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美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

☞한국경제신문 4월11일자 A39면

대선에 이어 총선도 끝났다.

이제 정부는 그동안 총선 관계로 소홀히 해왔던 국정을 살피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급함은 금물이다.

조급하면 실수하고 탈이 난다.

그런데 정부가 매우 조급해 하는 것 같다.

미국 경제의 침체,고유가,곡물가 폭등과 같이 외부 환경이 별로 호의적이지 않자 6% 안팎의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을 압박하며 금리 인하를 꾀하고 있는 데서 오는 느낌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미국의 계속적인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와의 금리차가 커지자 금리차가 너무 벌어지면 국내에 자금이 몰리고 그로 인해 환율이 떨어지고,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줄게 돼 경제성장이 저하될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기획재정부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출은 반드시 환율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수출이 환율에 민감하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환율이 달러당 700~800원대였던 1990~1996년 기간 중 수출 증가율이 11.3%였던 반면,1000원대 이상이었던 1997~2006년 기간 중 수출 증가율은 9.8%에 불과했다.

환율을 통한 수출 증가 정책이 적절치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환율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수입하는 사람과 외국 여행자,유학생들에게는 불리하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것 모두를 따져 보면 환율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경제 전체적으로 이익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

더욱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물가관리 목표 상한치인 3.5%를 훨씬 넘어선 3.9%이고,지난 정부에서 푼 과잉 유동성이 아직 흡수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지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경제를 더욱 곤경에 빠뜨릴 것이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썼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지를 상기해보라.

경제성장률이 2001년의 3.8%에서 7%로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해인 2003년부터 경제성장률이 3~4%대로 추락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과다한 신용대출이 발생했고,그 결과 신용불량자 속출,부동산 가격 폭등 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성과도 없이 항상 부작용만 낳는다.

이제 정권이 바뀐 지 1개월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조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국민들 중에는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 여름 홍수와 태풍이 쓸고 간 것을 복구하는 데도 수개월 수년이 걸린다.

하물며 지난 정부가 저지른 세금 폭탄,규제 강화,비대해진 정부 등으로 우리 경제가 시장경제라는 정상궤도에서 멀리 이탈한 세월이 무려 5년이다.

국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출하고 한나라당에 과반수 의석을 안겨준 것은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규제를 완화하고,세금 폭탄을 제거하고,정부를 줄여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우리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것만 해도 성공한 정부다.

당장의 경제성장률은 6%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향후 경제성장률은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금리를 가지고 유희할 때가 아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멀리 보고 행동할 때다.


-------------------------------------------------------

경기 대책은 멀리 내다 보고 마련해야

해 설

경기 침체란 국민의 구매력이 감소해 내수가 위축되고 공장 가동률이나 생산율 등이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공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내수 소비가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경기 부양 정책을 편다.

물론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시중에 돈을 풀어 현금이 돌게 만들고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통화)을 공급하는 것이다.

물론 금리를 낮추면 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하기가 쉬워져 투자를 늘릴 수 있고 이로 인해 고용이 촉진되며 경제가 살아난다.

금리 인하 외에도 세금을 적게 거둬들이거나 국가 차원에서 큰 투자를 일으켜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낮추게 되면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다산칼럼에서 아직 시장에 유동성이 많은, 즉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펴면서 돈을 풀기 시작한다면 적지 않은 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특히 DJ 정부시절 금리를 잘못 낮춰 역효과를 가져왔던 뼈아픈 경험을 소개하면서 지나온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장래를 내다보고 미리 투자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금리 인하 등의 금융정책은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끼치고 그 효과가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정부가 지출 규모와 세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더라도 경기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재정지출과 조세수입이 변해 경기 침체의 강도를 완화시켜 주는 것을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라고 한다.

즉 경기가 침체되면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은 자동적으로 줄어들고 이에 따라 총수요가 늘어 경기 변동폭도 작아져 경기 침체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필자는 지난 정부가 저지른 세금 폭탄,규제 강화,비대해진 정부 등으로 우리 경제가 무려 5년 동안이나 시장경제 궤도에서 멀리 이탈된 만큼 정책 담당자가 조급해 하지 말고 규제 완화와 조세 감면 등 정상적인 경제정책을 펴 경기 침체 국면에 대응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