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듯이 쓰되 어법에 맞게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편안한 글을 찾아서 ①
"훌륭한 글을 지으려면 먼저 뜻을 얽고,말을 다듬고,말과 뜻이 서로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

글은 소리가 울려 아름다운 리듬이 있어야 한다.

또 많이 짓는 것은 많이 고치는 것만 못하고 많이 고치는 것은 많이 지워버리는 것만 못하다."

(<조선의 마지막 문장> 글항아리)

창강 김택영,매천 황현과 함께 구한말의 3대 문장가로 꼽히던 이건창(1852~1898)이 전하는 문장론이다.

그는 글을 많이 읽고 끊임없이 스스로 글을 지어보는 게 글쓰기 향상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특히 좋은 글을 위해선 짓기도 많이 해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이 고치고 많이 버리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나 지금이나 글쓰기에 왕도는 없는 것 같다.

있다면 오로지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것이다.

처음엔 대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그럴 땐 남의 글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때 남의 글을 읽되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면서 읽는 게 요령이다.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 하고 바꿔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의 오류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이 체계적으로 몸에 익으면 그게 곧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된다.

이건창이 말한 '말 다듬기'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의 기준으로 말하면 바로 '어법에 맞는 말'을 찾는 과정일 것이다.

어법에 맞는 말이란 곧 우리말다운 표현을 가리킨다.

우리말답다는 것은 '자연스러움'의 정도로 판별할 수 있다.

이때 '말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없으니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은 '말하듯이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글쓰기는 말하기와 달라 일정한 형식 요건을 필요로 한다.

결국 좋은 문장의 요체는 말하듯이 쓰되 문법적 틀을 얼마나 갖추느냐 하는 데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23일 1억 원을 지원해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와 공동으로 '공부방 어린이 예술 교육 지원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로 저소득 계층 아동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거래소는 오는 11월 말까지 서울과 부산 지역 총 10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20회에 걸친 예술교육 강좌를 열고 박물관이나 전시회 등 견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 글은 뜻은 얽었는데 '말 다듬기'에 실패해서 여기저기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자연스러움'이란 기준에서 볼 때 걸리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첫 문장의 골격만 추리면 'A는 B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이다.

이때 'B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다.

누구든지 이를 말로 한다면 'B와 함께' '사업을 벌인다/펼친다' 정도로 할 것이다.

굳이 딱딱한 한자어를 쓸 이유가 없는 곳인데 평소에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무심코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셋째 문장에도 똑같은 오류가 보인다.

'~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그냥 '마련한다'라고 하면 훨씬 글이 편해진다.

이런 것은 어휘 차원의 말 다듬기이다.

이에 비해 둘째 문장은 문장 차원의 말 다듬기를 소홀히 했다.

얼핏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글에 리듬을 잃어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다.

우선 주어 '이 사업'이 이끄는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라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이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와 '이 사업은 …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란 두 문장이 합쳐진 것으로 보면 된다.

이를 묶으면 '이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벌이는 것으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식으로 각각의 서술어를 살려 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장은 흐름이 처지므로 좋지 않다.

이럴 땐 하나를 관형어구로 처리하는 게 요령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 사업은 …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라고 하면 표현이 좀더 간결해진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