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아온 바이오연료가 논쟁에 휩싸였다.
곡물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비싼 석유를 대신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대표적인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세계 식량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바이오연료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만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 연료라며 지지를 보냈다.
막대한 수요를 창출해 농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자급력을 높이는 열쇠로 에탄올을 지목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모든 수송용 연료의 10%를 생물연료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투자에 나섰고 바이오연료 비즈니스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30여년간 부셸당 2달러 선을 유지하던 옥수수 가격은 최근 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농업인들은 다른 곡물 경작지를 줄이고 돈이 되는 옥수수 농사를 늘렸다.
하지만 이는 불길한 신호였다.
밀 한톨 쌀 한톨이 귀한 개도국 빈곤층에는 먹을 것이 그만큼 부족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 들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 파동이 그것이다.
세계 식량 가격은 지난 3년간 평균 83% 상승했고 아시아 개도국이 크게 의존하는 쌀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아이티, 카메룬, 이집트와 인도네시아 등 국민들은 식량값 급등으로 '못 살겠다'며 시위를 벌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혈사태로 번지며 사회 불안을 촉발했다.
바이오연료 붐이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킨 또 다른 원인이라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으로 연료를 만드는 것이 금지된 가운데 국제 사회도 바이오연료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거두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 박사는 "식량가격 폭등을 가져오는 바이오 에너지 생산 확대는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최근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바이오연료 때문에) 곡물이 가난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바이오 에너지 생산 확대와 개도국 곡물수요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 등으로 전세계 1억명이 빈곤에 빠질 수 있으며 30여 국가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바이오연료가 각국 간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은 바이오연료 대량생산 정책을 통해 에탄올 최대 수출국으로 떠오른 브라질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에너지의 대량생산이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브라질 정부를 비난했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페루에서는 에탄올 생산을 위해 경작지를 뒤엎는 농민들이 많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들은 바이오 에너지 원료용 경작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페루에서는 최근 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이 바이오연료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식량 부족을 초래한다며 브라질 정부의 에탄올 대량생산 계획을 비난한 바 있다.
브라질은 이들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식량가격 상승의 원인을 바이오에너지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며 "이웃 국가들의 비판은 브라질이 커피, 콩, 오렌지주스, 설탕, 쇠고기, 광물 등에 이어 에탄올 최대 수출국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대한 견제심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받아쳤다.
브라질은 바이오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 증가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빈곤국에 경제 성장의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미국과는 달리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방식은 옥수수 가격을 끌어올리고, 가축용 사료작물의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하지만 브라질은 다르다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과 EU가 농업보조금 철폐를 통해 개도국의 농산물 수출을 늘려주는 것이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며 선진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이 브라질산 에탄올에 수입관세를 매기는 것을 놓고도 강력하게 비난했다.
바이오연료의 친환경 효과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바이오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주목해왔다.
하지만 환경주의자들은 옥수수 대량생산 과정에서 비료와 용수 사용이 늘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비판적 태도로 돌아섰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0년까지 미국 가솔린 소비량의 8%를 에탄올 연료로 대체하는 데 옥수수 생산량의 30%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정에너지라는 바이오연료가 실제로는 환경에 마이너스라는 결론까지 나온다.
에탄올 대책을 놓고 업계별 이해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익단체와 기업들의 각축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미국식육협회는 바이오연료 수요가 높아지면서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값이 급등했다며 연방정부의 바이오연료 지원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인즈와 켈로그, 펩시코 등 식품기업들도 원료 곡물값이 올라 이윤이 줄게 됐다며 지난해 미국 상원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각국 정부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던 바이오연료의 허와 실을 냉정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캐나다 퀘벡 정부는 바이오연료 생산 촉진을 위해 에탄올 원료 농가에 부여해왔던 신용보증 혜택을 지난해 말 폐지했다.
석유를 대체할 '꿈의 에너지'를 찾는 일은 역시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곡물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비싼 석유를 대신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대표적인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세계 식량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바이오연료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만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 연료라며 지지를 보냈다.
막대한 수요를 창출해 농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자급력을 높이는 열쇠로 에탄올을 지목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모든 수송용 연료의 10%를 생물연료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투자에 나섰고 바이오연료 비즈니스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30여년간 부셸당 2달러 선을 유지하던 옥수수 가격은 최근 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농업인들은 다른 곡물 경작지를 줄이고 돈이 되는 옥수수 농사를 늘렸다.
하지만 이는 불길한 신호였다.
밀 한톨 쌀 한톨이 귀한 개도국 빈곤층에는 먹을 것이 그만큼 부족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 들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 파동이 그것이다.
세계 식량 가격은 지난 3년간 평균 83% 상승했고 아시아 개도국이 크게 의존하는 쌀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아이티, 카메룬, 이집트와 인도네시아 등 국민들은 식량값 급등으로 '못 살겠다'며 시위를 벌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혈사태로 번지며 사회 불안을 촉발했다.
바이오연료 붐이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킨 또 다른 원인이라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으로 연료를 만드는 것이 금지된 가운데 국제 사회도 바이오연료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거두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 박사는 "식량가격 폭등을 가져오는 바이오 에너지 생산 확대는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최근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바이오연료 때문에) 곡물이 가난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바이오 에너지 생산 확대와 개도국 곡물수요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 등으로 전세계 1억명이 빈곤에 빠질 수 있으며 30여 국가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바이오연료가 각국 간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은 바이오연료 대량생산 정책을 통해 에탄올 최대 수출국으로 떠오른 브라질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에너지의 대량생산이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브라질 정부를 비난했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페루에서는 에탄올 생산을 위해 경작지를 뒤엎는 농민들이 많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들은 바이오 에너지 원료용 경작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페루에서는 최근 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이 바이오연료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식량 부족을 초래한다며 브라질 정부의 에탄올 대량생산 계획을 비난한 바 있다.
브라질은 이들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식량가격 상승의 원인을 바이오에너지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며 "이웃 국가들의 비판은 브라질이 커피, 콩, 오렌지주스, 설탕, 쇠고기, 광물 등에 이어 에탄올 최대 수출국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대한 견제심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받아쳤다.
브라질은 바이오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 증가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빈곤국에 경제 성장의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미국과는 달리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방식은 옥수수 가격을 끌어올리고, 가축용 사료작물의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하지만 브라질은 다르다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과 EU가 농업보조금 철폐를 통해 개도국의 농산물 수출을 늘려주는 것이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며 선진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이 브라질산 에탄올에 수입관세를 매기는 것을 놓고도 강력하게 비난했다.
바이오연료의 친환경 효과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바이오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주목해왔다.
하지만 환경주의자들은 옥수수 대량생산 과정에서 비료와 용수 사용이 늘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비판적 태도로 돌아섰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0년까지 미국 가솔린 소비량의 8%를 에탄올 연료로 대체하는 데 옥수수 생산량의 30%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정에너지라는 바이오연료가 실제로는 환경에 마이너스라는 결론까지 나온다.
에탄올 대책을 놓고 업계별 이해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익단체와 기업들의 각축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미국식육협회는 바이오연료 수요가 높아지면서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값이 급등했다며 연방정부의 바이오연료 지원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인즈와 켈로그, 펩시코 등 식품기업들도 원료 곡물값이 올라 이윤이 줄게 됐다며 지난해 미국 상원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각국 정부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던 바이오연료의 허와 실을 냉정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캐나다 퀘벡 정부는 바이오연료 생산 촉진을 위해 에탄올 원료 농가에 부여해왔던 신용보증 혜택을 지난해 말 폐지했다.
석유를 대체할 '꿈의 에너지'를 찾는 일은 역시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