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자자문회사의 A회장은 '가치 투자'를 모토로 내세웠다.

'가치 투자'가 거창한 듯 보이지만 그 분의 일화를 보면 쉽게 와 닿는다.

[닻별 황샘의 사통팔달 실전논술] 2. 껌에 앞서 껌종이를 생각하자 -전제 생각하기
A회장은 한국산 껌이 중국에서 히트를 친다는 기사를 읽고,색다른 투자를 하였다.

남들이 제과회사에 투자할 때,눈을 돌려 은박지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생각에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게 아닌데도 무릎을 치게 된다.

껌은 특성상 은박 종이에 포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껌이 팔리면 껌과 똑같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껌종이다.

그렇다면 은박지 회사도 호황을 누릴 것임이 분명하다.

'블루 오션'이라는 말을 몰라도 생각이 한 발짝만 더 나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투자였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한 발짝을 더 나가지 못하고 뒤늦게 무릎만 치는 것일까?

논술도 이와 같다.

창의적 사고라 하여 남과 다른 사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도통 아이디어가 반짝거리지 않는다.

고정적으로 흘러가는 사고의 방향을 한 번만 틀어 주면 좋은 발상이 나올 것 같은데,사실 그것이 어렵다.

논리적이라는 말을 쉽게 풀어 보면 '앞뒤가 맞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앞뒤가 맞다는 의미는 주장이 나오는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주장은 항상 전제에서 나온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에서 그 예를 찾아 보자.

솔로몬 왕은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자 앞에서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고 판결을 내렸다.

판결 자체만 놓고 보면 솔로몬 왕은 천하의 폭군이다.

백성들의 목숨을 물건처럼 가볍게 여기는 왕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솔로몬 왕의 판결에 깔린 전제를 생각해 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모성이 강한 어미는 자기 자식이 죽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솔로몬은 아이를 나누라는 명을 내렸다.

그래서 정확한 판결을 하고 현명한 왕이 되었다.

이처럼 전제를 생각하면 우리의 주장은 참이 되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거짓이 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삼단논법의 형식을 살려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고 하자.

모든 새는 난다.

닭도 새다.

그러므로 닭도 난다.

이 논증의 주장은 '닭도 난다'이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우리는 단순히 바보인 소치로 생각하고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할 뿐이다.

그러나 상대가 깔아 놓은 대전제인 '모든 새는 난다'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면 상대는 당황하게 된다.

"모든 새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닭은 못 난다"고 주장할 때,우리는 논리적인 사람이 된다.

대입 논술에서는 입장이 다르거나 견해가 다른 주장에 대해 반박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럴 때 '주장'만 보지 말고,'전제'를 찾아 보자.

상대의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면,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찾아 주는 것이 된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의 충고가 옳음을 입증하게 된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생각한다고 할 때,겁먹지 말고 상대의 주장에 내포되어 있는 전제를 찾아 보자.

A회장이 껌의 전제로 껌종이를 생각해 큰 수익을 얻었듯이 우리도 상대의 주장을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껌종이를 찾아 보자.

그렇다면 홈쇼핑이 호황을 누리는 요즘 우리는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

홈쇼핑에서 전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상품? 그것은 홈쇼핑만이 가진 독특한 전제는 아니다.

홈쇼핑은 직접 가서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보고 배달을 통해 물건을 받는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택배회사가 전제로 깔리게 된다.

그렇다면 홈쇼핑이 호황이라면,택배회사에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제를 찾는 사고를 한다면 우리는 논술에서도 창의적일 수 있고 투자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참 실용적인 사고 방법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논리적인 것은 앞뒤를 생각하는 것이다.

'앞뒤'에서 '앞'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전제이다.

오죽하면 '앞 전(前)' 자이겠는가? 전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껌종이다.

한번만 앞을 내다보며 껌종이를 찾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