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졸보기] 34. '난들'○ '낸들'×
'나'와 '내'의 차이


"난들 그 일을 어찌 알겠느냐."

"낸들 이러고 싶겠니."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달리 익숙해진 것 중 하나가 '난들/낸들'이다.

어느 하나는 잘 못 쓰는 말 같기도 하고 또는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난들'이든 '낸들'이든 각각 '나'와 '내'에 '-ㄴ들'이 붙어서 된 말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ㄴ들'은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에 붙어 양보와 반문을 겸해 '-라 할지라도 어찌'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자음으로 끝나는 체언에는 '인들'이 온다.

이 역시 똑같은 보조사다.

다만 음운 환경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자넨들 어찌 하겠는가.'

'짐승인들 이보다 더하랴.'

'그들인들 양심이 없겠니.'처럼 쓰인다.

대개 헷갈리는 경우는 주격 '나'와 연결돼 쓰일 때다.

가령 '난들(낸들) 알겠소?'에서처럼 말할 때 사람들이 이를 '난들' 또는 '낸들' 하는 것이다.

이는 주격으로 쓰이는 말이 '나'와 '내'가 모두 흔하게 쓰이는 데서 오는 혼동인 것 같다.

문법적으로 볼 때 '낸들'은 틀린 말투다.

왜냐하면 이 경우는 '내'가 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인칭대명사 '내'가 쓰이는 환경은 딱 두 가지다.

첫째 1인칭 대명사 '나'가 주격 조사 '가'와 결합할 때(결합하면서 본래 형태가 변한 것으로, '내가 뭐랬니?' 따위).

둘째 '나의'가 준 말('내 동생, 내 집'따위)로 설명된다.


따라서 어느 경우든 '내'는 보조사 '-ㄴ들'과 결합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내'는 주격조사 '가'하고만 결합하고 다른 보조사와는 결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문법적 해석에 따르면 적어도 1인칭 대명사 '내'에 <보조사 '-ㄴ들' 앞에서 쓰인다>라는 용법을 새로 더하지 않는 한 '낸들'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나'는 '나를/나도/나로 말하면/나마저/나조차/나까지/나인들' 등 많은 조사들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따라서 이 '난들'은 1인칭 대명사의 원형인 '나'에 보조사 'ㄴ들'이 붙은 꼴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제 '나 자신'과 '내 자신'이란 표현 가운데 어느 쪽이 잘못인지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자신' 사이에 주격조사 '-가'가 올 환경이 아니므로 '내 자신'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나의 자신'이란 말 역시 올바른 표현이 아니므로 그 준말 '내 자신'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