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약용 '목민심서(牧民心書)'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끝>
현대사회는 '소비사회'라고 불릴 만큼 소비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

대중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광고는 현대사회를 '소비를 권하는 사회'로 만들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소비문화는 물질적 소비 차원이 아닌 심리적 소비의 형태로 변해가 남들보다 돋보이거나 뽐내고 싶어서 비싼 물건일수록 더 사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현대 소비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술문을 써 보자.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술 문제에 답하시오.

(가)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과정이나 물질적 생산품뿐만 아니라 문화,섹슈얼리티,인간관계,심지어 환상과 개인적 욕망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논리에 종속되어 있는데,그것은 단순히 모든 기능과 욕구가 이윤에 의해 대상화되고 조작된다고 하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진열되어 구경거리가 된다는,즉 이미지,기호,소비 가능한 모델로 환기되고 유발되고 편성된다는 보다 깊은 의미에서이다.

소비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이다.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속에서 소멸한다.

소비시대의 인간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자기 욕구조차도 직시하는 일이 없으며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은 기호들 속에 내재할 뿐이다.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사회의 특징은 '반성'의 부재,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이다.

현대의 질서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윈도만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개인은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기호화된 사물을 응시할 따름이며,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소비의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육체다.

오늘날 육체는 광고,패션,대중문화 등 모든 곳에 범람하고 있다.

육체를 둘러싼 위생 영양 의료와 관련한 숭배의식,젊음 우아함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에 대한 강박관념,미용 건강 날씬함을 위한 식이요법,이것들 모두는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육체는 영혼이 담당했던 도덕적,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문자 그대로 넘겨받았다.

오늘날 육체는 주체의 자율적인 목적에 따라서가 아니라,소비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창출의 원리에 따라서 다시금 만들어진다.

이제 육체는 관리의 대상이 된다.

육체는 투자를 위한 자산처럼 다루어지고,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여러 기호 중의 하나로서 조작된다.

- 쟝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중에서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끝>
(나) 얻기를 탐내는 자는 만족함이 없으니,모두가 사치를 좋아하는 일념 때문이다.

만약 마음이 담담하여 만족할 줄 알면 세상 재물을 구해서 어디에 쓰겠는가.

청풍명월(淸風明月)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대 울타리 띠집에도 돈 쓸 일이 없고,책을 읽고 도(道)를 이야기하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 않으며,자신을 깨끗이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는 돈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성찰하면 세상 맛에서 초탈하게 될 것이니 탐욕스러운 마음이 또 어디로부터 나오겠는가?

-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에서

[논제] 제시문 (가)에 나타난 현대 소비사회의 특성을 제시하고 오늘날 (나)의 삶의 방식 이 (가)의 소비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술하시오. (2004 이화여대 논술고사 문제 변형)

⊙ 예시 답안 : 김연지 (신림고)

제시문 (가)에 나타난 것처럼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상품화가 되어 소비되고 있다.

소비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기호의 질서에 흡수되어 버리고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가 되고 만다.

결국 소비과정에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소비사회에서는 모든 가치에 상품의 논리를 적용시킨다.

결국 소비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적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지배하는 원칙이 되어 버렸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그저 소비욕구만 왕성하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모르는 채 무조건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소비는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일 또한 상품화가 되고야 말았다.

'기부의 천사'라고 불리는 가수 김장훈은 어마어마한 돈을 어려운 사람들한테 기부하여 천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 방송국에서 '이미지 때문에 기부를 그만둘 수도 없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연예인의 이미지로 상품화된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마음까지도 상품화가 되어 버린 지금,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우선,현대인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시문 (나)에서 말했듯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면 자기만족을 얻게 되어 무조건적인 소비는 하지 않게 된다.

아무리 현대사회가 상품화되었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소비의 주체가 되어 소비생활을 한다면 현대 소비사회에서의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적 가치를 물질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우리사회 구성원들 각자의 가치의 재정비라고 할 수 있다.

⊙ 강평

위 논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 (가)에 나타난 현대 소비사회의 특성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 소비사회 속에 있는 현대인들이 제시문 (나)의 삶의 방식 앞에서 왜 갈등을 하게 되는지 이유를 밝히고 해소방안에 대해 논해야 한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인간은 기호화 되어 있고,기호의 조작으로 그 존재마저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점,심지어는 인간마저도 다른 물건처럼 상품화되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게 되었음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호화된 상품밖에 응시하지 못하게 된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이 담담하여 만족할 줄 알면 재물은 필요가 없다는 제시문 (나)의 메시지 앞에서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위 학생은 현대 소비사회의 특성을 첫 문단에서 잘 제시하고 있다.

소비과정에 인간이 없고 소비욕구만 왕성하여 맹목적인 소비만 하고 있다고 잘 표현해주었다.

또한 가수 김장훈의 기부행위마저도 상품화되었다는 것을 인상적 사례로 제시해 주었다.

갈등의 해결방안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자,소비의 주체가 되자,정신적 가치를 물질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자는 의견제시도 좋다.

다만,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논제에서 요구한 갈등을 빚는 요구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답안이란 출제의도와 논제에 충실한 답안이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키면서 탄탄한 논증력과 창의적 표현력을 모두 갖춘 답안이 가장 훌륭한 답안이 되는 것이다.

백금자 신림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