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복숭아뼈'는 어디?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몸 이름 바로알기 ①
오는 25~26일 그곳에 가면 복숭아 축제를 볼 수 있다.

그곳은 1970년대 중반까지 나주 배,대구 사과와 함께 전국 3대 명물 과일의 산지로 손꼽혔다.

지금은 도시화로 인해 복숭아 과수원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 명성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곳은 바로 부천이다.

부천의 옛 이름은 '소사'인데 그보다는 오히려 '복사골'이란 말로 더 유명하다.

복사골은 복숭아가 줄어진 '복사'와 마을을 뜻하는 '골'이 어우러진 말이다.

부천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복사골예술제가 개최된다.

'복사'는 어원적으로 복숭아의 옛 형태인 '복셩화'에서 '복숑와→복쇼아→복사'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복사꽃'은 당연히 '복숭아꽃'의 준말이다.

한자어로는 '도화(桃花)'다.

현대 국어에서 '복사'는 '복숭아'에 밀려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복사골이나 복사꽃같이 합성어 형태로 많이 쓰인다.

이 말이 또 하나 근사한 합성어를 이룬 게 '복사뼈'이다.

'발목 부근에 안팎으로 둥글게 나온 뼈'를 가리키는 이 말 역시 원래는 '복숭아뼈'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복사뼈보다는 복숭아뼈를 더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말에서의 대접은 오히려 그 반대다.

'복숭아뼈'는 '복사뼈의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복사뼈'가 이미 의학용어로 널리 쓰여 복숭아뼈를 버리고 복사뼈만을 표준어로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우리 몸에서 '복숭아뼈'란 곳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안상순 금성출판사 사전팀장은 "복사는 복숭아의 준말인데도,기이하게 '복숭아뼈'는 그동안 규범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더구나 '복사'는 자립적인 말로는 거의 쓰이지 못하고 합성어로나 겨우 쓰이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복사뼈'보다 '복숭아뼈'를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복숭아뼈'도 한시바삐 복수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몸의 특정 부위를 나타내는 말 중에 '횡경막'은 아예 틀린 표기를 맞는 것으로 알기 십상인 경우이다.

'횡경막의 수축과 이완 작용.' 생물시간에 호흡에 관해 배울 때 많이 나오는 이 단어의 바른 표기는 '횡격막(橫膈膜)'이다.

'횡경막'은 아마도 한자 의식이 흐려진 데다 '횡격막'의 발음이 [횡경막]으로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심코 쓰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횡격막'은 우리 고유어로 하면 '가로막'이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전적 풀이는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막'이다.

고깃집에 가면 차림표 중에 '갈매기살'이란 게 있는데 이 '갈매기살'의 어원도 실은 여기에 있다.

돼지의 가슴과 배를 가로막고 있는 막에 붙어있는 살이 바로 '가로막살'이다.

이 부위는 분량은 적지만 기름기가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을 내 예전부터 귀한 육질로 쳤다.

이 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접미사 '이'가 붙어 '가로마기살'로 바뀌고 다시 '이'모음역행동화에 의해 '가로매기살'이 됐다가 글자가 축약돼 '갈매기살'로 굳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니 갈매기살은 바다의 갈매기와는 전혀 상관 없는,돼지고기의 일종인 것이다.

'팔의 위아래 마디가 붙은 관절의 바깥쪽'을 나타내는 말은 '팔꿈치'일까 '팔굽'일까.

둘 다 맞을 것 같지만 사전에서는 '팔굽'은 '팔꿈치'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선 '팔굽'으로 쓴다는 점이 특이하다.

'뒤꿈치○'와 '뒷굽×,발굽×'의 관계도 비슷하다.

'발의 뒤쪽 발바닥과 발목 사이의 불룩한 부분'은 '뒤꿈치'라고 한다.

'발꿈치'도 같은 말이며 '발뒤축'도 비슷하게 쓰인다.

그러나 이를 '뒷굽' 또는 '발굽'이라 하지는 않는다.

'발굽' 또는 '굽'은 '초식 동물의 발끝에 있는 크고 단단한 발톱'을 이르는데,이는 다른 말이므로 구별해야 한다.

'말발굽'과 같이 쓰인다.

'굽'은 또 '구두 밑바닥의 뒤축에 붙어 있는 부분'을 뜻하기도 한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다'와 같이 쓸 때의 '굽'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런 의미로 쓰인 '뒷굽'(가령 '뒷굽을 갈았다')에서 '뒷'은 불필요한 군더더기란 점이 드러난다.

'굽' 자체가 의미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