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먹느냐 먹히느냐…적대적 M&A 전쟁
최근 기업들 간에 먹고 먹히는 전쟁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기업 사이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두 건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계열인 마르스1호가 샘표식품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이어 메리츠금융그룹이 돌연 제일화재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했다.

경영권을 두고 이들의 공격과 방어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M&A 표적에 오른 기업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두 건의 적대적 M&A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정글세계와 흡사한 적대적 M&A의 주요 전략과 함께 시사점까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적대적 M&A의 대표적 수법 '공개매수'

M&A는 상대방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만 하고 자회사로 두는 경우도 있고 합병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M&A는 방식에 따라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로 나뉜다.

상대 기업의 대주주와 원만한 협상을 통해 적정한 가격에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을 '우호적 M&A'라고 하고 대주주 의사에 반해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를 '적대적 M&A'라고 한다.

우호적 M&A와 달리 적대적 M&A에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수법으로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공개매수(Take over bid)가 있다.

최근 마르스1호가 샘표식품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공개매수는 보통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므로 주가에 커다란 호재다.

지난 4일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주식 89만주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2만원을 밑돌았던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나흘 연속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공개매수 가격인 3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주가 급등으로 인해 마르스1호는 공개매수 마감 결과 목표 지분의 약 10%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개매수는 물론 적대적 M&A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 '곰의 포옹'과 '새벽의 기습'

제일화재에 대해 적대적 M&A를 선언한 메리츠금융그룹은 허를 찌르는 전략을 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종금 등을 통해 장내에서 제일화재 지분 11.4%를 순식간에 확보한 이후 제일화재 경영진에 경영권 인수를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적대적 M&A 전략인 '곰의 포옹(Bear's Hug)'과 '새벽의 기습(Dawn Raid)'을 동시에 구사한 것이다.

'곰의 포옹'은 사전 예고 없이 매수자가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진에 편지를 보내 매수 제의를 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치 곰이 몰래 껴안듯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명칭이 붙어졌다.

미국의 유명한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도 국내 담배회사 KT&G에 경영 참여를 요구하면서 '곰의 포옹' 전략을 썼다.

'새벽의 기습'은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대규모로 사놓고 기업 인수 계획과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상대방 경영진은 물론 주주들도 깜짝 놀라게 한다.

양측의 지분 경쟁이 예상될 경우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일화재가 그런 사례다.

메리츠 측의 적대적 M&A 시도 이후 제일화재는 연일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 주요 방어수단 '백기사' 영입

적대적 M&A를 당하는 기업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방어책으로 백기사(White knight) 영입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백기사란 말 그대로 적대적 M&A 공격을 받은 기업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해주는 우호세력이다.

백기사의 반대말은 흑기사(Black knight)로 적대적 M&A를 감행하는 쪽의 편에 서서 경영권 탈취를 돕는 제3자를 말한다.

샘표식품과 제일화재는 각각 풀무원과 한화그룹을 백기사로 영입해 공격을 막고 있다.

풀무원은 마르스1호의 공개매수 성공을 막기 위해 샘표식품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주가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떨어지면 주주들이 마르스1호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일화재의 최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도 위기에 몰리자 친동생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화그룹은 백기사 역할을 넘어서 제일화재를 우호적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이번 사례와 달리 백기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자사주를 넘겨 우호지분을 늘리기도 한다.

⊙ '적대적 M&A' 뜨거운 감자

M&A는 국제적으로 기업의 성장 전략의 하나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주요 수단으로 거론된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도 M&A는 낯설지 않다.

특히 최근 제일화재나 샘표식품의 적대적 M&A 시도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여기에 휘말린 기업들도 중소기업이 아니다.

적대적 M&A 시도가 더 이상 외국 기업사냥꾼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대적 M&A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무엇보다 적대적 M&A를 가장한 채 주가가 치솟은 사이 차익을 남기고 처분하는 이른바 '무늬만 M&A'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적대적 M&A 시도가 M&A를 통한 매매차익을 노려 상대 기업가치를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A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방어 자금이 소요되고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 경영권을 위협한 뒤 보유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green mail) 사례도 많다.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단을 통상 '기업 사냥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적대적 M&A 시도는 주주가치를 외면하고 경영효율이 낮은 기업들을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주주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적대적 M&A 시도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