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사실을 근거로 삼아라
글쓰기 21계명
네번째 원칙;사실 논거를 써라.
사실 논거에 입각하지 않은 주장은 위험하다.
오늘의 예시 문제로 중앙대 2008년 인문 논술을 살펴보자.
(가)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면서도 소비를 하는 것은 소비로부터 얻는 것,즉 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에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얻게 되는 편익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
예를 들면,우리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에도 비용과 편익이 따른다.
여기서 비용은 대학의 등록금이나 생활비,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다른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치르게 되는 대가 등이다.
또한,대학 졸업 후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게 될 전문성에 대한 신뢰나 지식의 습득으로부터 얻게 되는 유용함 등은 편익에 해당할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같은 비용이라면 편익이 큰 경우를,같은 편익이라면 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를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인 의사결정 문제에서는 이익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출처 ;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나) 현대 사회에서는 어머니 노릇으로 얻게 되는 만족이 새롭게 강조되고 역사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된다.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새로운 자극을 얻고 내면적인 학습 과정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희망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자신의 인격과 그 발전을 위해 과거로의 다리를 놓아야 하는 특별한 역할이 아이에게 주어진다.
이처럼 현대 여성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이 갖지 못했던 행복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유년을 아이를 통해 만회하기를 바란다.
심지어 몇몇 여성은 아이에 대한 동경 속에서 공공연히 어떤 치료를 기대하기도 한다.
즉 성인이 되면서 얻은 손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나의 이미지로 요약한다면,아이의 손에 자신의 과거로 향한 문을 여는 마술 열쇠가 놓여 있는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에서는 이제 가족이라는 친밀한 집단 속에서 발전의 자극을 찾고자 하는 기대가 나타난다.
현대의 많은 여성들은 아이를 역동적인 요소로,즉 스스로 발전하면서 부모의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로 간주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얻는 체험의 성격을 강조한다.
즉 '아이들이 삶을 집안으로 가져온다','사람들은 아이와 더불어 많은 것을 체험하고 기분 전환을 얻는다'와 같은 식이다.
(출처 ;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다) 자녀를 둔 여성이 담당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지게 되는 정신적 부담은 어떠한 사회적 부담보다도 무겁다.
이는 노예 제도나 중노동과도 비교될 수 없다.
왜냐하면,여성과 그 자녀 간에 맺어진 감정적인 유대 관계는 강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여성을 약하게 만든다.
강제 노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상관이나 주인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하고,하는 일을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훨씬 더 복잡하고 파괴적인 감정의 희생자가 된다.
이 경우 사랑과 분노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어머니 역할에 대한 분노는 아이들에 대한 분노로 바뀔 수 있으며,'자녀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고,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지나치게 부족한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해 줄 수 없는 모든 것 때문에 느끼게 되는 슬픔은 자책감과 자기 고뇌로 바뀔 수 있다.
자녀의 건강,그들이 입는 옷,학교에서 그들의 행동,지능,그리고 전반적인 성장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결국 여성이다.
허술한 보육 시설에서 혹은 잘못된 학교 제도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야 하는 자녀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어머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할 수 있다.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가정에 갇혀 분열되어 있으며,감정적인 유대에 의하여 자녀에게 구속되어 있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가정의 개인화는 깊은 무력감과 절망적인 고독을 의미한다.
(출처 ; 아드리엔느 리치.「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라) 새끼를 키우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선 알을 만들기 위해 어미새는 대량의 먹이와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아마 배우자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어미새는 알을 품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만드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한다.
다시 어버이 새는 수주간에 걸쳐 인내로 알 품기를 계속한다.
그리고 새끼가 부화하면 어버이 새들은 자기를 혹사하여 거의 쉬는 일도 없이 새끼의 먹이를 나르고 있다.
박새의 경우 한 마리의 어미새는 낮 동안 30초마다 평균 1회의 비율로 먹이를 둥지로 나른다.
우리 인간과 같은 포유류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는 하나,특히 어미에게 있어 번식이 큰 일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만약 어미가 먹이와 양육을 위한 노력 등과 같은 한정된 자원을 새끼들에게 너무 많이 분산시키면 어미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는 어미새가 적당한 목표로 출발한 경우에 비해 적어지고 말 것이다.
어미새는 새끼 낳기와 새끼 키우기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한 마리의 어미새 또는 한 쌍의 짝이 구할 수 있는 먹이와 자원의 총량이 그들이 키울 수 있는 새끼 수를 결정하는 제한 요인이 된다.
랙(D.Lack)의 이론에 의하면,자연 선택은 이들 한정된 자원들로부터 최대의 유리함을 유도하도록 산란시 한 둥지의 알 수(또는 한 배의 새끼 수)를 조정한다.
(출처 ;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문제) (가)~(라)의 글에 나타난 견해를 근거로 하여,출산에 관한 개인의 선택에 대하여 논술하시오.(700자 내외)
이 문제를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묻는 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답안을 보면 많은 학생들이 출산 여부에 대한 주장으로 일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보건복지부 산하 '출산 장려 부서'(실제 존재 여부는 모르겠다^^)의 직원이라도 되는 양,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답안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유는 제시문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제시문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가) 의사 결정시 고려하는 요소-비용과 편익
나) 출산과 양육의 편익
다) 출산과 양육의 비용
라) 자연 선택에 의한 출산 모델 예시
제시문의 요점을 놓고 보니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는가?
출산에 관한 개인의 선택은 이 제시문의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즉 다시 말하면 개인이 출산을 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며,그것은 어떠한 관점과 방식으로 서술해야 하는가가 이 논제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었다.
단순히 출산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 이유는 논증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해서가 아닌가 싶다.
논술은 배경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제시문의 흐름과 내용을 중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출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나)와 (다)를 비교하며 (나)가 (다)보다 훨씬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오류다.
우리는 제시문에 근거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시문 어디에도 편익과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대등한 자격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시문을 자신의 기준과 생각대로 서로 비교해서 한 쪽의 우위를 논술한다는 것은 기본에서 한참 어긋난 일이다.
그러나 굳이 비교하고 싶다면 그 비교는 사실에 근거한 비교여야 한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가령 출산을 하는 이유를 논술한다고 했을 때,A라는 학생은 비용보다는 편익이 더욱 크기 때문에 출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러나 이 경우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증거가 없다면 좋은 논증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또한 제시문 자체에서 볼 때는 어느 쪽이 더 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비교를 해 주기도 힘들다.
이 논증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출산을 하는 경우 고려하는 것이 비용과 편익이라고 할 때,많은 경우 출산이 편익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출산으로 인한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면 사람들은 출산을 기피할 것이고 이는 출산율의 명백한 저하로 드러날 텐데,현재의 경우 신생아의 수 자체가 과거보다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는 한 명의 자녀라도 낳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경우,개인들이 출산 행위 자체를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큰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다.
후자의 논증이 전자의 논증과 다른 점은 근거를 사실에서 차용해 썼다는 점이다.
물론 가능하면 이러한 것도 제시문의 논거를 활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논술의 모든 내용이 제시문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위와 같은 방식의 설명을 덧붙였다.
제시문에 없는 내용을 추론하고자 할 때 자신의 생각을 근거로 삼지 말고,사실을 근거로 삼으라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사실 후자의 논증도 엄밀히 말하면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은 내용이다.
위의 논제와 관련해서는 사람들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서 출산과 자녀 수를 결정한다 정도의 내용이면 족하다.
굳이 현실에서 비용과 편익의 비교를 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대학 측에서 높은 점수를 준 예시 답안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강의를 마치겠다.
(가)에서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할 때는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다고 했다.
같은 비용일 때는 편익이 가장 큰 것을,같은 편익을 얻을 때는 비용이 가장 적은 것을 취한다는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나)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어머니로서 나타나는 만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머니는 자식을 통해 대리 만족과 자기 발전의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가)와 연결한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대리 만족과 자기 발전을 편익이라고 볼 수 있다.
(다)에서는 근로에서 오는 노동과 양육에서 오는 노동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여기서의 노동은 정신적 노동까지 포함한다.
아이를 키울 때 오는 육체적 노동과 책임감,죄책감 등의 정신적 노동은 편익을 얻을 때 필요한 비용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힘든 양육의 노동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육에서 느낄 수 있는 대리 만족과 자기 발전이라는 편익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할 수 있는 비용이 무제한 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편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키우거나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이 분산되면 편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은 자신이 생각할 때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비용과 자신이 얻고자 하는 편익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시점까지 출산을 한다는 것이다.
권호걸 한경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
글쓰기 21계명
네번째 원칙;사실 논거를 써라.
사실 논거에 입각하지 않은 주장은 위험하다.
오늘의 예시 문제로 중앙대 2008년 인문 논술을 살펴보자.
(가)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면서도 소비를 하는 것은 소비로부터 얻는 것,즉 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에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얻게 되는 편익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
예를 들면,우리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에도 비용과 편익이 따른다.
여기서 비용은 대학의 등록금이나 생활비,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다른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치르게 되는 대가 등이다.
또한,대학 졸업 후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게 될 전문성에 대한 신뢰나 지식의 습득으로부터 얻게 되는 유용함 등은 편익에 해당할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같은 비용이라면 편익이 큰 경우를,같은 편익이라면 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를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인 의사결정 문제에서는 이익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출처 ;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나) 현대 사회에서는 어머니 노릇으로 얻게 되는 만족이 새롭게 강조되고 역사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된다.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새로운 자극을 얻고 내면적인 학습 과정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희망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자신의 인격과 그 발전을 위해 과거로의 다리를 놓아야 하는 특별한 역할이 아이에게 주어진다.
이처럼 현대 여성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이 갖지 못했던 행복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유년을 아이를 통해 만회하기를 바란다.
심지어 몇몇 여성은 아이에 대한 동경 속에서 공공연히 어떤 치료를 기대하기도 한다.
즉 성인이 되면서 얻은 손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나의 이미지로 요약한다면,아이의 손에 자신의 과거로 향한 문을 여는 마술 열쇠가 놓여 있는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에서는 이제 가족이라는 친밀한 집단 속에서 발전의 자극을 찾고자 하는 기대가 나타난다.
현대의 많은 여성들은 아이를 역동적인 요소로,즉 스스로 발전하면서 부모의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로 간주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얻는 체험의 성격을 강조한다.
즉 '아이들이 삶을 집안으로 가져온다','사람들은 아이와 더불어 많은 것을 체험하고 기분 전환을 얻는다'와 같은 식이다.
(출처 ;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다) 자녀를 둔 여성이 담당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지게 되는 정신적 부담은 어떠한 사회적 부담보다도 무겁다.
이는 노예 제도나 중노동과도 비교될 수 없다.
왜냐하면,여성과 그 자녀 간에 맺어진 감정적인 유대 관계는 강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여성을 약하게 만든다.
강제 노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상관이나 주인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하고,하는 일을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훨씬 더 복잡하고 파괴적인 감정의 희생자가 된다.
이 경우 사랑과 분노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어머니 역할에 대한 분노는 아이들에 대한 분노로 바뀔 수 있으며,'자녀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고,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지나치게 부족한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해 줄 수 없는 모든 것 때문에 느끼게 되는 슬픔은 자책감과 자기 고뇌로 바뀔 수 있다.
자녀의 건강,그들이 입는 옷,학교에서 그들의 행동,지능,그리고 전반적인 성장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결국 여성이다.
허술한 보육 시설에서 혹은 잘못된 학교 제도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야 하는 자녀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어머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할 수 있다.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가정에 갇혀 분열되어 있으며,감정적인 유대에 의하여 자녀에게 구속되어 있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가정의 개인화는 깊은 무력감과 절망적인 고독을 의미한다.
(출처 ; 아드리엔느 리치.「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라) 새끼를 키우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선 알을 만들기 위해 어미새는 대량의 먹이와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아마 배우자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어미새는 알을 품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만드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한다.
다시 어버이 새는 수주간에 걸쳐 인내로 알 품기를 계속한다.
그리고 새끼가 부화하면 어버이 새들은 자기를 혹사하여 거의 쉬는 일도 없이 새끼의 먹이를 나르고 있다.
박새의 경우 한 마리의 어미새는 낮 동안 30초마다 평균 1회의 비율로 먹이를 둥지로 나른다.
우리 인간과 같은 포유류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는 하나,특히 어미에게 있어 번식이 큰 일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만약 어미가 먹이와 양육을 위한 노력 등과 같은 한정된 자원을 새끼들에게 너무 많이 분산시키면 어미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는 어미새가 적당한 목표로 출발한 경우에 비해 적어지고 말 것이다.
어미새는 새끼 낳기와 새끼 키우기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한 마리의 어미새 또는 한 쌍의 짝이 구할 수 있는 먹이와 자원의 총량이 그들이 키울 수 있는 새끼 수를 결정하는 제한 요인이 된다.
랙(D.Lack)의 이론에 의하면,자연 선택은 이들 한정된 자원들로부터 최대의 유리함을 유도하도록 산란시 한 둥지의 알 수(또는 한 배의 새끼 수)를 조정한다.
(출처 ;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문제) (가)~(라)의 글에 나타난 견해를 근거로 하여,출산에 관한 개인의 선택에 대하여 논술하시오.(700자 내외)
이 문제를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묻는 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답안을 보면 많은 학생들이 출산 여부에 대한 주장으로 일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보건복지부 산하 '출산 장려 부서'(실제 존재 여부는 모르겠다^^)의 직원이라도 되는 양,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답안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유는 제시문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제시문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가) 의사 결정시 고려하는 요소-비용과 편익
나) 출산과 양육의 편익
다) 출산과 양육의 비용
라) 자연 선택에 의한 출산 모델 예시
제시문의 요점을 놓고 보니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는가?
출산에 관한 개인의 선택은 이 제시문의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즉 다시 말하면 개인이 출산을 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며,그것은 어떠한 관점과 방식으로 서술해야 하는가가 이 논제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었다.
단순히 출산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 이유는 논증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해서가 아닌가 싶다.
논술은 배경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제시문의 흐름과 내용을 중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출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나)와 (다)를 비교하며 (나)가 (다)보다 훨씬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오류다.
우리는 제시문에 근거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시문 어디에도 편익과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대등한 자격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시문을 자신의 기준과 생각대로 서로 비교해서 한 쪽의 우위를 논술한다는 것은 기본에서 한참 어긋난 일이다.
그러나 굳이 비교하고 싶다면 그 비교는 사실에 근거한 비교여야 한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가령 출산을 하는 이유를 논술한다고 했을 때,A라는 학생은 비용보다는 편익이 더욱 크기 때문에 출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러나 이 경우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증거가 없다면 좋은 논증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또한 제시문 자체에서 볼 때는 어느 쪽이 더 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비교를 해 주기도 힘들다.
이 논증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출산을 하는 경우 고려하는 것이 비용과 편익이라고 할 때,많은 경우 출산이 편익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출산으로 인한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면 사람들은 출산을 기피할 것이고 이는 출산율의 명백한 저하로 드러날 텐데,현재의 경우 신생아의 수 자체가 과거보다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는 한 명의 자녀라도 낳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경우,개인들이 출산 행위 자체를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큰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다.
후자의 논증이 전자의 논증과 다른 점은 근거를 사실에서 차용해 썼다는 점이다.
물론 가능하면 이러한 것도 제시문의 논거를 활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논술의 모든 내용이 제시문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위와 같은 방식의 설명을 덧붙였다.
제시문에 없는 내용을 추론하고자 할 때 자신의 생각을 근거로 삼지 말고,사실을 근거로 삼으라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사실 후자의 논증도 엄밀히 말하면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은 내용이다.
위의 논제와 관련해서는 사람들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서 출산과 자녀 수를 결정한다 정도의 내용이면 족하다.
굳이 현실에서 비용과 편익의 비교를 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대학 측에서 높은 점수를 준 예시 답안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강의를 마치겠다.
(가)에서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할 때는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다고 했다.
같은 비용일 때는 편익이 가장 큰 것을,같은 편익을 얻을 때는 비용이 가장 적은 것을 취한다는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나)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어머니로서 나타나는 만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머니는 자식을 통해 대리 만족과 자기 발전의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가)와 연결한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대리 만족과 자기 발전을 편익이라고 볼 수 있다.
(다)에서는 근로에서 오는 노동과 양육에서 오는 노동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여기서의 노동은 정신적 노동까지 포함한다.
아이를 키울 때 오는 육체적 노동과 책임감,죄책감 등의 정신적 노동은 편익을 얻을 때 필요한 비용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힘든 양육의 노동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육에서 느낄 수 있는 대리 만족과 자기 발전이라는 편익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할 수 있는 비용이 무제한 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편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키우거나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이 분산되면 편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은 자신이 생각할 때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비용과 자신이 얻고자 하는 편익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시점까지 출산을 한다는 것이다.
권호걸 한경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