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6. 하기 싫은 공부를 왜 남는 장사라고 할까?
연예인과 공부의 경제학


탤런트 지망생인 고교생 K군은 '미래의 배용준'이 꿈이다.

연기학원과 기획사를 자주 드나들다 모처럼 TV 사극에 출연하게 됐다.

K군은 친구들에게 자랑했지만 아무도 TV에서 그의 얼굴을 찾지 못했다.

그의 배역이 챙 넓은 모자를 쓴 '퇴각하는 왜군3'이었기 때문.

K군은 조선군 엑스트라를 맡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조선군은 모자가 작아 얼굴이 화면에 잘 나오는데….

이처럼 고된 엑스트라 일도 감내할 만큼 연예인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반면 대부분 학생들은 공부를 한다.

좋아서 하고, 그냥 하고, 억지로도 한다.

아무리 싫어도 내 장래를 위해 꼭 공부를 해야만 할까?

연예인, 만화가,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데 왜 공부를 해야 할까?

과연 공부가 가장 쉽고 남는 장사일까?

오늘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연예인과 공부의 가치를 풀어보자.

⊙ 연예인,화려함 뒤의 그림자

과연 K군은 탤런트로 성공할 수 있을까.

무수한 연기·노래·안무학원에는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몰려든다.

연예인이 되려고 몸을 만들고 심지어 성형수술도 한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은 정말 부럽다.

대중들의 환호와 선망을 한몸에 받는 것은 물론 수입도 엄청나다.

배용준은 2005년 수입이 300억원이 넘어 세금으로 무려 97억원을 냈다.

유재석은 주간 방송 출연료로만 웬만한 직장인 연봉인 4000만원(연간 20억원)을 번다.

김태희는 지난해 CF 출연으로 50억원, 이효리는 30억원을 벌었다.

그러니 끼가 있고 외모에 자신 있다면 연예인을 꿈꾸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성공만 한다면!' 대박이고,수익률이 높은 직업일 테니까.

하지만 청소년들은 연예인들이 정상에 서기까지 들인 땀과 눈물은 보지 못한다.

당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부러울 따름이다.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죽하면 공부가 제일 쉽다고 했겠는가.

고만고만한 외모·연기력·가창력을 지닌 또래 연예인 지망생들 속에서 무슨 수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것인가.

엄청난 땀과 노력에다 돈까지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100 이상을 투자했다면 공통분모인 100까지는 하나마나한 셈이 된다.이는 곧 군비 경쟁과 같은 결과를 빚는다.

⊙ 이길 확률 1%도 안 되는 게임

연예기획사들은 몰려드는 지망생 중 가장 상품가치가 높아보이는 유망주들은 골라낸다.

이제 수많은 기획사들이 배출한 유망주들끼리 2차 경쟁이 벌어진다.

여기서 살아남아도 기라성 같은 선배 연예인들과 3차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동방신기 같은 인기 그룹이 탄생하기까진 100배, 1000배 많은 지망생들의 실패가 있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무수한 실패자 속에 성공 사례가 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K군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인기를 얻을 확률은 기껏해야 1%도 안 된다는 얘기다.

초과 수요(다수의 지망생)가 존재하는 곳에선 소수의 공급자(연예기획사들)가 가격을 좌우하는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의 CF 수입도 세금 떼고, 기획사 몫 떼고 나면 본인 몫은 30~40% 정도만 남는다.

겉으로 보이는 만큼 대단한 수익이 아니란 얘기다.

연예인의 8할 이상은 연예인이란 직업으로 버는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약 120만원)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조금 인기를 얻으면 대개 음식점, 인터넷 쇼핑몰 등 각종 사업에 손을 댄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위해서다.

⊙ 공부는 필수, 직업은 선택

현대 지식정보화 사회에선 문자 그대로 '아는 게 힘'이다.

뭘 하든지 공부해서 알아야 성공할 여지가 생긴다.

공부는 마치 저축과 같다.

여유 있을 때 저금했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다.

또한 공부는 등산과도 같다.

낮은 곳에선 경치가 안 보이지만 5부 능선, 8부 능선, 정상에서 각각 보이는 경치가 다르다.

먼 곳까지 보려면 정상에 올라야 한다.

그런 능력은 어떤 직업이든 공부에서 나온다.

만화가가 되려고 해도 그냥 그림만 잘 그려선 안 된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허다하게 많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의 재미난 대박 콘텐츠는 공부, 지식, 경험, 사색을 갖춘 극소수에게서 나온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1300만권이나 팔린 것은 그의 만화가 웬만한 책보다 더 깊은 '콘텐츠'를 담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타도 선수 수명은 기껏해야 10년 정도다.지금은 억대 연봉이라도 30줄에 접어들면 언제 주전에서 밀려 은퇴할지 모르는 신세가 된다.

감독·코치라도 되면 좋은데 이는 주전 경쟁보다 더 치열하다.

프로농구를 보면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한 만년 후보들이 오히려 감독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피아노를 못 치는 엄마들 중에는 뒤늦게 할머니께 "그때 왜 때려서라도 피아노 공부를 시키지 않았느냐"고 푸념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할머니는 엄마가 어렸을 때 꽤나 야단치셨는데 엄마가 농땡이 부린 것을 되레 화낸다고 하신다.

공부든, 피아노든 세월이 흐른 뒤에 누구 탓을 하랴.

다 자기 탓이지….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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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야구, 어느 쪽이 성공확률이 높을까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6. 하기 싫은 공부를 왜 남는 장사라고 할까?
A, B 두 학생이 있다.

A는 학교에서 주목받는 야구선수이고 B는 공부를 택했다.

어느 쪽의 성공 확률이 높을까.

한순구 연세대 교수가 「경제학 비타민」에서 들려주는 공부와 야구의 성공 확률을 살펴보자.

먼저 야구의 경우를 보자.

프로야구에는 1군 선수로 207명(2006년)이 등록돼 있다.

8개 팀이 팀당 25~26명인 셈이다.

프로선수의 수명을 10년으로 보면 해마다 20~30명 정도만 프로야구 1군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고교 야구팀은 58개가 있다.

A가 학교 야구부에서 가장 우수해도 그해 졸업하는 전국 고교 야구선수 중 30등 안에 들 확률은 50%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 웬만큼 잘 해선 1군 선수가 될 수 없다.

A는 주전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눈물 젖은 빵을 씹는 2군 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2군 선수의 연봉은 대략 2000만원 정도이고 돈·명예와는 거리가 멀다.

A는 그나마 야구에 소질이 있는 경우이고, 그해 100등 정도 실력이라면 2군에도 못 간다.

공부를 택한 B는 어떨까?

B가 같은 해 태어난 사람들 중에 50번째로 공부를 잘 한다면, 원하는 학교·학과에 무난히 입학하고 의사, 법관, 교수 같은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5000번째 공부를 잘 한다고 해도 명문대에 들어가 남들이 선망하는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5만번째 실력 있는 사람이라도 웬만큼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 프로야구 2군 선수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다.

게다가 프로야구 2군에서는 기껏 10년 버티기도 힘들지만, 공부를 하면 30년 가까이 일할 수 있다.

어떤 투자(선택)를 할 때 항상 고려하는 게 기대이익과 위험이다.

스포츠나 연예계는 '성공하는 소수'에게는 높은 명성과 돈을 안겨주니 기대이익이 높지만, 운이 없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다수에겐 최저 생계조차 어려우니 위험은 훨씬 크다.

반면 공부는 큰 돈은 못 벌지만 조금 운이 나쁘거나 능력이 처져도 나름 괜찮은 직장을 찾아 살 길이 열린다.

기대수익이 낮은 대신 위험은 더 낮은 투자인 셈이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