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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졸보기] 37. 언어에 낀 거품 하나 '특·초'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경찰관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한다.

붙잡힌 여자들은 여지없이 30㎝ 자를 든 경찰관에게 무릎을 내보여야 하고, 경찰관은 무릎 위 치마 길이를 신중히 잰다.

1970년대 유신시대에는 이런 '해괴한' 일이 백주대로에서 종종 벌어졌다.

당시 있었던 경범죄 처벌법에 따른 미니스커트 단속 때문이었는데, 기준은 무릎 위 20㎝였다고 한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미니스커트는 흔한 것이고 종종 그 이상으로 아슬아슬하게 짧은 치마도 등장해 언론에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런 것은 대개 무릎 위 25㎝를 넘어서는 것이라는데,이를 미니와 구별해 초미니라고 부른다.

'초(超)'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어떤 범위를 넘어선' 또는 '정도가 심한'이란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초강대국,초음속,초만원 같은 단어를 만든다.

풀이에서도 드러나듯이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고 경험적으로 공유하는,다소 막연한 개념이다.

남발할 경우 과장된 표현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유달리 이 '초'나 '특'이 들어가는 말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음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 등 웬만한 것에는 습관적으로 '초'나 '특'을 사용한다.

이런 말의 사용은 과장·과시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긴 하지만,한편으로는 말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쓰는 훈련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A급도 모자라 '특A'라고 하고 특급도 성에 안 차 '초특급'이라 해야 한다.

매력도 그냥 매력은 눈에 띄지 않고 '초특급 매력' 정도는 돼야 비로소 눈길이 간다.

'초특급 애교,초특급 골뱅이무침,초특급 대박작전' 이런 식으로 '초특급'이 남발된다.

'초·특'의 남용은 무언가 부족해 일반화하지 못한 것이 특수·특별한 것인데 사람들이 이를 '특별한 것은 좋은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본래 '특수(特殊)'는 '평균적인 것을 넘음(뛰어남으로 순화)'이란 의미와 함께 '보편보다는 좁은 영역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뒤의 의미보다는 앞의 의미로 많이 알고 쓰기 때문에 특수·특별은 '더 좋은 것'이란 그릇된 개념이 자리잡게 된 것 같다.

이런 표현은 별 근거도 없이 쓰는 사람에 따라 대상을 주관적,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조심해서 써야 할 말들이다.

막연하게 '최대,최고,최초' 같은 최상급 표현도 이런 오류에 해당한다.

이런 말을 남용하면 모두 과장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최대 규모의 사은품을 준비' '초대형 행사를 열다' '초특급 서비스를 제공' '세계 최고의 품질' 같은 표현이 그런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