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돌풍이라는데
주식과 채권에 비슷한 비중으로 투자,


투자 대상·지역 정해놓지 않고

고수익 자산 좇아다니며 자본차익 추구

'묻지마 투자' 부작용도

요즘 여의도 증권가는 물론 전국의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혼합형 투자신탁 1호'(이하 인사이트펀드)가 단연 화제다.

지난달 22일 판매되기 시작한 이 펀드는 판매 20일 만에 무려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공모펀드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마치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말 그대로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워낙 인사이트펀드에 돈이 몰리다 보니 증권가에선 인사이트펀드를 두고 각종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사이트펀드가 증시 자금흐름을 왜곡하고 있다거나,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부 오해와 편견이 깔려 있다는 것이 미래에셋 측 주장이다.

솔직히 경쟁사들의 시기심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의 3분의 1을 미래에셋이 차지하며 증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이런 질투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태풍의 핵으로 등장한 인사이트펀드는 무엇이고,여기에 얽힌 소문과 진실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인사이트펀드란

먼저 펀드는 주식형과 혼합형,채권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주식형은 자산의 60∼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며,채권형은 그 반대다.

혼합형은 주식과 채권에 비슷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인사이트펀드는 혼합형이다.

다만 다른 혼합형과 다른 점은 자산배분이 훨씬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사이트펀드는 투자 대상 지역과 자산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고수익 자산이 발견되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좇아가면서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극단적으로 주식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으면 주식 편입 비중을 0%로 가져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헤지펀드와도 같다.

일각에선 '인사이트(insight)'라는 단어가 의미하듯,미래에셋이 지난 10년간 펀드운용에서 키워온 통찰력과 직관력이 녹아들어가 있는 결정체라는 평가도 있다.

이 펀드의 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영국법인이 맡는다.

그러나 이 영국법인은 사실상 관리만 할 뿐 구체적인 자산배분 전략은 서울·홍콩·싱가포르·런던법인의 CIO(주식운용 최고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글로벌투자전략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투자전략위에서 각국의 시장상황에 비춰 매력적인 투자자산을 선별하고 토론을 거쳐 투자 비중을 조절하게 된다.

영국법인에 운용을 맡긴 것은 이 펀드가 세계 각국에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계좌 개설 등 투자절차를 가장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수료는 연 2.49∼3.39%로 국내 공모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 '몰빵 펀드' 아니다

인사이트펀드에 대해 '투자 대상에 제한이 전혀 없는 펀드'라거나 '매력적이라고 판단되는 자산에 100%를 투자하는 몰빵 펀드'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우선 이 펀드는 투자 대상이 국내외 주식 채권 어음 자산유동화증권 등 유가증권에 한정된다.

따라서 부동산 금 원유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는 할 수 없다.

만일 이들 실물자산에 대한 전망이 좋다면 부동산 금 원유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리츠펀드에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다.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전체 자산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이 펀드는 이론적으로는 특정 자산에 100%를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미래에셋 측의 설명이다.

아무리 특정자산이 매력적이라도 현실적으로는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분산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인사이트펀드 vs 바이코리아펀드

'인사이트펀드' 열풍은 여러가지 면에서 1999년 '바이코리아(Buy-Korea)펀드' 광풍과 오버랩되는 면이 많다.

당시 코스피지수 1000선 돌파의 주역이었던 바이코리아펀드는 1999년 3월 출시 후 그 해 말 약 77%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며 펀드시장을 평정했다.

이 시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217조원인 데 비해 바이코리아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을 당시 설정액은 12조원에 달했다.

전체 시총 대비 약 5%를 웃도는 막대한 규모이다.

이 펀드를 출시한 현대투신(현재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전신)은 업계 3위에서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이에 비해 지난 10월 중순 출시 이후 단기간에 4조원 가까운 자금을 모은 인사이트펀드를 비롯해 미래에셋의 주식형펀드에 들어가 있는 자금은 총 31조원에 달한다.

이는 바이코리아펀드의 두 배 이상이며,전체 주식형 펀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특정 회사의 펀드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해지면서 증시에서의 펀드 자금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주식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인사이트펀드를 내놓으면서 앞으로 펀드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며 "만일 대박이 나면 비슷한 유형의 '묻지마'식 투자가 유행할 것이고 실패하면 펀드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사뭇 달라진 만큼 미래에셋의 쏠림현상을 과거 바이코리아펀드의 독주 때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마인드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판단이 정확하고 빨라졌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의 방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바이코리아펀드를 회상할 때 어김없이 '광풍'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국내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으로 제2의 바이코리아 열풍을 가져온 미래에셋과 인사이트펀드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