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휘안점 유천포창 객출부전 흉내고민 태자독성 담즙울체 어린선….'
고사성어 같기도 하고 무슨 암호 같기도 한 이 난해한 말들은 엄연히 우리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고,일부 사람만 알아보는 전문 용어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자주 그것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다른 말을 살펴보면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염좌,열창,건선,소양증,난청,농양,동통,이명,현기,발한,토혈….'
이쯤 되면 비로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나라 안 관심이 온통 촛불 시위에 쏠려 있던 지난달 말 일부 신문 지면 한 쪽에는 알쏭달쏭한 제목의 기사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계안,고창,담마진… 무슨 뜻인지 아세요.'
시중 약국에서 유통 중인 일반 의약품의 포장 용기와 설명서에서 찾아 낸, 뜻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자 용어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이미 2002년 '일반의약품 표시기재 가이드라인'을 통해 어려운 한자어로 된 의약품 설명을 쉽게 풀어 쓰라고 권고한 적이 있는데,이번에 한국소비자원이 그 실태를 밝힌 것이다.
식약청은 당시 바꿔 쓸 용어 241개를 선정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고 실제로는 여전히 '가역적(되돌릴 수 있는)' '개선(일명 옴)' '객담(가래)' 같은 알쏭달쏭한 말들이 사용된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일상생활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이런 어려운 한자 용어는 사실 조금만 신경 쓰면 쉽고 익숙한 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우선 '염좌나 열창,소양증'은 그 중 비교적 낯익은 말이다.
이들을 대체하는 말은 각각 삠,찢긴 상처,가려움증이다.
'객담'은 '가래'를 말하는 것이고 '경면'이란 의식을 잃어 가는,수면에 가까운 상태를 뜻하는데 '졸음'이라 할 수 있다.
'계안'이란 낯선 단어는 우리가 잘 아는 '티눈'이다.
'고창'은 장 안에 가스가 차서 배가 붓는 병으로, '고창증'이라 하면 곧 복부 팽만감을 말한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담마진'은 '두드러기'를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동계'나 '심계항진' 같은 것은 심장의 박동이 빨라짐을 말하는데,두근거림이라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맥립종'이라 하면 무슨 큰 질병같이 느껴지지만 실은 누구나 앓아 본 적이 있는 다래끼이다.
'농양'도 '고름집'으로 순화된 말이다.
'화농'은 얼핏 불에 데어 고름이 생긴 것을 말하는 듯하지만 '化膿',즉 외상을 입은 피부나 각종 장기에 고름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곪음'이라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건선'도 알 듯 말 듯하지만 '마른비늘증'을 이르는 말이다.
'현훈'이라 하면 여간해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어지러움'이라 하면 누구나 안다.
'개선'도 아리송한 단어인데,바로 '옴'을 가리킨다.
'섬망'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바로 '헛소리'를 말한다.
이런 것들은 그나마 <표준 국어대사전> 등에 올라 있어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섬휘안점 유천포창 객출부전 흉내고민…' 등 더 낯선 수많은 용어들은 아예 대사전에도 없고 식약청의 가이드 라인에서조차 다루지 않은 것들이다.
의약품의 난해한 한자어 설명이 제조사가 의도한 것이었든,무의식적 결과였든 간에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음이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인 설명이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읽는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창한 한자어,무겁고 현학적인 표현 등은 곧바로 글쓰기의 실패를 가져온다.
물론 한자어와 쉽게 풀어 쓴 말은 기능이 서로 달라 글의 종류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 써야 한다.
다만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굳이 어렵고 딱딱한 한자어를 쓰기보다 쉽게 풀어 쓰는 게 자연스러운 글쓰기의 요령이다.
가령 '해후하다,회동하다'라는 말은 '만나다'를 쓰면 충분할 것이고,'대치하다'나 '무마하다' 같은 말은 '맞서다''달래다'라고 쓰면 글이 훨씬 편해진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고사성어 같기도 하고 무슨 암호 같기도 한 이 난해한 말들은 엄연히 우리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고,일부 사람만 알아보는 전문 용어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자주 그것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다른 말을 살펴보면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염좌,열창,건선,소양증,난청,농양,동통,이명,현기,발한,토혈….'
이쯤 되면 비로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나라 안 관심이 온통 촛불 시위에 쏠려 있던 지난달 말 일부 신문 지면 한 쪽에는 알쏭달쏭한 제목의 기사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계안,고창,담마진… 무슨 뜻인지 아세요.'
시중 약국에서 유통 중인 일반 의약품의 포장 용기와 설명서에서 찾아 낸, 뜻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자 용어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이미 2002년 '일반의약품 표시기재 가이드라인'을 통해 어려운 한자어로 된 의약품 설명을 쉽게 풀어 쓰라고 권고한 적이 있는데,이번에 한국소비자원이 그 실태를 밝힌 것이다.
식약청은 당시 바꿔 쓸 용어 241개를 선정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고 실제로는 여전히 '가역적(되돌릴 수 있는)' '개선(일명 옴)' '객담(가래)' 같은 알쏭달쏭한 말들이 사용된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일상생활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이런 어려운 한자 용어는 사실 조금만 신경 쓰면 쉽고 익숙한 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우선 '염좌나 열창,소양증'은 그 중 비교적 낯익은 말이다.
이들을 대체하는 말은 각각 삠,찢긴 상처,가려움증이다.
'객담'은 '가래'를 말하는 것이고 '경면'이란 의식을 잃어 가는,수면에 가까운 상태를 뜻하는데 '졸음'이라 할 수 있다.
'계안'이란 낯선 단어는 우리가 잘 아는 '티눈'이다.
'고창'은 장 안에 가스가 차서 배가 붓는 병으로, '고창증'이라 하면 곧 복부 팽만감을 말한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담마진'은 '두드러기'를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동계'나 '심계항진' 같은 것은 심장의 박동이 빨라짐을 말하는데,두근거림이라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맥립종'이라 하면 무슨 큰 질병같이 느껴지지만 실은 누구나 앓아 본 적이 있는 다래끼이다.
'농양'도 '고름집'으로 순화된 말이다.
'화농'은 얼핏 불에 데어 고름이 생긴 것을 말하는 듯하지만 '化膿',즉 외상을 입은 피부나 각종 장기에 고름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곪음'이라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건선'도 알 듯 말 듯하지만 '마른비늘증'을 이르는 말이다.
'현훈'이라 하면 여간해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어지러움'이라 하면 누구나 안다.
'개선'도 아리송한 단어인데,바로 '옴'을 가리킨다.
'섬망'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바로 '헛소리'를 말한다.
이런 것들은 그나마 <표준 국어대사전> 등에 올라 있어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섬휘안점 유천포창 객출부전 흉내고민…' 등 더 낯선 수많은 용어들은 아예 대사전에도 없고 식약청의 가이드 라인에서조차 다루지 않은 것들이다.
의약품의 난해한 한자어 설명이 제조사가 의도한 것이었든,무의식적 결과였든 간에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음이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인 설명이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읽는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창한 한자어,무겁고 현학적인 표현 등은 곧바로 글쓰기의 실패를 가져온다.
물론 한자어와 쉽게 풀어 쓴 말은 기능이 서로 달라 글의 종류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 써야 한다.
다만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굳이 어렵고 딱딱한 한자어를 쓰기보다 쉽게 풀어 쓰는 게 자연스러운 글쓰기의 요령이다.
가령 '해후하다,회동하다'라는 말은 '만나다'를 쓰면 충분할 것이고,'대치하다'나 '무마하다' 같은 말은 '맞서다''달래다'라고 쓰면 글이 훨씬 편해진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