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붇다'와 '적금을 붓다'

정부 정책집행의 잘잘못을 따지는 국정감사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국정감사가 열리는 날이면 당연히 해당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각종 자료를 준비해 놓고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 대비한다.

몇 해 전 한국공항공단 감사장.

공단 이사장은 의원들의 감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었다.

한 의원이 질문을 던졌다.

"이사장,공항 국내선 출구 전광판에 '먼저 인사하는 공항가족,미소 짖는 고객'이란 문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아십니까" 이사장이 알 리가 있을 턱이 없다.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도대체 '개가 짖는다'와 '미소짓는다'도 구별하지 못 합니까."

머릿속에 업무 관련 사항만 맴돌고 있던 이사장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일격을 당한 셈이다.

개가 목청껏 소리를 내거나 까치 따위가 지저귀는 것을 '짖다'라고 한다.

이에 비해 한숨이나 미소,표정 등은 '짓다'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형태가 비슷하면서도 의미는 전혀 다른 말들이 꽤 많다.

"이번 홍수로 강물이 많이 불었다."

"적금을 3년 동안 부었다."

각각 서술동사의 기본형은 '붇다'와 '붓다'이다.

'붇다'를 어미 변화시켜보면 '붇고,붇지,붇게,불어,불으니,불어서'로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ㄷ이 불규칙하게 변하므로 ㄷ불규칙 동사라 한다.

이 말은 '물기를 흡수해 부피가 커지다'(물에 불은 손. 국수가 불어 맛이 없다) 또는 '(분량이나 수효가)많아지다'(체중이 붇다. 재산이 붇다. 식구가 둘이나 불었다. 홍수로 강물이 붇다/불었다)란 뜻으로 쓰인다.

'붓다'란 말은 '붓고,붓지,붓게,부어,부으니,부어서'로 변한다.

ㅅ이 불규칙하게 바뀌므로 ㅅ불규칙 동사라 한다.

이 말이 쓰이는 데는 '다리가 붓는 병.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붓다.

부은 얼굴로…' 따위이다.

'왜 잔뜩 부어 있느냐?'처럼 말할 때도 '붓다'를 쓴다.

또 '솥에 물을 붓다.

은행에 매달 적금을 붓다/부어나가다'라고 할 때도 쓴다.

두 단어가 모두 불규칙하게 변하지만 공통적으로 규칙적인 것도 있다.

자음 어미가 올 때는 어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모음어미가 올 때는 각각 어간에 변화를 일으키는데,'붇다'는 어간이 '불-'로 바뀌고,'붓다'는 '부-'로 바뀐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