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땅이요!" "만땅 넣어주세요."

행복 만땅,사랑 만땅,스트레스 만땅 식으로 우리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이 '만땅'이 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교육부에서 대입 수험생들을 위한답시고 홈페이지에 행사 공고를 냈는데,하필이면 문패가 '으라차차 기운 만땅'이었던 것이다.

잘 해 보려고 했다가 괜스레 망신만 당하고 서둘러 '으랏차차 기운내요'로 고쳤지만 호된 비판 속에 이미 32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뒤였다.

'만땅'은 많이 알려졌듯이 '찰 만(滿)'자에 영어의 탱크(tank)를 합성한 일본식 조어이다.

일본식으로 읽으면 '만탕쿠(まんタンク)'인데 이를 줄여 그냥 만땅이라 하는 말이다.

일본에선 가라오케[空(から)orchestra:노래는 들어 있지 않고 반주만 있는 음반이나 테이프.

또는 그것을 트는 장치.

'가짜 오케스트라'라는 뜻의 일본식 조어]나 가라쿠[空(から)cushion:민쿠션 치기로 순화],가오마담[顔(かお)madam:얼굴마담으로 순화] 식으로 영어 단어의 머리만 툭 잘라 합성한 단어를 숱하게 만들어 쓰지만 우리에겐 국적 없는 불구의 말일 뿐이다.

그래서 사전에서도 올림말로 다루지 않는다(이 가운데 '가라오케'는 사전에 오른 말이다).

다만 우리 언어 생활에 들어온 지 워낙 오래되고 빈번하게 쓰여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지속적인 국어순화 운동 덕분에 요즘 '만땅'은 '가득'이란 말로 점차 대체돼 가고 있다.

<표준 국어대사전>은 '만땅'의 순화어로 '가득,가득 채움,가득 참' 따위를 올리고 있다.

순우리말인 '가득'이 어감상으로도 부드럽고 의미 전달 면에서도 훨씬 경쟁력 있는 말임은 분명하다.

'으라차차'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데 함께 바꿨다.

'으라차차'는 말하는 이의 본능적인 놀람이나 느낌,부름,응답 따위를 나타내는 우리 고유의 감탄사이다.

이 말 역시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않았는데 정형화된 단어가 아니므로 받침을 넣어 '으랏차차'라고 하거나 짧게 '으라차/으랏차'라고 적는 게 모두 가능하다.

'만땅'과 함께 비슷하게 쓰이는 것으로 '입빠이' 또는 '이빠이'란 말도 있다.

일본에서 한자로 일배(一杯)라고 적고 '잇파이(い ぱい)'라 읽는 말인데,'가득히'라는 의미이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건너와 물이나 술을 마실 때 "이빠이 채워라"라고 하거나 주유소에서는 "이빠이 넣어 주세요"라는 식으로 쓰이곤 한다.

우리에게 더 좋은 말이 있으므로 모두 버려도 될 것들이다.

"엥꼬 났다,기름이 엥꼬다"라고 할 때의 '엥꼬'도 실생활에서 무심코 많이 듣고 쓰는 말이다.

이 말은 자동차 등의 연료통에 연료가 다 떨어졌다는 뜻인데 이 역시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에서도 엥꼬(えんこ)의 원래 의미는 '(어린아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거나 축 퍼져 있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의미가 확장돼 '(자동차 등이)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것인데,우리나라에서는 '차에 기름이 바닥 난 상태'로 굳어져 쓰이고 있다.

또는 엥꼬(えんこ)가 '엔진(エンジン) 고장(こし う)'의 앞글자만 따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설도 있다.

1995년 당시 문화체육부에서 고시한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 자료'에 따라 '바닥(남),떨어짐' 따위로 바꿔 써야 할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