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충돌 막는 완충지대 설치 검토해 볼만"

반 - "54년간 유지해온 해상경계선 양보 안돼"

☞ 한국경제신문 8월14일자 A8면

[뉴스로 읽는 경제학] 북방한계선(NLL) 재설정해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과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의제로 올리지 않은 채 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경협의 가시적인 성과에 역점을 둔다는 방침 아래 개성공단 확대 등을 북한에 제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3일 언론인들과의 비공개 오찬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인 의제들을 갖고 회담에 임해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간 경제협력 등의 큰 주제를 갖고 남북 정상이 대화를 풀어가다보면 핵문제와 NLL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만복 국정원장도 이에 힘을 보탰다. 김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얘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또 NLL 문제가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설정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보고 답변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김 원장은 "NLL이 영토주권과 관련 있는 것이냐"는 정보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김 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10일 이 장관이 국회 통외통위에서 NLL의 성격에 대해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홍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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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을 좀 더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막는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 NLL문제를 의제화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NLL은 단순한 안보 개념이 아니라 영토 개념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왔다"면서 "사실상 '해상의 휴전선을 걷어내버리자'는 이 장관의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라며 비판했다. 한마디로 NLL은 정상회담의 의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북한은 군사적 보장이 필요한 경제협력사업을 해상경계선 문제와 연계해 온 만큼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NLL 재설정을 들고 나올 소지가 농후하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회담의제를 협의하기도 전에, 그것도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를 거론해 분란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진보진영,"NLL 해결책은 해상경계선 새로 긋는 일"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회담의 최대 난제로 예상되는 NLL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선 창조적 대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해상경계선을 새로 긋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1953년 정전협정 때 육지에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졌지만,공인된 해상경계선은 획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해상경계선을 새로 긋기가 어렵다면 '경계선 획정'의 난관을 우회할 수 있는 출구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는 등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분쟁수역의 평화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경계선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자는 것이다. 1992년 체결된 남북합의서에 이미 재설정 논의에 합의한 만큼 NLL 문제에 대해선 이제 전향적 자세를 보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경제협력사업을 해상경계선 문제와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NLL 재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평화도 경협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보수진영,"NLL 재설정은 역사적·법적 근거 없어"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마찬가지로 1953년 설정된 이래 54년간 유지돼온 해상경계선으로,남한이 실효적으로 지배해 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NLL은 영토 개념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NLL 재설정 주장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도 NLL을 잘 지켜오다가 1999년 연평해전 이후 휴전체제 불인정 차원에서 이를 분쟁화하는 억지를 부려왔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NLL 재설정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영해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하기 전부터 북한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항을 우리가 먼저 의제로 거론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NLL 재설정 문제로 북측과 타협해선 안 돼

우리 측은 NLL을 서해상에서 남북 군사력의 활동구역을 구분하고 군사적 충돌을 방지해 온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간주하며,지금까지 이를 실질적으로 관할해 오고 있다. 반면 북한 측은 NLL을 6·25전쟁 종전 당시 유엔군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으로,남북 간 무장충돌과 전쟁발발의 근원이라며 우리 측을 협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NLL 문제는 어느 한 쪽이 기존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타협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런데도 NLL문제에 대한 타협을 추구한다면 이는 북한 측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인 국경선 양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무장 등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NLL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NLL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 북한체제의 개혁·개방,대남 군사위협 완전 해소,상호 군사신뢰관계 증진 등 평화상태가 정착된 후 검토하는 게 순리다.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NLL(Northern Limit Line)=1953년 정전협정 직후 클라크(Mark Wayne Clark)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으로,북방한계선으로 불린다.

서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5개 섬 북단과 북한 측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의 중간선을 말한다.

1973년이후 북한이 서해 5개 섬 주변 수역을 연해라고 주장, 남북한간 충돌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남·북한이 화해 불가침,교류협력 등에 관해 합의한 기본 문서로, 1992년 9월 제8차 고위급회담에서 3개 부속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발효됐다.

서문과 4장 25조로 이루어져 있으며,11조에는 ‘남과 북의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해교전=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2척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면서 남한 해군 고속정에 갑자기 선제 기습포격을 하면서 발생했다.

교전은 25분만에 끝이 났지만 한국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으며 해군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