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는 코끼리의 '어금니'가 아니라 '엄니'

'출생:1986년 3월. 이후 올해 4월까지 번 돈 약 6000억원.' 사람 얘기가 아니다.

올해로 시판된 지 만 22년을 맞은 롯데제과의 '월드콘' 명세서이다.

이 제품은 몇 가지 기록을 갖고 있는데 한 신문은 며칠 전 '월드콘은 시판 2년 만인 1988년,그 전까지 1위를 차지하던 부라보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콘 시장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우리의 관심은 여기 쓰인 단어 '아성'에 있다.

'아성을 쌓다,아성이 무너지다'처럼 쓰이는 이 말은 '아주 중요한 근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자로는 '牙城'인데,'어금니 아,재 성'이다.

그런데 왜 하필 '어금니'일까.

'아성'은 원래 대장군이 거처하던 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옛날 중국에서는 주장(主將)이 머무르는 곳에 위엄을 상징하는 깃발을 세웠는데,그 깃대 끝에는 정교하게 장식한 상아(象牙)를 꽂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깃발을 아기(牙旗)라 하고,아기가 나부끼는 성은 자연히 아성이 된 것이다.

그런 아성이니 당연히 어떤 세력이나 단체,조직의 중심부를 뜻하는 말로 확대됐다.

여기서 '아성'이란 말을 탄생케 한 '상아'를 사람들은 코끼리의 어금니로 많이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코끼리의 입 밖으로 뿔처럼 길게 뻗어 있는 '상아'는 코끼리의 엄니이다.

그러면 '엄니'는 무엇일까.

'엄니'란 '크고 날카롭게 발달한 포유동물의 이'를 말하는데,송곳니나 앞니가 발달해 생긴 것이다.

사전에서는 호랑이나 사자 멧돼지 따위의 엄니는 송곳니가,코끼리의 엄니는 앞니가 발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상아를 코끼리의 어금니가 발달해 생긴 것으로 잘못 알게 된 배경에는 물론 '어금니 아'자를 쓴 한자가 원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안쪽 깊숙이 있는 어금니가 바깥으로 삐죽 나온다는 것은 사뭇 이치에 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