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별 황샘의 사통팔달 실전논술] 1. 뭐든 세 번 반복하면 질린다
"화났지?" "아니야." "화났구나?" "아니라니깐!" "진짜 화났지?" "우이씨!"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지 조금 섭섭한 상태인데,굳이 재차 아니 재삼 확인하는 심보는 무엇인가?

미안해서라고 하지만 눈치 없는 반복에 화가 날 때가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두 번까지는 실수려니 하고 봐 주지만 세 번째 반복에서는 '욱!'하고 올라온다.

반복을 통해 강조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사람의 심리적 생체리듬에서는 용납이 안 된다.

가까운 사람이 자꾸 옆에서 반복해서 물어보면 없던 화도 생기는 판국에,반복되는 답안을 보며 꾹꾹 참고 있는 채점 교수들의 심정을 물어 무엇하겠는가?

쓰는 사람이야 고심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관성의 작용에 의해 재삼 반복한다.

다음은 서강대 논술 기출 문제에 대한 학생 답안의 일부분이다.

"특허의 획득이란? 개인 혹은 집단이 지닌 지식에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반면에 기술 공유란? 상호간의 약속을 통해 기술과 그것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두 기술 보유 방식의 공통점은 기술을 자본화하여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것이다."

세 문장으로 이루어진 위 글에서 마지막 서술어만 주목해서 보자.모두 '것이다'로 마무리 되고 있다.

확실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재삼 확인하는 듯 반복된 서술어는 무심결에 지겨운 느낌을 준다.

위 글을 쓴 학생은 이런 사실을 지적받기 전까지 자신이 동일한 서술어를 반복해서 쓰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시간에 쫓기고 내용도 신경 쓰고 맞춤법에 글씨까지 고려해야 하니 어디 서술어에 관심을 둘 여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서두의 이야기처럼 무심결에 반복해서 물어본 '화났지'라는 질문이 나중에는 상대를 약 올리는 경우가 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국어에서 서술어는 의미 전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단어이다.

다양한 어미를 통해 칠면조 이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변화무쌍한 서술어를 우리는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조금만 자신의 심리적 생체 리듬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민요의 운율을 보면 'aaba'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새야 새야 파랑 새야''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데까'처럼 세 번째 반복은 피한다.

그래야 읽는 이와 노래하는 이가 자연스럽게 질리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문장도 'aaba'의 법칙대로 쓰려고 신경을 써보자.자신이 쓴 글을 서술어만 떼어내어서 확인해 보면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무심결에 관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한번 쓴 서술어는 꼭 세 번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3'을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인가? (복 삼자라 그런가,삼세판이라 그런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서술어를 쓰지 않아 편하고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읽는 사람은 무심결에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읽히기 위해 쓴 글이라면 읽는 이의 심리적 생체 리듬도 고려해 주자.

대입 논술에서 한 문단은 많아야 5~6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다(40자×5=200자).

어떤 학생은 한 문단의 서술어가 모두 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세 번째 문장을 쓸 때는 조금 긴장을 하자.

습관이 되면 민요처럼 자연스럽게 상대가 흥얼거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위 학생의 글을 배운 대로 고쳐보자.

"특허 획득을 통해 개인 혹은 집단은 지식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진다.

반면 기술 공유란? 상호간의 약속을 통해 기술과 그것에 대한 책임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기술 보유 방식은 기술을 자본화하여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의식적인 리듬보다 생체적인 리듬이 우리에게 호소하는 바가 크다.

어렵지 않으니 다시 한번 주문처럼 세 번째 문장을 쓸 때 의식을 집중해 보자.

글쓰기 전문가라는 기자들도 무의식중에 서술어를 반복적으로 쓰는 것은 아닌지,오늘부터 생글생글에 실린 기사를 샅샅이 훑어보면 어떨까?

(참고로 학생들의 논술문에서 가장 많이 반복해서 쓰이는 서술어가 '것이다'이다.

무심결에 실수하지 않도록 '것이다'를 쓸 때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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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닻별 황샘의 사통팔달 실전논술'을 10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닻별이란 카시오페아 별자리의 순우리말로,'닻별 황샘'은 과천고 황현주 선생님(국어·pepaminttt@hanmail.net)의 필명입니다.

학생들이 논술이라는 큰 바다를 항해할 때 등대처럼 뱃길을 별빛으로 희미하게나마 밝혀주고 싶다는 의미랍니다.

학생들을 보다 잘 지도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닻별 황샘'은 논술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들을 쉽게 재미있게 풀어서 고쳐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전국의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개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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