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왕년엔 한가닥 했지"

"면 한가닥으로 일인분 만드는 중국 국수."

예전에 '○○○투데이'란 한 TV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먹거리를 소개하면서 자막에 쓴 말이다.

"야,노래라면 나도 한가닥 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흔히 해 봤음 직한 말이다.

모두 '한가닥'이란 말이 쓰였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한 말이 아니다.

'한가닥'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말이 '한가락'이다.

'가락'은 몇 가지로 달리 쓰이는데,우선 '가늘고 길게 빠진,토막난 물건의 낱개'를 가리킨다.

손가락,발가락,엿가락,가락국수 따위에 쓰인 '가락'이 그것이다.

'엿 한 가락' '잔칫집에서 국수 한 가락 얻어먹지 못 하고 돌아왔다'처럼 쓰인다.

이에 비해 '가닥'은 '한군데서 갈려 나온 낱낱의 줄기'를 말한다.

'머리를 두 가닥으로 땋다. 창을 열자 수많은 가닥의 햇살이 쏟아졌다' 식으로 쓰인다.

그러니 가령 기계로 면발을 뽑을 때 면발이 세 갈래로 나온다면 '세 가닥으로 나온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나온 면발 낱낱을 가리킬 때는 '가락'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서도 '면 한가닥'이 아니라 '면 한 가락'이다.

또 이때의 '한'은 관형사 이므로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가락'은 그 외에도 '일을 해 나가는 솜씨나 능률 또는 기분'을 뜻하기도 하고,'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의 '가락'은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한'이란 말과 결합해 새로운 단어를 이룬 '한가락'으로 많이 쓰인다.

'한가락'은 '어떤 방면에서 썩 훌륭한 재주나 솜씨'를 가리키며,'노래나 소리의 한 곡조'를 뜻하기도 한다.

관용어로 '한가락 뽑다'라고 하면 '노래나 소리 또는 춤,재주,솜씨 따위를 한바탕 멋들어지게 해 보이다'라는 뜻이다.

'한가락 하다'는 '어떤 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거나 이름을 날리다'란 뜻으로 쓰인다.

그러니 친구가 무언가를 잘 할 때는 "이야,너도 제법 한가닥 하네"라고 하지 말고 "너도 제법 한가락 하네"라고 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무심코 "그 친구는 노는 쪽에서 한가닥 하지"라고 말하기 십상이지만 이를 "…한가락 하지"라고 해야 바르다.

"내가 그 바닥에선 한주먹 했지."

"노래라면 한노래 합니다."

"으음… 사실 미모 하면 내가 한미모 하죠."

요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말들도 쓰이지만 이는 정상적인 단어는 아니다.

관형사인 '한'이 뒷말과 단단히 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든 '한가락' '한몫' '한가위' '한가운데' 같은 말에 이끌려 일시적으로 만들어 쓰는 것일 뿐이다.

이런 방식의 조어는 상황에 따라 '한+○○' 식으로 끝없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단어로 사전에 올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