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문장을 '大>中>小'로 푼다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편안한 글을 찾아서 ②
구한말 3대 문장가 중의 한 명인 이건창은 '좋은 글'의 요건으로 '소리가 울려 아름다운 리듬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것은 글을 읽을 때 자연스러운 울림과 함께 리듬을 타는 듯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 글은 그 '울림'과 '리듬'에서 실패해 난삽한 문장이 됐다.

# 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 빌 토머스는 문제가 돼 온 수출 면세정책을 대다수 기업들의 법인세를 32%까지 낮추는 것을 포함하는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면서 추가적인 감세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을 번역한 기사문의 일부다.

여러 가지 정보가 한 문장 안에 뭉뚱그려 담겨 있어 읽기에 숨찬 구조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문장의 골격은 '토머스(주체)가 추가적인 감세를 주장했다(서술부)'는 것이다.

그 사이에 '수출 면세정책이 그동안 문제시돼 왔다는 것',이를 '기업 감세정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 '감세 정책에는 법인세를 32%까지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것',또 그런 것들을 '토머스가 제안했다'는 것 등의 부가 정보가 들어 있다.

처음에 주체가 나오고 그 뒤로 부가적인 정보들이 나열된 뒤 마지막에 가서야 그런 내용들을 토머스가 '주장'했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국어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주어-목적어-서술어 순으로 돼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정보를 넣기 위해선 관형어와 부사어를 사용해 뼈대가 되는 각 성분들 앞에 나열하는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도치법을 사용하든가,정보(팩트) 하나를 한 문장으로 해 여러 문장으로 끊어 써야 한다.

'편안한 글'의 요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고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부가 정보들을 잔뜩 넣어 한 문장으로 만들다 보면 당연히 문장 전체가 늘어지고 뜻도 모호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비해 다음 영어 원문을 보자.

# House Ways and Means Committee Chairman Bill Thomas added his powerful voice to the latest call for more tax cuts,proposing to replace a problematic export credit with a number of cuts for businesses,including a reduction of the corporate income tax to 32% for most companies.

똑같이 한 문장으로 돼 있지만 이 문장은 리듬을 타고 있다.

'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 빌 토머스'까지는 같다.

그 다음에 오는,진술의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문장을 직역해 보면,

# 토머스가 (무엇을) 강하게 주장했는데,그것은 추가적인 감세 정책이다.

그 주장은 (무언가를) 제안하면서 했는데,그것은 그동안 문제돼 온 수출 면세정책을 기업 감세정책으로 대체한다는 거다.

그런데 그 정책에는 법인세를 32%까지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메시지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구조다.

주(主)를 먼저 보여주고 이어 부가적 정보를 크기에 따라 나열하는 방식이다.

문장이 길지만 의미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도형으로 치면 역삼각형꼴이다.

또 국어문에 비해 쉼표의 사용이 눈에 띈다.

이는 문장 구조가 의미적으로 '대(大)>중(中)>소(小)' 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국어의 구조는 반대로 돼 있다. 즉 '소<중<대' 식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문장을 끝까지 읽어야 비로소 의미 파악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국어 문장에서 여러 개의 정보를 한 문장에 담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문장을 여러 개로 나누는 수밖에 없다.

# 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 빌 토머스는 추가적인 감세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문제가 돼 온 수출 면세정책을 기업 감세정책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그 제안에는 대다수 기업의 법인세를 32%까지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