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제 설명

이 논제의 주제는 '인간은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것이다.

흔히 학문적 용어로 '본성과 양육'이라고 불리는 주제에 해당한다.

근래 들어 대입 논술에서 자연과학 분야와 관련한 주제가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진화론과 관련한 과학적,인문학적 논쟁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 논제도 그러한 것들과 유사한 유형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특징은 이른바 '강남 엄마 현상'이라는 시사적 소재와 결부시켜 본성과 양육의 문제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시사적인 동시에 학생들이 몸소 겪고 느끼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담없으며 재미있기도 한 문제일 것이다.

'강남 엄마'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교육열을 비꼬는 의미가 담긴 용어다.

교육열을 긍정적인 용어로 표현할 땐 '맹모삼천지교'라 하는데 '강남 엄마'와 '맹모삼천지교'는 풍기는 뉘앙스는 매우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 본성에 대한 입장은 동일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은 교육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교육열을 '강남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가 '맹모삼천지교'라고 불러야 하는가가 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이 문제에서 묻고 있는 것은 교육을 통해 인간의 능력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과연 객관적인가 하는 것이다.

양육론의 입장에선 이 믿음은 객관적인 것이다.

반면에 '본성론'에선 지나친 교육열은 객관성에 바탕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한정적인 능력이나 개별적인 특성이 주어지기 때문에 교육으로 그 한계를 극복거나 특성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제의 제시문들은 매우 짧고 단편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제시문에 담긴 정보가 많지 않음으로 인해 답안을 쓰는 데에 더 많은 창의력이나 배경지식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

사실 본성과 양육이라는 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철학과 과학 교육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돼 온 주제이며 아직도 결론을 보지 못한 주제이기도 하다.

2. 논제 설명

[논제1]

논제1은 제시문에 대한 개념적 이해분석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은 네 가지 제시문을 두 부류로 정확히 분류해야 하며 두 가지 입장이 각각 어떤 원리를 담고 있는지 개념적으로 명확히 정의해주어야 한다.

제시문의 평이성으로 인해 (가),(나),(다),(라)를 두 가지로 분류하는 작업은 학생들에게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네 가지 모두 매우 짧고 명료한 글들이기 때문이다.

(가)는 행동주의 학습이론에 대한 설명이며 인간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인간 본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인간이 사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인간을 결정한다는 '사회결정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반명 제시문 (나)는 일란성 쌍둥이의 예화로 같은 유전적 특성을 지닌 인간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 때도 같은 성향을 발휘함을 예시하고 있다.

환경결정론이 아닌 유전자 결정론에 관한 글인 것이다.

그리고 제시문 (다)는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금 은 동 성분의 비유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사 농 공 상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논제1번은 2번 문제를 풀기 위한 예비과정이므로 1번에서 분류와 개념적 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은 2번에 대한 답안은 빗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논제2]

논제2번은 하나의 쟁점에 대해 한쪽을 비판하고 다른 쪽을 옹호하라고 한다.

논리적 비판력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문제이다.

학생들은 '강남 엄마'에 대해 비판과 옹호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좋으며,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논제는 '제시문 등'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는데 제시문을 활용해서 논하되 제시문 외의 논거를 이용해도 무방함을 의미한다.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이라면 어떤 소재라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1200자의 분량이므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다양하고 입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시문에서 각각의 입장에 대한 단편적인 예화 또는 결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어 그 주장의 배경이 되는 근거나 원리는 학생 스스로 탐구해 보아야 하므로 밀도 있는 답안을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강남엄마에 대한 시사적 이슈에는 여러 가지 논쟁거리가 있을 수 있다.

지나친 사교육비라는든가 빈부 격차로 인한 교육의 불평등 또는 학벌주의 등등 많은 얘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들은 본성과 양육이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교육을 통해 과연 인간의 능력이 결정되는가의 질문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중심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제에선 반드시 강남 엄마에 대해 논하되, 반드시 본성과 양육이라는 개념적 틀 속에서 논해야 한다.

교육이 인간을 만드는지 인간의 타고난 특성에 의해 인간의 능력이 결정되는지에 대해 자신의 주장과 논거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입장 중 하나를 지지한다고 해서 흑백 논리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능력 중 타고나는 부분과 교육에 의해 길러지는 부분이 따로 있으며 각각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3. 예시 답안

[논제1]

인간의 특성이나 능력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대해 (가)~(라)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담고 있다.

(가),(라)는 인간의 특성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강화된 행동의 결과물이라는 양육론을 지지하고 (나),(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 특성이 결정된다는 본성론을 옹호한다.

(가)는 인간은 연속,누적,반복,점진적 학습에 의해 (라)는 물리적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의 특성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는 대부분 비슷한 성격과 행동을 보인다는 (나)의 연구 결과는 인간은 특성은 타고난다는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다)의 금 은 동 비유는 인간의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임을 강하게 함축하고 있다.

[논제2]

'강남 엄마' 드라마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과장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강남 엄마 외에도 많은 학부모가 교육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녀의 성적을 올리거나 혹은 모범적 아동으로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제시문들이 다투고 있는 본성과 양육 두 주장 가운데 후자의 견해를 추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일변도적 주장은 지능이나 개인적 특성 등 많은 부분들이 어느 정도 태생적이라는 본성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아동을 최고의 교육 환경 속에 투입하면 결과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드라마 속 강남 엄마들의 조건반사론적 사고는 인간의 유전학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제시문 (나)의 쌍둥이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개개인의 기본적 특성의 상당부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제시문 (나)에 따르면 수리해결 능력,언어인지 능력,예술적 표현 능력 등 지능적 측면만 살펴보더라도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우수적 형질은 다르다.

더불어 외향성,친화성 등의 성격 기준 역시 유전적 결과에 따라 갈리며 사형제도,종교 등의 쟁점 기준 등에 대해서도 개인 본능에 따라 관심도가 결정된다.

따라서 강남 엄마들과 같이 단순히 정보와 경제력에 의존한 학습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유전적 요소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능력 계발에 불일치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 엄마식 교육은 학생들이 원하는 학습방법을 알아채지 못한 채 의욕만 상실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심지어는 일탈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극단적으로 혈통적 본성만을 중요시해 제시문 (다)와 같은 우생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학습방법을 고안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경 속에 노출된 맹목적 교육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강남 엄마들의 일관된 행위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최근 제시문 (나)와 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는 제시문 (다)와 같이 계급에 따른 합당한 인재 양성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선천적 특성이 환경적 요인들과 어울려 완전한 인격체로 발전해나간다는 쪽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강남'이라는 지역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의 우수 능력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은희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