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1. 칼도 나의 벗이 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카리스마'의 어원이 '칼 있슴 마(나 칼있어 임마)'라고 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칼(刀)을 벗 삼아 살아간 사람이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무슨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2001학년도 가톨릭대 논술문제로 출제된 바 있는 유방선의 '서파 삼우설(西坡三友說)'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래의 글에서 시사하는 바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벗'을 별도로 구상하여 논술하시오.

서파 삼우(西坡三友)는 나의 벗 이이립이 지은 자기의 별호다.

그는 말했다.

"내가 벗들과 떨어져 혼자서 사니, 사람들이 나에게 벗을 구하려 하지도 않거니와 나도 또한 사람들에게 꼭 벗을 구하려 하지 않았네.

이에 세 물건으로 벗을 삼으니, 확대경으로는 불을 일으켜 무엇을 끓이는 일을 맡게 하고, 뿔잔으로는 술을 채우게 하고, 칼로는 생선을 다듬어 스스로 술을 붓고 스스로 마시니 이내 취하고 또 배부르다네.

이것이 내가 이들을 벗으로 취한 이유일세.

자네가 이 뜻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고맙겠네."

내가 말했다.

"벗을 삼는다는 것은 그 마음의 덕을 벗하는 것이니, 진실로 벗할 덕이 있다면 사람과 물건을 모두 벗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물건으로써 벗을 삼았다.

그러나 물건 중에 취하여 벗으로 삼을 만한 것이 유독 이것만이 아니거늘, 그가 하필 이로써 벗을 삼은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는 확대경은 불을 취하는 기구다.

한 번 불을 얻어 꺼지지 않게 하면 그 빛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어, 마치 마음의 밝은 덕을 한 번 밝혀서 그치지 않게 하면 그 밝은 것이 다하지 않은 것과 같다.

이 불을 취하는 자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면 반드시 날로 새롭고 또 새로워지는 공이 있으리니 어찌 화덕에 불을 피울 뿐이겠는가.

뿔잔이라는 물건은 가운데가 비어 있고 안쪽으로는 아래로 임하는 길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 밝거나 흐리거나 모두를 포용하는 아량을 품고 있다.

이 술잔을 쓰는 자가 술잔의 덕을 생각하면, 반드시 도를 즐기고 선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칼이라는 것은 쇠이다.

그 기운은 가을에 배합되고 그 덕은 예리한 데 있다.

그 예리함을 물체에 써서 진평(陳平)은 고기 썰기를 매우 균등히 하였고, 그 예리함을 정치에 써서 두여회(杜如晦)는 사건 처리에 결단을 잘하였다.

이 칼을 잡고 그 쓰이는 바를 잘 살피면 칼 쓰기를 여유있게 할 것이니, 저희가 어찌 감히 나의 옳은 말을 당하겠는가.

이 세 가지 벗들이 안으로 몸을 닦는 방법과 밖으로 백성에 임하는 도리를 갖추고 있으니, 공자가 일컬은 유익한 벗과 맹자가 논한 '고인을 벗으로 한다'는 말이 본래 이것이라 생각되네."

(출처 : 서거정의 '동문선' 제98권에 수록된 '서파 삼우설(西坡三友說)' 중에서)

[논제1] 윗글에서 암시된 '벗을 취하는 기준'을 첫 단락에 요약하시오.

[논제2] 자신의 '벗'을 2~3종류로 구상하여, 그렇게 구상한 이유를 설명하되 현대적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시오. <2001학년도 가톨릭대>

◈ 해설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지금까지 출제된 많은 논술 문제를 보면 '고전'의 일부를 제시문으로 주고 그와 관련된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 논술하도록 하는 유형이 많았다. 고전 속에 담긴 문제의식을 파악해 현실에 적용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버전으로 바꾸어 응용해보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분석적 이해력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위에 제시된 [논제 1]의 핵심은 '벗을 삼는다는 것은 그 마음의 덕을 벗하는 것이니 사람과 물건을 모두 벗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것과 확대경, 뿔잔, 칼이 지닌 덕이 무엇이기에 벗으로 삼은 것인지 밝히는 것이다.

[논제 2]는 자신의 주변에서 제시문에 나온 것에 비길 수 있는 벗을 찾아내어 벗을 삼는 이유를 설명하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벗으로 컴퓨터나 지우개, 연필, 샤프펜슬, 공책, 연필 깎는 칼, 책 등을 제시했다.

학생들 생활 속에서 찾은 근거들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주장과 근거의 관계가 논리적이며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논제 2] 예시 답안 : 임희준(신림고)

나의 벗은 '가르침과 교훈을 주는 벗''인내심을 길러주는 벗''내가 도와줄 수 있는 벗'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나의 벗은 꼭 사람일 필요 없이 위에서 말한 기준들에 적합하기만 하다면 세상 어느 것이라도 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다음으로는 '인내심을 길러주는 벗'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내심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인내심을 요(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대표적으로 느린 컴퓨터를 들고 싶다.

느린 컴퓨터를 할 때면 그 속도가 너무 느려 짜증을 내고 답답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느린 속도가 나에게 '인내심'을 길러주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벗이라 할 만하다.(후략)

◈ 강평

비슷비슷한 많은 답안지에 지루한 채점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여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창의적인 글은 과연 어떤 글일까?

위의 글을 한번 보자.

단순히 벗을 세 가지로 나열한 것이 아니고 벗을 '가르침(교훈), 인내심, 내가 도움을 주는 벗'의 세 종류로 나누어서 보고 있다.

또한 그냥 컴퓨터가 아니라 '느린 컴퓨터'가 자신에게 인내심을 길러주기 때문에 자신의 벗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글이라는 것은 창조적이라는 말과 구별해야 한다.

창의적인 글이라는 것은 기발하고 엉뚱한 글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접근, 다각적인 접근을 해서 쓴 글이다.

--------------------------------------------------------

이번 주부터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 밖 논술강의-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을 연재합니다.

신림고 백금자 선생님(국어·esra215@naver.com)은 서울특별시 교육청 사이버가정학습 '꿀맛닷컴'(www.kkulmat.com) 논술 지도교사,에듀넷 현장지원단 지식교류 운영진 등으로 활동하며, 대학원에서 박사과정(고전문학 전공)까지 밟고 있습니다.

백 선생님의 필명 '친절한 금자샘'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나온 이후로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친절한 금자샘'이 논제의 보물창고인 고전수필을 토대로 논술의 기본을 다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주실 것입니다.

계속해서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전국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개방합니다.

논술과 관련해 좋은 자료나 글이 있으면 언제든지 생글생글 제작팀으로 이메일(nie@hankyung.com)을 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