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철쭉 서식지는 없다

<개나리,벚꽃,진달래,목련,철쭉….

봄을 알리는 전령들이다.

요즘은 철쭉이 한창이라 행락객들의 발길을 설레게 한다.

특히 전북 무주 구천동이나 전남 장흥 제암산,충북 단양 소백산 일대가 철쭉 집단 서식지로 이름 나 매년 5월이면 철쭉제가 열린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사람에 따라 이미 잘못 쓰인 부분을 알아챘을 수 있고 또는 무심코 넘긴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음 글은 어떨까.

<강원도 정선의 한 깊은 산 속,메마른 숲 속 낮은 바닥으로 짙푸른 풀잎들이 한 무더기씩 자라 있습니다.

멸종 위기 식물인 한계령풀입니다.

군락지 면적이 1만2000㎡,기존의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군락지와 면적은 비슷하지만 서식지 환경은 다릅니다.>

얼마 전 멸종 위기 식물인 한계령풀을 강원도 산 속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 방송사의 뉴스 대목이다.

여기서도 잘 나가는 듯하더니 끝에 가서 삐끗했다.

바로 '서식'이 문제의 단어다.

'서식(棲息)'은 '동물이 깃들여 삶'이다.

'서(棲)'자는 '집이나 보금자리'를 뜻하고 '식(息)'은 '번식하다,살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서식지'는 당연히 '동물이 깃들여 사는 곳'이다.

최근 보도된 또 다른 글에서는 이 '서식'을 제대로 썼다.

<충북 충주시에서 멸종 위기의 황금 박쥐(천연기념물 452호) 집단 서식지가 세 번째로 발견됐다.

환경보호 국민운동 충주시지회는 최근 충주시 앙성면의 한 폐금광 동굴에서 황금 박쥐 10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처럼 '서식'이란 말은 동물에 한해서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태백산 주목 서식지'니 '야생화 서식지'니 하는 표현은 죄다 틀린 말이다.

식물의 경우 대개는 하나의 개체만 있는 게 아니라 집단으로 자라고 있을 터이므로 이런 때는 '군락지'란 말이 적합하다.

'군락(群落)'이란 사전적으로 '같은 생육 조건에서 떼를 지어 자라는 식물 집단'을 가리킨다.

('군락'은 이 외에도 '같은 지역에 모여 생활하는 많은 부락'을 뜻하기도 한다) '서식하다'란 동사에 대응하는 표현으로는 그냥 '자라다,살고 있다'란 말을 쓰는 게 자연스럽다.

굳이 한자어로 하자면 '자생하다,생장하다'란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