 사람을 전에 한번 본 적이 있다'에서처럼 단독으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와 어울릴 때 '선거전(選擧戰)'과는 달리 합성어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니 두 단어로 된 '선거 전(前)'은 반드시 띄어 써야 하는 말이다.

띄어쓰기의 기본원칙은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前)'이나 '후(後)'를 비롯해 '때,탓,덕'과 같은 단음절어는 윗말에 붙여 쓰기 십상이다.

이들은 모두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특히 이런 단음절어가 꾸밈을 받는 꼴이 아닌,명사 뒤에 연결되는 구성에서는 왕왕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을 놓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령 '현기증이 날 때에는'과 같이 잘 띄어 쓰다가도,'선거때만 되면' '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다' 따위에서는 심리적 또는 시각적으로 붙여 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존명사인 '등(等) 겸(兼) 중(中) 대(對) 내(內) 외(外) 말(末) 초(初)' 등과 부사인 '및'도 마찬가지로 윗말과 띄어서 쓴다.

특히 이들 의존명사는 단독으로 쓰이지 못하고 항상 앞에 어떤 단어가 온 뒤에 연결되기 때문에 자칫 한 단어처럼 붙여 쓰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띄어 쓰는 것은 아니다.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합성어를 이루는 경우인데,'상중(喪中),우중(雨中),깊은 산중(山中)에…' 같은 게 그 예이다.

이런 말과 '지금 회의 중이다'와 같이 띄어 쓰는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대'의 경우는 '몇 대 몇' 또는 '한국 대 미국'같이 쓸 때는 띄어 쓰지만 '대미,대일,대국민' 따위에서는 접두사처럼 쓰이는 말로 봐서 붙여 쓴다.

'초'의 경우는 '연초,주초' 따위는 한 단어가 된 말이므로 붙여 쓴다.

그러나 '학기 초,내년 초,20세기 초' 이런 말까지 한 단어가 된 것은 아니므로 띄어 쓴다.

'후'의 경우도 '전후(前後)'나 '전후(戰後)' 같은 말은 합성어이므로 붙여 쓰지만 '전쟁 후,강연 후'처럼 대부분의 경우 띄어 쓰면 십중팔구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