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정시(2008년1월) 인문계 논술 문제 >

[논제]

Ⅰ. 제시문 (1)을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20점)

Ⅱ. 제시문 (2)의 논지를 밝히고,이와 대비하여 제시문 (3)을 해설하시오.(40점)

Ⅲ. 제시문 (4)의 <표 2>에서 유형 Ⅰ과 유형 Ⅳ의 특징을 각각 설명하고,두 유형 간 차이에 내포된 의미를 해석하시오.그리고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한국 사회의 불신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술하시오.(40점)

※ 유의 사항

1. 답안에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답안에 제목을 달지 말 것.

3.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지 말 것.

4. 답안지에 답안과 무관한 표시를 하지 말 것.

5.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Ⅰ은 400자(±50자),Ⅱ와 Ⅲ은 각각 700자(±50자)가 되게 할 것.

[제시문 1]

소규모의 대면 사회에서 '두터운 신뢰'는 게마인샤프트,또는 기계적 연대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연대는 흔히 동일한 부족,동일한 계급, 혹은 동일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약적이고 일상적인 접촉에 의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공동체는 동질적이고 고립되어 있고 배타적이면서,두터운 신뢰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엄격한 사회적 제재를 구성원들에게 가할 수 있다.

고전적인 사례로는 부족 사회를 들 수 있지만,현대 사회에서는 농촌이나 외딴섬에서 이와 유사한 공동체를 발견할 수 있다.

두터운 신뢰는 소규모 신앙 공동체,소수민족 공동체,교회,게토와 같은 독립적 공동체 안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폐쇄적 공동체는 안으로는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지만 공동체 밖의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볼 때 두터운 신뢰는 편부모 가정 모임,피학대 아내 모임,장애인 모임과 같은 소집단 내에서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자발적 대안 공동체와 신사회운동 조직 또한 약한 형태이긴 하지만 두터운 신뢰를 보여 주고 있다.

일차적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두터운 신뢰는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포함하는 단순한 형태의 일차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형태의 민주주의적 참여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마을 회의나 소규모 대안 공동체 등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차적 민주주의는 현대 국가의 전국적 정치 차원에서는 작동될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얇은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얇은 신뢰는 정해진 형태를 갖지 않고 느슨한 이차적 관계로 형성된 게젤샤프트, 또는 유기적 연대와 짝지어질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서로 중첩되고 맞물려 있는 자발적 결사의 연결망이다.

얇은 신뢰는 약한 연대의 산물로서 현대의 대규모 사회가 통합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토크빌에 따르면,자발적인 공식 조직 내에서의 상호 작용은 시민들 속에서 민주적 규범을 발생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그 조직을 통해 시민들은 신뢰,절제,타협,호혜성과 같은 시민적 덕목을 교육받으며 민주적 토론과 조직 운영의 기술을 훈련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내부 효과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에 따르는 외부 효과도 존재한다.

중첩되는 다수의 집단들은 전체 사회의 내부 분파들을 연결해 주는 교차적 연대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 사이에 다원적인 경쟁을 유발한다.

개인적 차원의 두터운 신뢰와 비개인적 차원의 얇은 신뢰가 구분될 수 있다면,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상적 신뢰'와 그에 기초한 '상상적' '공감적' 혹은 '성찰적' 공동체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신뢰는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추상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현대 사회에서는 좀 더 추상적인 형태의 신뢰가 그 중요성을 더해 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회의 증대된 규모,비개인적인 특성,복잡성,파편화,그리고 빠른 변화로 인해서 개인적 또는 비개인적 형태의 신뢰 어느 한 쪽에만 의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추상적 신뢰는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현대 사회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추상적 신뢰는 일차적 사회의 개인적인 관계에 기초하여 구축되는 것도 아니며,공식적 조직의 이차적인 관계에 기초하여 구축되는 것도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추상적 신뢰는 교육과 대중 매체라는 매우 중요한 제도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교육은 시간,장소,명칭,사건,개념,준거 등과 같은 일련의 공통된 지식을 제공해 줌으로써 서로 떨어져 있는 개인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도와준다.

학교는 또 협동 학습 과제,단체 경기,연극 및 음악 활동 등을 통해 협력의 기술을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시민권,신뢰,공정,평등,보편주의,공동의 선 등의 추상적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킨다.

오늘날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일반적으로 이들은 신뢰 수준과 단체 가입률이 높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대중 매체 역시 추상적 신뢰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중 매체는 정치적 지식,능력,관심,소양,행동의 수준을 향상시켜 사람들을 통합하고 동질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추상적 신뢰가 존재함을 보여 주는 좋은 예로 영국의 시민 의식에 관한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들 수 있다.

"오늘날 혈통과 사회화 및 거주지 등은 중요성이 감소되고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문화이다.

조사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포클랜드 사람들과 지브롤터 사람들을 '영국인'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들은 영국에서 출생하지도 않았고,영국 출신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도 아니며,더욱이 영국에서 사회화되지도 않았고,영국에 거주하지도 않았다.

민족 공동체란 상상의 공동체이다."

이와 유사하게 유럽연합 회원국의 시민들 사이에 개인 간의 신뢰 수준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확산이 교육,여행,대중 매체 이용과 같은 사적 행위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을 유럽연합이라는 공동 정부의 우산 아래로 모으는 하향적 과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유럽연합의 국민들이 서로 만날 일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의 시민을 신뢰하는 능력을 키워 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제시문 2]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규범을 준수하여 예측 가능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리라는 기대로부터 신뢰는 싹튼다.

신뢰의 중요성은 공동체의 이익과 관련하여 강조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동한다면 그들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신뢰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므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경계하고 불신하기도 한다.

신뢰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윤리적인 덕목이다.

신뢰의 반대편에 자리한 불신은 그 본질상 악덕이지만 피치 못해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불신의 입장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보모에게 어린 자식을 맡기려는 부모는 없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는 어느 나라든 그 국민의 운명이 가혹한 독재자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러한 판단은 어떠한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하다.

불신은 해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해를 예방하기도 한다.

대체로 불신이 만연할수록 사회적 거래 비용은 증대하고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기회는 줄어든다.

불신 사회에서 사람들이 협동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따라서 불신 사회에서 사람들은 협동하지 않는 반면 적자생존의 경쟁과 제로섬적인 갈등에 몰입하게 된다.

사람들은 무익한 협동 대신 기만과 협잡,배신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

다른 모두가 나를 속이려 한다면 나도 다른 모두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가족의 울타리 너머로 확산되는 신뢰의 연결망이 존재하지 않으며 감시와 제재와 처벌의 위협이 사람들을 비로소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한다는 것이 불신 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처럼 비극적인 균형 상태는 외부의 개입이 없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

불신 사회에서 타인을 신뢰하는 사람은 불행하고 그래서 삶은 매우 암울하고 위태롭게 지탱된다.

팽배한 불신 상태에서 벗어나는 일은 개인만의 결단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공동 행동을 통해 가능하다.

[제시문 3]

권투왕 마빈 해글러.

그는 심판관을 믿지 않는다.

판정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심판관은 쉽게 매수되기 때문이다.

그는 심판관을 믿지 않는다.

판정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무신론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벌거벗은 채

승부욕이 강하게 싸운다.

이 점은 순교자와 같다.

서로 좋게 승리로 이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가 뛰는 링은 종종 피범벅이다.

이 점은 프랑스 혁명과 같다.

마빈 해글러는 세계 챔피언이다.

하지만 죽음의 왕 앞에선……

이 점은 불쌍한 투우사와 같다.

[제시문 4]

한국인들의 사회적 신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아래와 같은 두 개의 질문을 하였다.

질문1.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2. 사람을 고용할 때,친구나 친척보다는 모르더라도 유능한 사람을 선택하겠습니까?

위의 질문들에 대한 응답을 바탕으로 사회적 신뢰 유형을 <표1>과 같이 나누고,이에 따라 신뢰와 소득 간의 관계를 <표2>와 같이 정리하였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고려대 정시(2008년1월) 인문계 논술
< 고려대 정시 인문계 논술 해제 >

⊙ 고려대학교 논술고사의 특징

고려대학교는 전통적으로 논술고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에 발표된 고려대학교 입시요강을 보면,수시 모집 인원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하며 정시에 비해 수시의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수시2의 일반전형에서는 1단계 성적으로 통과된 수험생은 논술 성적만으로 우선 선발한다고 밝혔다.

물론 정시에서는 자연계 논술이 폐지되지만 인문계 논술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실시하기 때문에 고려대 입시에서 논술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작년에 '논술백서'를 통해 출제유형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그동안 지적되었던 '채점의 객관성'과 '난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제시문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제한된 분량 안에서 자신의 견해를 조리있게 서술하는 능력,그리고 내신과 수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출제방향은 2008학년도 수시논술에 이어 정시논술에서도 지켜졌으며 특별한 발표가 없는 한 2009학년도 논술고사에서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논술고사는 시와 통계자료를 포함한 네 개의 제시문과 세 개의 논제로 구성돼 있다.

논제는 또한 1)제시문을 요약하는 문제,2)한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하고 그 내용과 대비해 제시된 시를 해석하는 문제, 3)제시된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논제에서 묻고 있는 사회 현상 또는 문제에 대한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로 구성돼 있다.

한편 '유의 사항'으로 5개 항목을 제시하고 있는데,분량을 제한하고 있는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논술이론의 기본에 해당한다.

분량을 제한한 것은 제한된 조건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해 내는가를 평가요소로 삼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위에서 언급한 '고려대학교 논술고사 출제방향'과도 일치한다.

⊙ 제시문 분석

고려대학교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8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의 주제는 '신뢰의 유형과 역할'이다.

신뢰와 관계있는 네 개의 제시문을 분석하고,그 분석에 입각해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정해진 분량 안에서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시문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쉽게 찾아낼 수 없기 때문에 논제 파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려대학교에서는 모든 제시문이 출제의도에 맞게 적절하게 편집,정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제시문은 하나의 큰 주제를 향해 배치돼 있으며 때문에 반드시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제시문들은 고교 수준에서 이해하기 무난한 글이므로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더라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모든 제시문의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논제를 중심으로 모든 제시문의 관계를 파악해,그것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문(1) 해제]

공통주제(또는 전체 주제)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제시문이다.

제시문 중 가장 분량이 길면서,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제시된 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시문(1)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제시문들과의 관계는 물론 전체적인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할 수 있다.

제시문(1)은 신뢰의 종류를 두터운 신뢰,얇은 신뢰,추상적 신뢰로 구분하고 각 유형의 신뢰가 발견되는 사회의 특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두터운 신뢰는 동일한 부족,동일한 계급,혹은 동일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연대의 특징이다.

이는 동질적이고 고립·배타적이며 폐쇄적인 소규모 공동체에서 발견되는데,엄격한 사회적 제재를 구성원들에게 가할 수 있다.

반면에 얇은 신뢰는 현대의 대규모 사회가 통합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이는 자발적 결사의 연결망을 통해 전체 사회의 분파들을 연결해 주는 교차적 연대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 사이에 경쟁을 유발한다.

한편 추상적 신뢰는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가득차 있는 현대사회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교육과 대중매체를 통해 형성되는데,교육은 서로 떨어져 있는 개인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돕고 협력의 기술을 가르치며 사회에서 필요한 추상적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킨다.

그리고 대중매체는 사람들을 통합하고 동질화하는데 기여한다.

[제시문(2) 해제]

제시문(2)는 신뢰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윤리적인 덕목이라고 말하지만,타인에 대한 신뢰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경계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불신 사회에서 사람들은 협동하지 않고 적자생존의 경쟁과 제로섬적인 갈등에 몰입하는 등 사회적 거래 비용은 증대하고 공동의 이익을 실현한 기회는 줄어든다.

신뢰의 연결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감시와 제재 및 처벌의 위협이 사회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믿는 것이 불신 사회의 특징이다.

따라서 불신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만의 결단이 아닌 여러 사람의 공동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문(3) 해제]

'권투왕 마빈 해글러'라는 현대시를 제시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시' 문제가 출제되면 어떻게 해석할지 막막해 한다.

어떤 종류의 글이건 마찬가지겠으나 시가 출제되는 경우에는 시의 정의(定義)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란 작가의 정서나 생각을 운율이 있는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한 운문 문학의 한 갈래를 말한다.

때문에 시를 이해할 때는 전체적으로 흐르는 리듬감을 느끼고,각각의 시어들이 상징하거나 함축하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

제시문(3)의 시는 권투왕 해글러를 통해 불신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자기 자신만을 신뢰하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주제로 한다.

사각의 링은 불신 사회를 의미한다.

심판의 판정은 공정하지 않고,승부는 언제든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때려 눕히는 방법뿐이다.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만 믿는다는 것을 무신론자로 표현하고 있지만,순교자처럼 싸우는 모습에서 불신 자체를 비판하고자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때문에 해글러의 승부는 불신 사회와의 대결을 의미하지만,불신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의 넷째 연에서 '서로 좋게 승리로 이끈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시인은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에 대한 소망을 해글러의 승부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란서 혁명'과 같이 숭고하지만 결국에는 '불쌍한 투우'처럼 비극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확인할 뿐이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해글러의 모습을 통해 시인은 불신이 개인의 노력으로는 절대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시문(4) 해제]

제시문(4)에서는 두 개의 질문을 토대로 한 사회적 신뢰를 Ⅰ(특수화된 신뢰),Ⅱ(연고중심 신뢰),Ⅲ(능력중심 신뢰),Ⅳ(일반화된 신뢰) 등의 4개 유형으로 분류한 [표1]과 한국인의 신뢰유형과 소득 간의 관계를 정리한 [표2]를 제시고 있다.

두 표를 종합하면,전체적으로 Ⅲ(능력중심 신뢰)에 대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Ⅱ(연고중심 신뢰)에 대한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Ⅰ(특수화된 신뢰)의 비율이 높고,소득이 높을수록 Ⅳ(일반화된 신뢰)의 비율이 높다.

한편 소득에 상관없이 Ⅲ(능력중심 신뢰)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논술 방향

[논제 1]에서는 제시문(1)의 중심내용을 정확하게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반드시 신뢰의 세 가지 유형을 사회의 특징과 함께 요약,서술해야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요약하기'는 단순히 긴 글을 짧게 간추리는 것,제시문의 문장을 짧게 나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제시문에 비해 내용이 복잡하며 분량이 길기 때문에 중심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주요 개념들, 즉 두터운 신뢰,얇은 신뢰,추상적 신뢰,소규모 공동체,현대 대규모 사회,자발적 연결망,불확실성,위험,교육과 대중매체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논제 2]에서는 제시문(2)의 논지를 바탕으로 끼워맞추기 식으로 해설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제시문(2)의 논지가 무엇인지를 밝히고,이것과 대비해 제시문(3)을 해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제시문의 차이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글을 작성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일단,처음에는 제시문(2)의 논지를 요약해야 한다.

신뢰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윤리적 덕목임을 언급하고,불신이 생겨나는 이유와 그로 인한 불신 사회의 특징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그 다음에 제시문(3)의 시를 분석하는 것이다.

우선 시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제시문(2)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이 좋다.

두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불신 사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3)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으며,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비극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두 제시문을 비교하면서 불신에 대한 인식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주면 된다.

[논제 3]에서도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을 밝혀야 한다.

먼저 제시문(4)의 표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회적 신뢰 유형의 특징과 그 차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해석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 사회의 불신 문제에 대한 자신의 대응 방안을 서술하면 된다.

[표2]의 유형Ⅰ은 대체로 소득이 낮고 유형Ⅳ는 대체로 소득이 높다.

유형Ⅰ은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 소규모 공동체와 관련이 있는데,오늘날에는 농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증대하고 전체의 이익을 실현할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

반면에 유형 Ⅳ는 얇은 신뢰를 추구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 사이에 다원적인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불신문제는 소규모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터운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얇은 신뢰'나 '추상적 신뢰'를 형성하는 것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제시문(1)에서 불확실성과 위험한 현대사회를 추상적 신뢰가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추상적 신뢰'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