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곧장 맞부닥뜨려서,부리를,이마를,가슴뼈를,죽지를,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관통해서 새가 새에게 뚫린다고 쓴다

새떼는 새떼끼리 관통한다고 쓴다 이미 뚫고 나갔다고,날아가는 새떼끼리는 서로 돌아본다고 쓴다

새도 새떼도 고스란하다고,구멍 난 새 한 마리 없고,살점 하나,잔뼈 한 조각,날갯짓 한 개,떨어지지 않았다고 쓴다

공중에서는 새의 몸이 빈다고,새떼도 큰 몸이 빈다고,빈 몸들끼리 뚫렸다고,그러므로 空中이라고 쓴다.

- 위선환의 시,'새떼를 베끼다' 중에서

[닻별 황샘의 사통팔달 실전논술] 7. 새들 치킨게임을 하다 - 空
공원의 비둘기 떼들이나,가을의 철새들이 어떻게 접촉사고 한 번 내지 않고 하늘에서 공존하는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무리지어 일순간에 하늘로 날아 오르는 그 어지러운 광경을 보면서 새떼들이 질서 있게 날아오르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새떼들이 접촉사고를 내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위 시는 이런 의문을 풀어 주었다.

새떼들이 서로를 관통할 듯 마주보고 날아 오고 있다.

마치 두 대의 자동차가 양 방향에서 서로를 향해 돌진하듯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른 위기의 순간이다.

그러나 새때들의 충돌은 찬란하다.

한 조각의 살점과 깃털 하나도 남기지 않은 완전한 관통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시인은 하늘처럼 새떼들도 空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논술을 쓸 때도 우리는 저 새떼들처럼 空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空하라고 해서 생각이 없는 무뇌의 상태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관념이나 통념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역사는 주관적이라는 통념,웃음은 항상 긍정적이라는 관념을 벗어날 때,우리는 제대로 관통할 수 있다.'

논술로 대입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 중에는 믿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저런 아이가 합격했을까?

수업시간에 삐딱한 시선으로 따지는 듯한 말투로 늘 비아냥 거렸던 아이였는데….

그러나 그 학생은 표현과 행동 방식만 삐딱했었다.

학생은 남들이 웃음을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만 생각할 때,오히려 웃음이 공격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처음에는 도전이고 반항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조소와 풍자라는 웃음을 활용한 공격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웃으면 복이 온다는 긍정적인 명제로 머릿속이 꽉 차 있다보니,웃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관통시킬 수 없는 것이다.

어떤 명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비워보자.

그러면 새로운 사실을 관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웃음이 긍정적이기만 하다는 생각을 비울 때,새로운 생각이 관통할 수 있다.

미래 사회에는 부모 면허가 나온다는 글을 읽는다.

아이들 모두가 뜨악해 하면서도 한편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학대하고,보험금을 타낼 수단으로 여기는 현실이 더 심화되는 요즘 필요악으로 그런 면허가 나올 만하다는 것을 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화두를 두고 토론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 부모 면허가 필요하다,필요없다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그때 우리의 머리를 일순간에 비우게 하는 발언이 나왔다.

운전면허도 면허증을 따기 이전에 교육부터 하지 않느냐?

교육을 시키지 않고,면허증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맞다.

면허증의 필요 여부로만 머릿속이 꽉 차 있을 때,부모 교육이 선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의 생각을 통쾌하게 비워주었다.

논술을 쓸 때 승부로만 머리를 채우지 말자.승부를 초월해서 욕심과 생각을 비우자.

통념을 버린 무뇌아로 다시 태어나 보자.

그렇게 해야 제3의 초월적 견해가 영감처럼 들어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