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쁜데도
보너스에 스톡옵션까지 두둑히…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127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는 2800만달러에 이르는 연봉을 받아갔다.
통상적인 급여(67만달러)와 함께 보너스(1850만달러),스톡옵션(868만달러) 등이 포함된 액수다.
이 회사 주주들은 실적이 나쁜데도 CEO가 보너스는 물론이고 스톡옵션까지 챙겨갔다며 분노했다.
포드 측은 "보잉사(社)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CEO를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대가"라며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미국에선 회사 수익 및 주주 배당금을 앞지르는 경영진의 고액 연봉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승자독식'이라는 차가운 자본주의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CEO 고액 연봉 논란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전문 경영인 체제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CEO 연봉 제한하자" 주주제안 급증
파이낸셜타임스,로이터 등 해외 유수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CEO들의 급여·상여금·스톡옵션·퇴직금 등을 모두 합한 평균 연봉(중앙값)은 500만달러로,지난 2년 동안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의 순익 증가율은 15%,주주배당금 증가율은 9%에 그쳐 CEO들의 연봉 상승률보다 낮았다.
CEO 연봉 상승률이 기업 실적의 향상 속도보다 빠르다 보니 기업들마다 CEO 연봉 책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고액 연봉 CEO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수 책정 등에 대한 주주 제안은 지난달 말 현재 266건이 제출돼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지금껏 미국에서는 유능한 CEO가 가지고 있는 경영 능력의 잠재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는 CEO의 연봉을 천정부지로 올려줘 미국을 전문경영인의 천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같은 고액 연봉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같은 논란은 점차 다른 국가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고액 연봉의 핵심은 스톡옵션
외신 보도를 보면 2005년 미국 CEO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평균 500배나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5년 전 140배 수준에서 격차가 세 배 이상 더 벌어진 것.이는 미국의 고액 연봉 CEO들이 정식 급여보다 스톡옵션을 통해 큰돈을 챙기고 있어서다.
회사로부터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은 행사 당시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큰 차익을 거둬들이게 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으로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수입이 더욱 커졌고 이는 일반 봉급 생활자와의 급여 격차를 더욱 넓히게 된 것.
야후의 테리 시멜 전 CEO는 지난해 총보수로 7170만달러를 받았지만 이 중 급여는 25만1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스톡옵션 등 급여 외 보수로 받았다.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공언한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지난 3년간 급여로 1달러씩만 가져 갔지만 가외로 540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아 실제 수입은 6억6000만달러를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밝혀졌다.
이처럼 CEO의 고액 연봉 행진을 주도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기업 경영을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대리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회사 주가가 올랐을 때 CEO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게 함으로써 회사 이익에 반하는 사적 이익 추구 가능성을 줄인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CEO가 스톡옵션 행사를 염두에 둔 채 단기 실적 향상에만 급급해 주가에 부담이 되는 공격적인 투자를 좀처럼 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을 쥐고 있는 주주들 입장에서도 주가가 오를만 하면 CEO의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 공급이 늘어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불만이 차츰 쌓여가고 있는 형편이다.
◎'독이 든 성배'라는 주장도
지난해 우리돈으로 약 1100억원의 연봉을 받은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은 "회사 경영에 관한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지는 가운데 회사가 실적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에 내 연봉은 공정하게 책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BOA는 지난해 211억달러의 순익을 올려 전년비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CEO가 받는 고액연봉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경영책임 부담에 따른 당연한 대가라는 견해도 있다.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언제라도 짐을 싸서 떠나야 하는 바늘방석 같은 자리인 만큼 재직하는 동안만은 높은 보수로 대우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은퇴나 사직 해고 합병 등의 이유로 회사를 떠난 CEO는 1478명이었다.
CEO 교체 사례는 2005년 1322명으로 급증한 이후 2년 연속 늘고 있는 추세다.
CEO에 대한 압력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부즈앨런 해밀턴이 전 세계 2500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57명의 CEO가 회사를 떠났다.
이 중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그만둔 비율은 1995년 2%에서 11%로 훌쩍 뛰었다.
이 중 강제로 쫓겨난 사례도 1995년 8명 중 1명꼴에서 지난해는 3명 가운데 1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CEO들이 고소득과 임기 보장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국내 헤드헌팅업체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누리는 고액 연봉과 매력적인 스톡옵션의 혜택은 높은 실적에 대한 기업 오너와 주주 및 투자자들의 기대를 동반하는 '독이 든 성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
보너스에 스톡옵션까지 두둑히…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127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는 2800만달러에 이르는 연봉을 받아갔다.
통상적인 급여(67만달러)와 함께 보너스(1850만달러),스톡옵션(868만달러) 등이 포함된 액수다.
이 회사 주주들은 실적이 나쁜데도 CEO가 보너스는 물론이고 스톡옵션까지 챙겨갔다며 분노했다.
포드 측은 "보잉사(社)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CEO를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대가"라며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미국에선 회사 수익 및 주주 배당금을 앞지르는 경영진의 고액 연봉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승자독식'이라는 차가운 자본주의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CEO 고액 연봉 논란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전문 경영인 체제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CEO 연봉 제한하자" 주주제안 급증
파이낸셜타임스,로이터 등 해외 유수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CEO들의 급여·상여금·스톡옵션·퇴직금 등을 모두 합한 평균 연봉(중앙값)은 500만달러로,지난 2년 동안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의 순익 증가율은 15%,주주배당금 증가율은 9%에 그쳐 CEO들의 연봉 상승률보다 낮았다.
CEO 연봉 상승률이 기업 실적의 향상 속도보다 빠르다 보니 기업들마다 CEO 연봉 책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고액 연봉 CEO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수 책정 등에 대한 주주 제안은 지난달 말 현재 266건이 제출돼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지금껏 미국에서는 유능한 CEO가 가지고 있는 경영 능력의 잠재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는 CEO의 연봉을 천정부지로 올려줘 미국을 전문경영인의 천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같은 고액 연봉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같은 논란은 점차 다른 국가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고액 연봉의 핵심은 스톡옵션
외신 보도를 보면 2005년 미국 CEO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평균 500배나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5년 전 140배 수준에서 격차가 세 배 이상 더 벌어진 것.이는 미국의 고액 연봉 CEO들이 정식 급여보다 스톡옵션을 통해 큰돈을 챙기고 있어서다.
회사로부터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은 행사 당시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큰 차익을 거둬들이게 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으로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수입이 더욱 커졌고 이는 일반 봉급 생활자와의 급여 격차를 더욱 넓히게 된 것.
야후의 테리 시멜 전 CEO는 지난해 총보수로 7170만달러를 받았지만 이 중 급여는 25만1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스톡옵션 등 급여 외 보수로 받았다.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공언한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지난 3년간 급여로 1달러씩만 가져 갔지만 가외로 540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아 실제 수입은 6억6000만달러를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밝혀졌다.
이처럼 CEO의 고액 연봉 행진을 주도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기업 경영을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대리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회사 주가가 올랐을 때 CEO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게 함으로써 회사 이익에 반하는 사적 이익 추구 가능성을 줄인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CEO가 스톡옵션 행사를 염두에 둔 채 단기 실적 향상에만 급급해 주가에 부담이 되는 공격적인 투자를 좀처럼 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을 쥐고 있는 주주들 입장에서도 주가가 오를만 하면 CEO의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 공급이 늘어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불만이 차츰 쌓여가고 있는 형편이다.
◎'독이 든 성배'라는 주장도
지난해 우리돈으로 약 1100억원의 연봉을 받은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은 "회사 경영에 관한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지는 가운데 회사가 실적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에 내 연봉은 공정하게 책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BOA는 지난해 211억달러의 순익을 올려 전년비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CEO가 받는 고액연봉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경영책임 부담에 따른 당연한 대가라는 견해도 있다.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언제라도 짐을 싸서 떠나야 하는 바늘방석 같은 자리인 만큼 재직하는 동안만은 높은 보수로 대우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은퇴나 사직 해고 합병 등의 이유로 회사를 떠난 CEO는 1478명이었다.
CEO 교체 사례는 2005년 1322명으로 급증한 이후 2년 연속 늘고 있는 추세다.
CEO에 대한 압력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부즈앨런 해밀턴이 전 세계 2500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57명의 CEO가 회사를 떠났다.
이 중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그만둔 비율은 1995년 2%에서 11%로 훌쩍 뛰었다.
이 중 강제로 쫓겨난 사례도 1995년 8명 중 1명꼴에서 지난해는 3명 가운데 1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CEO들이 고소득과 임기 보장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국내 헤드헌팅업체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누리는 고액 연봉과 매력적인 스톡옵션의 혜택은 높은 실적에 대한 기업 오너와 주주 및 투자자들의 기대를 동반하는 '독이 든 성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