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학위위조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큐레이터 신정아씨의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를 필두로 굿모닝 팝스의 이지영 강사,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랑 교수, 유명 학원강사 등이 줄줄이 학위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경찰,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위 위·변조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단속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회에서 학위 위·변조를 근절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학위가 그 사람의 모든 정보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학벌 중시주의 태도를 반성하는 것이다.

학위 위조로 밝혀진 사람들 중에는 학위가 의심스럽지 않을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KBS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인 '굿모닝 팝스' 를 7년 동안 진행한 이지영씨의 학위위조사건에 대해 "이지영씨가 잘 가르치시니까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많았다. 이는 학위와 능력 간에 절대적인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석수사회과학연구소의 김석수 소장도 '지속해야 할 이지영의 <굿모닝 팝스>' 라는 그의 글에서 "그녀의 복권은 그녀를 응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와 이익을 사회에 준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 중시주의를 비판했다.

학위에는 2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는 학위 취득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기능이고,둘째는 학위취득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암시해 주는 신호 기능이다. 고용인 입장에서는 피고용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학위의 주로 신호기능에 의존한다.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학위의 두 번째 기능이 중요시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나머지 학위취득을 통해 능력을 쌓는 데 중점을 두었던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그리고 그 피해가 학위 위조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학위 위조가 만연하면 고용자들은 피고용인의 능력을 의심해 급여를 능력 평균에 맞추려 하게 된다. 그 결과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진 피고용자들은 고용시장에서 떠날 유인을 갖는다. 고용자들은 남은 피고용자들을 대상으로 평균급여를 하향조정하게 되고, 또다시 하향 조정된 평균급여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고용시장을 떠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노동시장에는 최하위 피고용인만 남게 된다. 결국 학위위조의 심화로 국내에는 저급 인력만 남게 될 것이며,고급인력은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심각한 학위위조문제를 퇴치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채용할 때 지원자의 학위보다 능력을 보는 방법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리더십, 상황대처능력, 협동능력 테스트 등 업무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었는가를 검증하는 시험을 치르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학위의 신호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학위취득을 까다롭게 만든다면 학위가 신뢰도 높은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를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대욱 생글기자(동북고 2년) maru_ra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