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국부 유출 심각…국가가 나서야할 때"
반 "영어 사교육ㆍ조기유학 부추길 우려"
☞한국경제신문 7월31일자 A10면
토익(TOEIC) 토플(TOEFL) 등을 대체할 국가 주도의 영어능력 평가시험이 2009년 하반기부터 실시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0일 초·중·고교생용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2009년 하반기부터,일반인용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2011년부터 각각 시행한다는 내용의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시험의 개발 및 시행을 담당할 가칭 '한국 영어능력평가재단'을 올해 중 설립키로 했다. 평가재단은 기존 영어시험을 개발,운영하고 있는 대학 중 희망 대학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 등이 참여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설립된다. 향후 응시료 수입 등을 재원으로 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은 초·중등 학생용과 일반인용으로 나뉘어 실시되며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4개 영역에서 치러진다. 토플 iBT(internet-Based Test) 방식처럼 인터넷 기반의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 최소 4회 이상 시험을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응시료는 토익보다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심은석 교육부 학교정책추진단장은 "영어시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다수 응시자가 토익 토플 등 외국에서 개발된 영어시험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외국 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영어 교육 및 평가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가 주도의 영어시험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한 해 영어평가시험 응시자 수는 269만명에 달했지만 이 중 76%가 토익 토플 등 외국에서 개발된 영어시험을 치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한 민간 영어시험 5개(PELT TESL TEPS ESPT MATE)가 공인돼 시행돼 왔으나 토익 토플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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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TOEFL)이나 토익(TOEIC) 등 해외 영어평가시험을 대체할 국가 주도의 영어능력 평가시험 실시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해외 영어시험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영어교육 및 평가 연구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으며,특히 국가영어시험으로 수능 영어평가를 대체하려는 발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공인하는 영어시험의 필요성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한 해 동안에만 토익·토플 응시로 인해 수천억원의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근래 들어서는 시험대란과 해외 원정시험 사태까지 빚고 있다. 특히 초·중·고교생까지 토익·토플에 매달리는 영어 과잉 현상의 해소는 발등의 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제도가 토익과 토플 시장을 대체하는 등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가 과연 토플·토익에 버금가는 공신력을 갖춘 국가영어시험제도를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내 국내외에서 공인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 측,"공신력 있는 영어시험제 만드는 데 국가 나설 때"
정부 당국은 토익과 토플시험으로 한 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시험수수료를 포함해 4000억원을 웃도는 등 국부 유출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토플 등 해외영어시험 응시자는 205만7000여명으로,우리 영어시험 시장의 76%를 차지했다. 그동안 민간 영어시험공인제도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텝스(TEPS)나 펠트(PELT) 등이 시행돼왔으나 해외 개발 시험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초·중·고교생 영어시험 응시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단계별로 시험이 치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4월의 '토플 접수대란'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해외 시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영어교육 및 평가연구 역량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 국가가 나서서 공신력 있는 영어시험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등,"사교육,조기유학 조장 등 부작용 몰고올 것"
이에 대해 전교조 등은 "국가영어시험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국가 영어시험으로 수능 영어평가를 대체하거나 공무원 임용 시 이를 참조하겠다는 식의 교육당국 발상은 영어 사교육과 조기 유학을 부추길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인 교육과시민사회는 "수능은 공교육을 완성하는 최종 결과물인데 교육부가 섣불리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가영어시험제 도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국가영어시험을 입시·취업 등에 활용하는 문제는 대학이나 기업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교육당국이 '한국영어능력평가재단'을 설립해 시험을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국제 수준의 시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는다.
◆시험 방식 내용에 만전 기하고 국제공인 받아야
토익·토플 응시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유출되고 시험대란까지 겪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국가 영어시험제 도입은 바람직한 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토플·토익에 버금가는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영어시험 가운데 외국 대학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으며 국내 영어시험 응사자 또한 전체의 4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국가영어시험이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비록 시일이 걸리더라도 시험 방식과 내용 등에 만전을 기하고,국제공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검증이 안 되면 대학과 기업이 채택을 꺼리게 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까닭이다. 1963년에 국가공인 영어시험(STEP)을 도입했지만 국제 인증을 받는 데 30년 이상이 걸린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국가시험으로 수능시험을 대체할 경우 사교육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여기에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당장 효과를 얻기 위해 섣불리 시행했다가 엄청난 화를 자초하는 사태가 발생해선 결코 안될 일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해외개발 영어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영어교육 및 평가 연구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학생용 시험은 2009년 하반기부터,일반용 시험은 2011년부터 각각 실시된다.
올해 안에 설립되는 한국영어능력평가재단이 시험 개발 및 시행 등을 맡게 된다.
◆해외개발영어시험=미국의 사설기관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직접 또는 국내 대행사를 통해 실시하는 토익(TOEIC)과 토플(TOEFL)이 대표적이며,응시자 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국내 시장의 76%를 차지한다.
토익은 1979년에 일본 대장성이 기업 비즈니스영어 능력 평가를 위해 ETS에 의뢰해 탄생했으며 우리나라에는 1982년에 도입됐다.
토플은 영어권 국가에서 대학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영어수준을 갖추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으로 ETS가 출제하고 주관한다.
1960년대 국내에 도입됐다.
◆국내 민간 영어시험공인제도=텝스(TEPS),토셀(TOSEL),플렉스(FLEX),펠트(PELT) 등을 꼽을 수 있다.
텝스는 서울대 어학연구소가 대학생과 일반인을 겨냥해 2000년에 선보인 것으로,실용영어 능력 측정에 주안점을 두고있다.
토셀은 EBS가 학생과 일반인을 겨냥해 2004년 9월 내놓은 것으로,인지단계에 따른 맞춤식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 "영어 사교육ㆍ조기유학 부추길 우려"
☞한국경제신문 7월31일자 A10면
토익(TOEIC) 토플(TOEFL) 등을 대체할 국가 주도의 영어능력 평가시험이 2009년 하반기부터 실시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0일 초·중·고교생용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2009년 하반기부터,일반인용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2011년부터 각각 시행한다는 내용의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시험의 개발 및 시행을 담당할 가칭 '한국 영어능력평가재단'을 올해 중 설립키로 했다. 평가재단은 기존 영어시험을 개발,운영하고 있는 대학 중 희망 대학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 등이 참여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설립된다. 향후 응시료 수입 등을 재원으로 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은 초·중등 학생용과 일반인용으로 나뉘어 실시되며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4개 영역에서 치러진다. 토플 iBT(internet-Based Test) 방식처럼 인터넷 기반의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 최소 4회 이상 시험을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응시료는 토익보다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심은석 교육부 학교정책추진단장은 "영어시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다수 응시자가 토익 토플 등 외국에서 개발된 영어시험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외국 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영어 교육 및 평가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가 주도의 영어시험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한 해 영어평가시험 응시자 수는 269만명에 달했지만 이 중 76%가 토익 토플 등 외국에서 개발된 영어시험을 치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한 민간 영어시험 5개(PELT TESL TEPS ESPT MATE)가 공인돼 시행돼 왔으나 토익 토플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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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TOEFL)이나 토익(TOEIC) 등 해외 영어평가시험을 대체할 국가 주도의 영어능력 평가시험 실시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해외 영어시험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영어교육 및 평가 연구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으며,특히 국가영어시험으로 수능 영어평가를 대체하려는 발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공인하는 영어시험의 필요성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한 해 동안에만 토익·토플 응시로 인해 수천억원의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근래 들어서는 시험대란과 해외 원정시험 사태까지 빚고 있다. 특히 초·중·고교생까지 토익·토플에 매달리는 영어 과잉 현상의 해소는 발등의 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제도가 토익과 토플 시장을 대체하는 등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가 과연 토플·토익에 버금가는 공신력을 갖춘 국가영어시험제도를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내 국내외에서 공인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 측,"공신력 있는 영어시험제 만드는 데 국가 나설 때"
정부 당국은 토익과 토플시험으로 한 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시험수수료를 포함해 4000억원을 웃도는 등 국부 유출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토플 등 해외영어시험 응시자는 205만7000여명으로,우리 영어시험 시장의 76%를 차지했다. 그동안 민간 영어시험공인제도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텝스(TEPS)나 펠트(PELT) 등이 시행돼왔으나 해외 개발 시험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초·중·고교생 영어시험 응시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단계별로 시험이 치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4월의 '토플 접수대란'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해외 시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영어교육 및 평가연구 역량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 국가가 나서서 공신력 있는 영어시험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등,"사교육,조기유학 조장 등 부작용 몰고올 것"
이에 대해 전교조 등은 "국가영어시험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국가 영어시험으로 수능 영어평가를 대체하거나 공무원 임용 시 이를 참조하겠다는 식의 교육당국 발상은 영어 사교육과 조기 유학을 부추길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인 교육과시민사회는 "수능은 공교육을 완성하는 최종 결과물인데 교육부가 섣불리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가영어시험제 도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국가영어시험을 입시·취업 등에 활용하는 문제는 대학이나 기업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교육당국이 '한국영어능력평가재단'을 설립해 시험을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국제 수준의 시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는다.
◆시험 방식 내용에 만전 기하고 국제공인 받아야
토익·토플 응시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유출되고 시험대란까지 겪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국가 영어시험제 도입은 바람직한 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토플·토익에 버금가는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영어시험 가운데 외국 대학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으며 국내 영어시험 응사자 또한 전체의 4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국가영어시험이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비록 시일이 걸리더라도 시험 방식과 내용 등에 만전을 기하고,국제공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검증이 안 되면 대학과 기업이 채택을 꺼리게 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까닭이다. 1963년에 국가공인 영어시험(STEP)을 도입했지만 국제 인증을 받는 데 30년 이상이 걸린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국가시험으로 수능시험을 대체할 경우 사교육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여기에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당장 효과를 얻기 위해 섣불리 시행했다가 엄청난 화를 자초하는 사태가 발생해선 결코 안될 일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해외개발 영어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영어교육 및 평가 연구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학생용 시험은 2009년 하반기부터,일반용 시험은 2011년부터 각각 실시된다.
올해 안에 설립되는 한국영어능력평가재단이 시험 개발 및 시행 등을 맡게 된다.
◆해외개발영어시험=미국의 사설기관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직접 또는 국내 대행사를 통해 실시하는 토익(TOEIC)과 토플(TOEFL)이 대표적이며,응시자 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국내 시장의 76%를 차지한다.
토익은 1979년에 일본 대장성이 기업 비즈니스영어 능력 평가를 위해 ETS에 의뢰해 탄생했으며 우리나라에는 1982년에 도입됐다.
토플은 영어권 국가에서 대학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영어수준을 갖추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으로 ETS가 출제하고 주관한다.
1960년대 국내에 도입됐다.
◆국내 민간 영어시험공인제도=텝스(TEPS),토셀(TOSEL),플렉스(FLEX),펠트(PELT) 등을 꼽을 수 있다.
텝스는 서울대 어학연구소가 대학생과 일반인을 겨냥해 2000년에 선보인 것으로,실용영어 능력 측정에 주안점을 두고있다.
토셀은 EBS가 학생과 일반인을 겨냥해 2004년 9월 내놓은 것으로,인지단계에 따른 맞춤식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