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21계명' 꼭 기억하자
논술 1계명.
논지는 세세하게, 사실은 간략하게
지난 시간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주었다.
모두 풀어보았는가?
"산업혁명 이후로 계속된 교통과 통신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공업의 발달은 인류에게 많은 물질적 풍요를 주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발전 지향적 사고에 따라 노력한 결과,재화의 생산량은 증대되고 공간거리는 단축된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가 더 이상 맨발로 걸을 수는 없었듯이,문명의 발달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2005년 대비 서울대 모의 논술 답안)
질문 ; 위 글의 문제점을 지적하라.
이 답안은 얼핏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답안이다.
그러나 실제 모의고사 때 교수들의 지적을 많이 받은 내용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첫 문장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둘째 문장부터가 문제이다.
둘째 문장은 크게 근거와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발전 지향적 사고에 따라 노력한 결과'가 근거이고, '재화의 생산량은 증대되고 공간거리는 단축된 것이다'가 결론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사람들이 산업혁명 이후 노력한 이유가 베이컨의 사고라는 하나의 이유로 환원될 수 있는 간단한 성질의 것인가?
또한 '아는 것이 힘이다'를 단순히 발전 지향적 사고로 표현하는 것도 너무 글의 수사적 부분만 신경 쓴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베이컨의 발전적 사고와 재화 생산량의 증대 그리고 공간거리의 단축이 인과적으로 바로 연결되는 부분은 논리적 비약이 매우 심하다.
정리해보면 이 글을 쓴 학생은 먼저 베이컨의 주장의 의미를 정확히 해명했어야 했다.
베이컨의 주장이 발전 지향적 사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베이컨의 권위에 의존해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 관계를 해명했다고 해도 재화의 생산 및 거리의 단축과 베이컨의 주장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관련되는지 밝혔어야만 했다.
이런 실수는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경우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떠한 자료를 인용하고자 할 때는 그 자료가 얼마나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는지 살펴본 후에 인용해야 할 것이다.
보통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근거가 참인가?
2. 근거가 결론과 연관이 있는가?
3. 근거가 결론을 결정적으로 지지하는가?
이 세 가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근거와 결론의 연관관계를 판단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논지를 세세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예는 많지만 이만 줄이고자 한다.
'사실은 간단하게'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논술은 크게 사실과 견해,두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사실의 출처가 되는 곳은 제시문과 배경지식이다.
현재 입시 논술에서 요구하는 사실의 출처는 배경지식보다는 제시문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학생들의 글을 보면 제시문에 이미 나와 있는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일이 많다.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글쓰기의 모습이다.
교수들은 압축적인 글쓰기를 좋아한다.
제한된 분량에 관련 내용을 누가 많이, 그리고 논리적으로 배열하느냐가 논술 평가의 중요 부분이다.
따라서 제한된 분량에 많은 내용을 쓰기 위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과감히 줄이는 것이 좋다.
제시문에서 근거를 가지고 온다고 할 때 위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근거는 제시문에 자세히 나와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 근거를 답안지에 다시 장황하게 써준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따라서 학생들은 이런 경우 '내가 그 근거를 제시문에서 가지고 왔다' 정도만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글을 써주면 된다.
그리고 남은 분량을 자신의 논거를 밝히는 데 할애하는 것이 좋다.
논술 2계명.
비교를 할 때는 기준을 명백히
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음 문제를 먼저 풀어보길 바란다.
해설은 다음 시간에….
(가) 몰입이란 온 힘을 다 쏟은 행동을 하게 될 때 사람들이 느끼는 총체적인 감정 상태를 뜻한다.
몰입 상태에서,행위란 행위자가 의식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는 내적인 논리에 따라서 행동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행위자는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면서 통합된 몰입으로서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몰입의 상태에서 행위자는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으며, 그 상태에서는 자아와 주변 환경,자극과 반응,과거-현재-미래 사이의 구분이 없다.
몰입은 '자기목적적인 경험'이라고 부르는 상태,바로 그것이다.
몰입 경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대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목적적인 것이다.
행위로 인해 어쩌다가 얻게 될 외적 보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몰입 자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행위에서든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전혀 즐거움을 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활동에서도 몰입은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깊은 몰입'은 메타사회적 주석을 제공한다.
암벽등반과 같은 자기목적적인 활동이 한 문화를 좀 더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사회에 대한 해석들이 반구조적인 것이거나 친구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가?
달리 말해서,이런 해석들은 새로운 구조들을 가리키는 것인가,아니면 기존 구조들을 단순히 무시하거나 철회하려는 것인가?
암벽등반이 메타사회적 주석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다음에 인용한 어느 암벽 등반가의 심층 몰입 경험에서 이러한 물음들이 거론되고 있다.
"등산보다 인간에게서 최고의 것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정신과 육체를 정상에 올라야 한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도록 들들 볶아대지는 않으니까요.
나를 괴롭히고 강제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지요.
동료들은 전적으로 똑같이 느끼는 함께 있는 전부일 뿐입니다.
이 동료들보다 더 믿을 만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은 더욱 깊숙이 몰입하게 되는,당신과 똑같은 자기 훈련을 거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겉모습의 허물을 벗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이러한 유대야말로 그 자체로 황홀경이지요.
투자는 더 큰 것입니다.
자신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요.
육체는 전진하고 모든 것은 고통을 줍니다.
그러고 나면 그런 자신을,자신이 한 일을 경이로움 속에 되돌아보게 되지요.
이것이 당신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줍니다.
황홀경을,자기 충족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최소한 한순간만이라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다면,세상에서 행하게 되는 싸움은 훨씬 쉬운 것이 됩니다.
때때로 그것이 이 우주 시대에 나 자신의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없다면 여기서 1주일도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도시에서는 끌어낼 수 없는 용기를 주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있는 너무나 많은 자극은 매연이고 수렁일 뿐입니다.
구름이 떠다니는 저 높은 곳에 오르면 겉모습은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사회에 대한 자의식은 가면과도 같은 거죠.
우리는 그것을 쓰도록 운명지어졌습니다.
저 높이 올라가면 어떠한 형식으로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위대한 기회와 마주하게 됩니다.
저 높은 곳에서는,세상이 입혀준 거짓 체면,복장,가면을 쓴 인간성,거짓된 자의식,거짓된 자기 인식을 떨쳐내게 됩니다.
사람들은 항상 잘못 소통하고 겉모습의 안개를 뚫고 깨부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됩니다.
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실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는 우주와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몫에 대해 결코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차,학교,파티 등을 생각할 뿐이죠.사람들은 술,마약을 통해서라도 항상 무언가를 찾습니다.
가장 가까이는 자연을 통해서 그것에 이를 수 있습니다.
등산은 인간의 깊은 틈에 대해 배우면서 육체와 마음을 수련하게 해줍니다.
저 높은 곳에서 우리는 자연 속에 인간의 진정한 자리를 발견하게 되면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낍니다."
(나) 요즘 들어 '바다이야기'로 신문지면이 연일 뜨겁다.
바다이야기는 버튼을 눌러 컴퓨터 화면에 일정한 무늬가 뜨면 건 돈의 몇 배를 돌려주는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이 게임에 사로잡혀 직장과 가족을 잃었고 돈을 번 사람은 게임장 업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도대체 게임이 무엇이기에 이리도 많은 사람이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게임에 빠져드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댓값'과 '위험선호'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기댓값이란 일정한 확률이 주어진 상황에서 경제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용이다.
예를 들어,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이 1/3 이고 상금이 3만원이라면 기댓값은 이 둘을 곱한 값인 1만원이 된다.
따라서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이 커지거나 상금이 많아지면 기댓값은 올라가게 되고,확률이 작아지거나 상금이 적어지면 기댓값은 떨어지게 된다.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댓값은 동일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전 재산을 털어가며 게임에 빠져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단돈 10원도 걸기 싫어한다.
이는 위험선호도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위험선호도란 말 그대로 위험을 좋아하는 정도이다.
경제학에서는 기댓값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위험중립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들은 기댓값이 건 돈보다 크거나 같을 때 게임을 하는 사람이다.
반면 위험 그 자체를 즐겨 기댓값이 건 돈보다 작은데도 게임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
이들을 '위험선호적'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위험을 극히 싫어해 기댓값이 건 돈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참가하지 않거나 돈을 극히 적게 거는 부류가 있다.
이들을 '위험기피적'이라고 한다.
도박 중독자들은 대체로 위험선호적인 사람들이다.
확률적으로 건 돈보다 더 적은 돈을 따게 됨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즉,게임을 통해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훨씬 큰데도 위험 그 자체를 즐겨 게임을 하게 된다.
이들은 안전하게 돈을 버느니 스릴 있게 돈을 버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버는 돈이 적더라도 말이다.
질문 ; 윗글에서 제시된 암벽등반의 몰입 경험과 도박 중독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시오.(300자 내외)
권호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
논술 1계명.
논지는 세세하게, 사실은 간략하게
지난 시간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주었다.
모두 풀어보았는가?
"산업혁명 이후로 계속된 교통과 통신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공업의 발달은 인류에게 많은 물질적 풍요를 주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발전 지향적 사고에 따라 노력한 결과,재화의 생산량은 증대되고 공간거리는 단축된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가 더 이상 맨발로 걸을 수는 없었듯이,문명의 발달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2005년 대비 서울대 모의 논술 답안)
질문 ; 위 글의 문제점을 지적하라.
이 답안은 얼핏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답안이다.
그러나 실제 모의고사 때 교수들의 지적을 많이 받은 내용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첫 문장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둘째 문장부터가 문제이다.
둘째 문장은 크게 근거와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발전 지향적 사고에 따라 노력한 결과'가 근거이고, '재화의 생산량은 증대되고 공간거리는 단축된 것이다'가 결론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사람들이 산업혁명 이후 노력한 이유가 베이컨의 사고라는 하나의 이유로 환원될 수 있는 간단한 성질의 것인가?
또한 '아는 것이 힘이다'를 단순히 발전 지향적 사고로 표현하는 것도 너무 글의 수사적 부분만 신경 쓴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베이컨의 발전적 사고와 재화 생산량의 증대 그리고 공간거리의 단축이 인과적으로 바로 연결되는 부분은 논리적 비약이 매우 심하다.
정리해보면 이 글을 쓴 학생은 먼저 베이컨의 주장의 의미를 정확히 해명했어야 했다.
베이컨의 주장이 발전 지향적 사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베이컨의 권위에 의존해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 관계를 해명했다고 해도 재화의 생산 및 거리의 단축과 베이컨의 주장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관련되는지 밝혔어야만 했다.
이런 실수는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경우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떠한 자료를 인용하고자 할 때는 그 자료가 얼마나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는지 살펴본 후에 인용해야 할 것이다.
보통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근거가 참인가?
2. 근거가 결론과 연관이 있는가?
3. 근거가 결론을 결정적으로 지지하는가?
이 세 가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근거와 결론의 연관관계를 판단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논지를 세세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예는 많지만 이만 줄이고자 한다.
'사실은 간단하게'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논술은 크게 사실과 견해,두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사실의 출처가 되는 곳은 제시문과 배경지식이다.
현재 입시 논술에서 요구하는 사실의 출처는 배경지식보다는 제시문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학생들의 글을 보면 제시문에 이미 나와 있는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일이 많다.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글쓰기의 모습이다.
교수들은 압축적인 글쓰기를 좋아한다.
제한된 분량에 관련 내용을 누가 많이, 그리고 논리적으로 배열하느냐가 논술 평가의 중요 부분이다.
따라서 제한된 분량에 많은 내용을 쓰기 위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과감히 줄이는 것이 좋다.
제시문에서 근거를 가지고 온다고 할 때 위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근거는 제시문에 자세히 나와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 근거를 답안지에 다시 장황하게 써준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따라서 학생들은 이런 경우 '내가 그 근거를 제시문에서 가지고 왔다' 정도만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글을 써주면 된다.
그리고 남은 분량을 자신의 논거를 밝히는 데 할애하는 것이 좋다.
논술 2계명.
비교를 할 때는 기준을 명백히
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음 문제를 먼저 풀어보길 바란다.
해설은 다음 시간에….
(가) 몰입이란 온 힘을 다 쏟은 행동을 하게 될 때 사람들이 느끼는 총체적인 감정 상태를 뜻한다.
몰입 상태에서,행위란 행위자가 의식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는 내적인 논리에 따라서 행동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행위자는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면서 통합된 몰입으로서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몰입의 상태에서 행위자는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으며, 그 상태에서는 자아와 주변 환경,자극과 반응,과거-현재-미래 사이의 구분이 없다.
몰입은 '자기목적적인 경험'이라고 부르는 상태,바로 그것이다.
몰입 경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대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목적적인 것이다.
행위로 인해 어쩌다가 얻게 될 외적 보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몰입 자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행위에서든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전혀 즐거움을 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활동에서도 몰입은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깊은 몰입'은 메타사회적 주석을 제공한다.
암벽등반과 같은 자기목적적인 활동이 한 문화를 좀 더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사회에 대한 해석들이 반구조적인 것이거나 친구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가?
달리 말해서,이런 해석들은 새로운 구조들을 가리키는 것인가,아니면 기존 구조들을 단순히 무시하거나 철회하려는 것인가?
암벽등반이 메타사회적 주석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다음에 인용한 어느 암벽 등반가의 심층 몰입 경험에서 이러한 물음들이 거론되고 있다.
"등산보다 인간에게서 최고의 것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정신과 육체를 정상에 올라야 한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도록 들들 볶아대지는 않으니까요.
나를 괴롭히고 강제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지요.
동료들은 전적으로 똑같이 느끼는 함께 있는 전부일 뿐입니다.
이 동료들보다 더 믿을 만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은 더욱 깊숙이 몰입하게 되는,당신과 똑같은 자기 훈련을 거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겉모습의 허물을 벗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이러한 유대야말로 그 자체로 황홀경이지요.
투자는 더 큰 것입니다.
자신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요.
육체는 전진하고 모든 것은 고통을 줍니다.
그러고 나면 그런 자신을,자신이 한 일을 경이로움 속에 되돌아보게 되지요.
이것이 당신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줍니다.
황홀경을,자기 충족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최소한 한순간만이라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다면,세상에서 행하게 되는 싸움은 훨씬 쉬운 것이 됩니다.
때때로 그것이 이 우주 시대에 나 자신의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없다면 여기서 1주일도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도시에서는 끌어낼 수 없는 용기를 주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있는 너무나 많은 자극은 매연이고 수렁일 뿐입니다.
구름이 떠다니는 저 높은 곳에 오르면 겉모습은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사회에 대한 자의식은 가면과도 같은 거죠.
우리는 그것을 쓰도록 운명지어졌습니다.
저 높이 올라가면 어떠한 형식으로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위대한 기회와 마주하게 됩니다.
저 높은 곳에서는,세상이 입혀준 거짓 체면,복장,가면을 쓴 인간성,거짓된 자의식,거짓된 자기 인식을 떨쳐내게 됩니다.
사람들은 항상 잘못 소통하고 겉모습의 안개를 뚫고 깨부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됩니다.
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실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는 우주와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몫에 대해 결코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차,학교,파티 등을 생각할 뿐이죠.사람들은 술,마약을 통해서라도 항상 무언가를 찾습니다.
가장 가까이는 자연을 통해서 그것에 이를 수 있습니다.
등산은 인간의 깊은 틈에 대해 배우면서 육체와 마음을 수련하게 해줍니다.
저 높은 곳에서 우리는 자연 속에 인간의 진정한 자리를 발견하게 되면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낍니다."
(나) 요즘 들어 '바다이야기'로 신문지면이 연일 뜨겁다.
바다이야기는 버튼을 눌러 컴퓨터 화면에 일정한 무늬가 뜨면 건 돈의 몇 배를 돌려주는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이 게임에 사로잡혀 직장과 가족을 잃었고 돈을 번 사람은 게임장 업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도대체 게임이 무엇이기에 이리도 많은 사람이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게임에 빠져드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댓값'과 '위험선호'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기댓값이란 일정한 확률이 주어진 상황에서 경제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용이다.
예를 들어,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이 1/3 이고 상금이 3만원이라면 기댓값은 이 둘을 곱한 값인 1만원이 된다.
따라서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이 커지거나 상금이 많아지면 기댓값은 올라가게 되고,확률이 작아지거나 상금이 적어지면 기댓값은 떨어지게 된다.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댓값은 동일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전 재산을 털어가며 게임에 빠져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단돈 10원도 걸기 싫어한다.
이는 위험선호도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위험선호도란 말 그대로 위험을 좋아하는 정도이다.
경제학에서는 기댓값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위험중립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들은 기댓값이 건 돈보다 크거나 같을 때 게임을 하는 사람이다.
반면 위험 그 자체를 즐겨 기댓값이 건 돈보다 작은데도 게임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
이들을 '위험선호적'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위험을 극히 싫어해 기댓값이 건 돈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참가하지 않거나 돈을 극히 적게 거는 부류가 있다.
이들을 '위험기피적'이라고 한다.
도박 중독자들은 대체로 위험선호적인 사람들이다.
확률적으로 건 돈보다 더 적은 돈을 따게 됨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즉,게임을 통해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훨씬 큰데도 위험 그 자체를 즐겨 게임을 하게 된다.
이들은 안전하게 돈을 버느니 스릴 있게 돈을 버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버는 돈이 적더라도 말이다.
질문 ; 윗글에서 제시된 암벽등반의 몰입 경험과 도박 중독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시오.(300자 내외)
권호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