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측은 유권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방안을 찾느라 고심했다.

그때 나온 이 유명한 정치구호는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먹혀들어가 아이젠하워에게 승리를 안겨다 줬다.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뇌송송 구멍탁'의 위력
# 2008년 6월 한국에선 인터넷 포털의 한 카페에서 시작된 '촛불'의 날갯짓이 폭풍이 돼 두 달 가까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그 와중에 새로운 말 하나가 등장했는데,바로 '뇌송송 구멍탁'이다.

이 말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폭발적으로 번져나갔다.

두 말의 공통점은 평범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짤막한 단어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수사학적으로도 돋보인다.

'I like Ike'는 비슷한 음절의 반복을 이용한 전형적인 유음중첩법의 경우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한 네티즌이 올렸다는 '뇌송송 구멍탁'은 2005년 개봉한 임창정 주연의 코믹영화 '파송송 계란탁'이란 제목에 기대어 광우병의 공포를 절묘하게 희화화했다.

반면에 아이크의 구호와 다른 점은 이 말이 사람들에게 호감과 매력을 주기보다는 혐오감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비록 겉으로 취하고 있는 형식에서는 재미있는 패러디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의미에서는 광우병의 결과를 끔찍한 형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뇌송송 구멍탁'은 의미적으로도 매끄러운 구성은 아니다.

우선 '송송'은 '연한 물건을 조금 잘게 빨리 써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다.

영화 제목 '파송송…'에 쓰인 것과 같다.

'송송'은 또 '작은 구멍이나 자국이 많이 나 있는 모양'('뇌송송'이 성립하는 것은 이 의미에서이다)을 가리키기도 하고 '살갗에 아주 작은 땀방울이나 소름,털 따위가 많이 돋아난 모양'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뇌송송'에 쓰인 '송송'과 '파송송'에 쓰인 '송송'은 다르다.

'구멍탁'의 경우는 의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간의 결합이다.

'탁'은 역시 부사로,'갑자기 세게 치거나 부딪히거나 차거나 넘어지는 소리/조여 있던 것이나 긴장 따위가 갑자기 풀리거나 끊어지는 소리/막힌 것이 없이 시원스러운 모양/갑자기 몹시 막히는 모양' 등의 뜻으로 쓰인다.

'좋은 생각이 난 듯 무릎을 탁 쳤다/맥이 탁 풀리다/탁 트인 벌판/숨이 탁 막히는 순간' 등이 그 용례인데,어느 것이나 '구멍'과 어울려 쓰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

'구멍'은 '탁'보다는 '뻥'과 가깝지만 그런 사정까지 다 고려하다 보면 패러디로 성공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인터넷 오픈사전에서는 '뇌송송 구멍탁'을 '(1)광우병에 걸린 환자의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있는 상태를 빗대어 표현한 말,(2)개념을 상실한 사람의 뇌 수준을 풍자할 때 쓰는 말'로 재미있게 풀고 있다.

의미적으로야 어떻든 어떤 말이 일단 수사학적 포장 과정을 거치면 그 말은 스스로 의미를 얻어 어휘화한다.

'뇌송송 구멍탁'은 아직 완전히 어휘화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 단계에서도 '뇌송송 구멍탁'의 선동적 기능은 매우 강력해 이미 '미국산 수입 쇠고기→미친 소'란 도식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말은 존재하는 것 자체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게 하고,그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뇌송송 구멍탁'이 연유한 '광우병' 소동에서 과학적 논쟁을 좀체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뇌송송 구멍탁'은 과학을 잠재운 이데올로기 언어의 사례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