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다산칼럼) 차기정부에서는 고령사회 토대 다져야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월30일자 A39면

이명박 당선인은 신정부의 국정운영 목표를 선진화로 내세우고 2008년이 선진화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시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우리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비전을 선진화로 택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달러 환율 하락 덕에 오랜 1만달러 덫에서 벗어나 겨우 2만달러에 턱걸이했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기엔 갈 길이 요원하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시작되는 2019년 이전에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면 선진국이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져 성장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전에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선진국이 되려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5% 이상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지금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경제선진국의 기준이라면 10년 후엔 그 기준이 4만달러 이상으로 멀리 달아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13대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향후 10년 동안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5%에 못 미치고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2019년 이전에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천연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로선 경제시스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중진국형 경제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선진국형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남다른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고 이것은 우리의 유일한 자원인 사람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평준화교육제도를 개혁해 교육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규제혁명과 개방확대를 통해 성장의 원동력인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협소한 국내시장을 세계로 확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다음에 새 리더십과 그 주변 참모들이 수사(修辭)로서의 선진화가 아니라 선진화철학과 사상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단기적 성과와 포퓰리즘에 애달아 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새 대통령 주변에 오랫동안 선진화에 대해 깊이 고뇌하고 언제라도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소명의식을 가진 지사형 실천적 사상가가 필요하다.

선진화를 위해 또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의 선진화 의식개혁이다.

'성장은 악이고 분배는 선이다''경쟁은 악이고 평준화는 선이다'라는 선입견과 시장원리와 개방화를 사악한 것으로 폄하하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한, 그 나라는 결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국부의 창출집단인 대기업, 엘리트, 부자를 지향해야 할 목표로 삼지 않고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시기하는 국민으로는 그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려스럽게도 신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세계경제의 침체,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 상승 등 출범 첫해부터 6% 경제성장률 목표치마저 달성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선진화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원칙에 입각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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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하락 따른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해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향후 정책과제' 연구보고서를 보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본 등을 최대한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대체로 수년간의 연평균 성장률과 비슷하며, 실제 경제성장률은 경기가 좋을 때는 잠재성장률을 웃돌고,경기가 나쁘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6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4.8%로 1990년대(연평균 6.5%)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외환위기 때를 제외한 1990~1997년(연평균 7.2%)에 비해서는 무려 2.4%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됐다는 것으로 차기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올해 6%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 약화 징조는 특히 다른 선진국이 걸어온 길과 비교해 볼 때 더욱 심각성을 드러낸다.

과거 대부분의 선진국은 성장세가 완만히 둔화되면서 안정 성장기에 진입한 반면 우리나라는 성장률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미만일 때 평균 3.9%였던 잠재성장률이 1만~2만달러 시대에는 2.7%로 1.2%포인트 정도 낮아졌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7.9%에서 4.9%로 3%포인트나 급락했다.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70년대 연평균 8.3%에서 2000~2006년에는 5.2%로 하락했다. 잠재성장률도 1990~1999년 연평균 6.5%에서 2000~2006년 연평균 4.8%로 낮아졌다.

나성린 교수가 칼럼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둔화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절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물적·인적자본의 증가세 둔화 및 활용도 저하, 생산성 향상 부진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는 일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구조적인 저성장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에서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투입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으나 생산성 향상이 성장을 주도하는 내연적 성장으로의 전환은 지체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나 교수와 한국은행 모두 교육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인적자원의 축적과 고도화만이 향후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완화, 개방확대 등을 통해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고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것도 기업활동을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여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