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일정 수박겉할기씩 낭비

문화·경제·산업 등 현장을 견학함으로써 넓은 식견을 얻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수학여행이 최근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로 수학 여행을 떠나는 학교가 크게 늘고 있으나 수학여행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외로 수학여행을 정한 학교는 2004년 112개교,2005년 229개교에서 지난해에는 260개교로 갈수록 증가 추세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93개교 중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가 45곳으로 4년 전에 비해 15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국외 수학여행이 비용만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어를 사용하고 세계화 시대에 맞춰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지만 수박겉할기식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욱이 얼마 전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고교생의 성매매 사실은 해외 수학여행이 결코 교육적 측면만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무조건 외국 문화를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작년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김모군은 "해외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지만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양식을 접하기보다는 유적지나 문화재를 보는 데만 치중해 진정한 배움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실제로 봤다는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모군은 "해외 수학여행은 국내 수학여행에 비해 스케줄이 빡빡해 제대로 감상조차 하지 못했다.

통제가 힘들어 아이들끼리 뭉쳐 다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원 춘천고의 한 학생은 "준비과정도 힘들었고 경기도 좋지 않은데 해외로 간다고 주위 어른들의 반대도 심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부담이 되었다"며 아쉬웠던 점을 토로했다.

다행히 정부는 해외 수학여행에 대해 사전 교육을 강화하고 가급적 국내 수학여행을 권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시내고교 교감회의를 통해 수학여행 탈선 예방을 실시하기로 했고 강원도 교육청 역시 국외 수학여행에 한하여 출발 30일 전에 세부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문화관광부 관광산업본부 관광정책팀은 "최근 증가하는 초·중·고 해외 수학여행 수요의 국내 전환 유도를 위해 국내 수학여행 품질개선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7월에 국내 수학여행 활성화 세미나,수학여행 신개발코스 설명회를 가졌고 관계기관과 지속적 협의해 우수 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내관광진흥팀 역시 "해외 수학여행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 금년부터 수학여행 실태조사 실시 및 수학여행마트 운영,국내 수학여행 모델코스 개발과 홍보설명회 실시 및 자료집 발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문화관광부와 협력해 국내 수학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익한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나라 수학여행 길라잡이'라는 책자를 발간, 각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수학여행의 교육적 효과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수학 여행 본래의 취지에 부응하는지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승철 생글기자(울산 성신고 3년) tmdcjf23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