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팬들이 모 학원 강사 C씨가 강의 내용에 슈퍼주니어를 인용한 것을 두고 사과를 요구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한 슈퍼주니어 팬이 지난 11일 C씨의 홈페이지에 강의 내용 중에 슈퍼주니어의 멤버를 '슈퍼주니어1', '슈퍼주니어2'…, '슈퍼주니어12' 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슈퍼주니어를 비하하는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린 데서 시작되었다. 그러자 학원 수강생들이 객관적으로 비하가 아니었을 뿐더러 수업을 위해 인용한 것이며, 다른 연예인들도 많이 인용되는데 왜 슈퍼주니어의 경우에만 문제가 되냐는 댓글을 올렸고 결국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은 12일 C씨 측에서 재빠르게 사과의 글을 올려 일단락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연예인들과 엮인 크고 작은 사건들이 팬클럽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 관계된 슈퍼주니어 팬들의 경우만 해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로부터 일촌신청을 거절당했다는 멤버 이특의 말을 듣고 김 선수의 미니홈피를 테러해 말썽을 빚었다. 이특은 김연아에게 일촌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가 말썽이 되자 재미있게 하려고 그런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털어 놓았다. 방송에서 인기 남자연예인과 파트너를 이루어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 여자 연예인은 미니홈피를 폐쇄해야 할 정도이다. 이 같은 맹목적인 연예인에 대한 추종으로 인해 선량한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낚시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친구가 학교 복도를 걸으며 모 그룹의 노래가 싫다고 말했다가 얼마 후 그 그룹의 팬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팬클럽 무서워 할 말도 못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팬클럽 문화가 폭력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팬클럽 간의 갈등도 문제다. DC인사이드 갤러리, 다음 텔레비존 등의 연예인 갤러리에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가수와 관련된 게시물에 비방이나 욕설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좋아하는 가수의 숙소 앞에서 매일 밤늦게까지 진을 치고 기다리면서 소란을 피워 동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김지영 군(이천고 3년)은 "요즘 팬클럽을 보면 연예인을 무슨 신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각자 할 일 하기도 바쁠 텐데, 특히 학생들이 학업이라는 본분은 잊고 연예인만 쫓아다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클럽 문화가 부정적인 면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팬클럽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슈퍼주니어 팬클럽 'ELF'의 회원인 이미나양(백화여고 3년)은 "김연아양 홈페이지를 테러하고 매일 밤 숙소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 극성팬들은 같은 팬인 나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의 과격한 행동으로 ELF의 좋은 모습도 다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네티즌에게 자신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 주기를 부탁했다. 널리 알려진 유명인, 특히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빗나간 스타 사랑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극성팬들이 건전한 스타 사랑을 통해 '빠순이' '박순희'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기 생글기자 (전북대사대부고 3년) raber@cy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