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女 최초 국방장관 카르메 차콘 임명
프랑스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 등 내각 절반이 여성
이탈리아도 각료 3분의 1 여성기용 뜻 밝혀 15일 세계 주요 언론엔 스페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카르메 차콘(37)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세미 정장 차림에 당당한 표정으로 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차콘 신임 장관의 모습은 국방장관하면 당연히 남성을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스페인이 남성 우월성을 강조하는 '마초주의'로 유명한 데다 여성의 군 입대가 허용된 지도 2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콘의 국방장관 임명은 매우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사파테로 1기 내각 후반부에 주택장관으로 발탁된 차콘은 집권 사회노동당의 떠오르는 별로 통한다.
헌법학 교수 출신으로 사회노동당 집행위원회의 교육·문화 비서관을 지냈다. 12일 집권 2기를 시작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스페인 역사상 처음으로 각료 17명 중 9명의 여성 장관을 기용해 '여초(女超) 내각'을 선보였다.
2004년 처음 총리에 당선됐던 사파테로는 지난달 9일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사회노동당이 승리해 임기 4년의 총리를 다시 맡게 됐다.
여성 권리를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사파테로는 집권 1기 때는 가정폭력 척결,이혼 절차 간소화,동성 간 결혼 허용 등에 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등 자유주의적 개혁을 단행했다.
화폐 종류의 절반 정도에 여성 인물을 새기고,보행자 표지판에 여성 모습을 그려 넣는 등 여성 권리를 부각시키는 개혁 조치도 취했다.
2006년엔 '40% 룰'이라는 남녀 평등 정책을 도입, 각 정당이 선거에서 어느 한쪽 성(性)의 후보를 60% 이상 내놓을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최근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차기 총리도 12명의 각료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명을 여성 장관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전(前) 포르자 이탈리아당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오른팔'이었던 미모의 스테파니아 프레스티지아코모가 유럽담당 장관으로,모델 출신에 TV 진행자로 활동한 마라 카르파냐가 가족담당 장관으로 거론된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런 미모의 여성들을 기용한 베를루스코니의 새 내각을 '글래머 팀'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당시 15명 각료 중 절반 수준인 7명의 여성장관을 임명했다.
이 가운데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43)은 아프리카 무슬림 이민자 출신으로 특유의 입지전적인 삶으로 유명하다.
다티 장관은 10대 시절 낮에는 화장품 판매원,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하고 밤에는 공부에 매달렸다.
32세에 프랑스 최고 명문인 국립사법관학교에 입학한 그는 고등법원 판사와 검사 등을 재직하다 마침내 법무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또 변호사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경제부 장관(51) 은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경제부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법무부와 경제부 등 핵심 국가부서는 여성 관료들에게 금지 구역과도 같은 곳으로 여겨져 왔었다.
이처럼 최근 유럽 각국에선 새 내각을 꾸리는 가운데 여성 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정치인의 역할을 놓고 말할 때 '잔다르크 효과'란 용어가 흔히 사용된다.
지난 15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나 위기에 몰린 조국 프랑스를 구출한 영웅적인 소녀 잔 다르크처럼 여성 정치인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인 전쟁에서 여성이 투사나 지도자로 나선다면 희소성과 함께 상징성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 장관 임용이 유럽 내에서 곱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새 정부의 신선함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쇼맨십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다.
스페인의 보수 일간지 '엘 문도'는 차콘 신임 국방장관의 임명에 대해 "스페인의 문화와 전통 가치를 훼손하는 정치 마케팅"이라고 공격했다.
베를루스코니 차기 총리도 "사파테로 총리가 너무 핑크빛 강한 정부를 구성했다"며 "이탈리아 정치는 남성 중심적이라 자질 있는 여성 장관감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유럽 국가에서 남녀 평등이 매우 잘 지켜지고, 여성의 정계 진출도 활발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통적으로 남녀평등 문화가 정착돼 온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 한정된 이야기다.
서유럽에선 아직까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 천장'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국제의회연맹(IPU)의 '2008년 정치에서의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각료 비율이 절반을 넘는 국가는 북유럽의 핀란드(여성 58%)·노르웨이(56%) 등 2개국뿐이다.
또 128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의 2007 남녀평등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프랑스가 51위, 이탈리아는 84위에 머물렀다.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도 프랑스는 18.2%,이탈리아는 17.3%에 그친다.
'자유와 평등'으로 상징되는 서유럽 국가들의 이미지와는 대조되는 결과다.
유럽에선 엘리트가 되기 위한 관문이 여성에게 개방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1900년 프라이부르크 대학이 최초로 여학생 등록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여성의 대학 입학이 전혀 허용되지 않았었다.
프랑스의 국가 엘리트 양성코스인 '그랑제콜'의 하나로 국방부 산하의 이공계 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1972년 처음으로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했다.
유럽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된 지도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유럽 국가 중 여성에게 참정권을 처음 부여한 나라는 핀란드(1906년)였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선거 권리를 제공했으며 1928년 자국 내 모든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선거권을 부여했다.
프랑스의 여성 선거권 완전 보장은 1944년에서야 이뤄졌다.
스위스의 경우 1971년에 비로소 여성 참정권이 인정됐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프랑스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 등 내각 절반이 여성
이탈리아도 각료 3분의 1 여성기용 뜻 밝혀 15일 세계 주요 언론엔 스페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카르메 차콘(37)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세미 정장 차림에 당당한 표정으로 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차콘 신임 장관의 모습은 국방장관하면 당연히 남성을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스페인이 남성 우월성을 강조하는 '마초주의'로 유명한 데다 여성의 군 입대가 허용된 지도 2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콘의 국방장관 임명은 매우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사파테로 1기 내각 후반부에 주택장관으로 발탁된 차콘은 집권 사회노동당의 떠오르는 별로 통한다.
헌법학 교수 출신으로 사회노동당 집행위원회의 교육·문화 비서관을 지냈다. 12일 집권 2기를 시작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스페인 역사상 처음으로 각료 17명 중 9명의 여성 장관을 기용해 '여초(女超) 내각'을 선보였다.
2004년 처음 총리에 당선됐던 사파테로는 지난달 9일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사회노동당이 승리해 임기 4년의 총리를 다시 맡게 됐다.
여성 권리를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사파테로는 집권 1기 때는 가정폭력 척결,이혼 절차 간소화,동성 간 결혼 허용 등에 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등 자유주의적 개혁을 단행했다.
화폐 종류의 절반 정도에 여성 인물을 새기고,보행자 표지판에 여성 모습을 그려 넣는 등 여성 권리를 부각시키는 개혁 조치도 취했다.
2006년엔 '40% 룰'이라는 남녀 평등 정책을 도입, 각 정당이 선거에서 어느 한쪽 성(性)의 후보를 60% 이상 내놓을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최근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차기 총리도 12명의 각료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명을 여성 장관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전(前) 포르자 이탈리아당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오른팔'이었던 미모의 스테파니아 프레스티지아코모가 유럽담당 장관으로,모델 출신에 TV 진행자로 활동한 마라 카르파냐가 가족담당 장관으로 거론된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런 미모의 여성들을 기용한 베를루스코니의 새 내각을 '글래머 팀'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당시 15명 각료 중 절반 수준인 7명의 여성장관을 임명했다.
이 가운데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43)은 아프리카 무슬림 이민자 출신으로 특유의 입지전적인 삶으로 유명하다.
다티 장관은 10대 시절 낮에는 화장품 판매원,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하고 밤에는 공부에 매달렸다.
32세에 프랑스 최고 명문인 국립사법관학교에 입학한 그는 고등법원 판사와 검사 등을 재직하다 마침내 법무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또 변호사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경제부 장관(51) 은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경제부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법무부와 경제부 등 핵심 국가부서는 여성 관료들에게 금지 구역과도 같은 곳으로 여겨져 왔었다.
이처럼 최근 유럽 각국에선 새 내각을 꾸리는 가운데 여성 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정치인의 역할을 놓고 말할 때 '잔다르크 효과'란 용어가 흔히 사용된다.
지난 15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나 위기에 몰린 조국 프랑스를 구출한 영웅적인 소녀 잔 다르크처럼 여성 정치인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인 전쟁에서 여성이 투사나 지도자로 나선다면 희소성과 함께 상징성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 장관 임용이 유럽 내에서 곱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새 정부의 신선함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쇼맨십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다.
스페인의 보수 일간지 '엘 문도'는 차콘 신임 국방장관의 임명에 대해 "스페인의 문화와 전통 가치를 훼손하는 정치 마케팅"이라고 공격했다.
베를루스코니 차기 총리도 "사파테로 총리가 너무 핑크빛 강한 정부를 구성했다"며 "이탈리아 정치는 남성 중심적이라 자질 있는 여성 장관감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유럽 국가에서 남녀 평등이 매우 잘 지켜지고, 여성의 정계 진출도 활발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통적으로 남녀평등 문화가 정착돼 온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 한정된 이야기다.
서유럽에선 아직까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 천장'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국제의회연맹(IPU)의 '2008년 정치에서의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각료 비율이 절반을 넘는 국가는 북유럽의 핀란드(여성 58%)·노르웨이(56%) 등 2개국뿐이다.
또 128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의 2007 남녀평등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프랑스가 51위, 이탈리아는 84위에 머물렀다.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도 프랑스는 18.2%,이탈리아는 17.3%에 그친다.
'자유와 평등'으로 상징되는 서유럽 국가들의 이미지와는 대조되는 결과다.
유럽에선 엘리트가 되기 위한 관문이 여성에게 개방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1900년 프라이부르크 대학이 최초로 여학생 등록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여성의 대학 입학이 전혀 허용되지 않았었다.
프랑스의 국가 엘리트 양성코스인 '그랑제콜'의 하나로 국방부 산하의 이공계 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1972년 처음으로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했다.
유럽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된 지도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유럽 국가 중 여성에게 참정권을 처음 부여한 나라는 핀란드(1906년)였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선거 권리를 제공했으며 1928년 자국 내 모든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선거권을 부여했다.
프랑스의 여성 선거권 완전 보장은 1944년에서야 이뤄졌다.
스위스의 경우 1971년에 비로소 여성 참정권이 인정됐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