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국민의 생명 보호는 국가의 기본 의무"
반 - "과잉 보호…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
☞한국경제신문 8월2일자 A1면
아프가니스탄이 정부의 허가 없이 입국할 경우 처벌받는 법률상의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1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제2차 여권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아프가니스탄을 이라크,소말리아와 함께 새 여권법에 따라 무단 입국시 처벌받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여행금지국 지정은 외교통상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관보에 게재되면 효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24일 발효된 새 여권법에 따라 정부 허락 없이 여행금지국에 입국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1차 여권심의위원회에서 아프가니스탄 등 여행금지국을 무단 방문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심의했으나 국민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 위원의 반대 의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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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새 여권법이 시행에 들어간 후 여행금지국 지정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1일 여권심의위원회를 열어 아프가니스탄을 이라크,소말리아와 함께 새 여권법에 따른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정부 측 위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여행금지국 지정을 찬성하는 쪽에 손을 들었다. 지난달 말 회의에서 찬반 논란으로 결론을 유보했던 정부가 여행금지국을 지정하기로 결국 결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일부 민간위원들은 헌법(37조 2항)을 근거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극히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여행금지국 지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부 허가 없이 입국할 경우 처벌을 받는 여행금지국 지정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의 주장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문제는 최근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피랍 사건 등 갖가지 사태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도 과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생명보호보다 더 중시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반대측,"해외여행 제한은 국민 기본권 침해 행위"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해외여행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법률로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37조 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때문에 새 여권법으로 해외여행 자유를 제한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정부가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국민들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행정적 조치를 내려 현지로 떠나려는 국민이나,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민들이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다시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외교통상부는 피랍 사건 발생 이후 주한 아프가니스탄대사관 측에 요청,비자 발급을 중단시키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의 철수를 강력히 권유한 바 있다.
◆찬성측,"해외여행의 자유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
이에 대해 정부 당국과 보수진영 등에서는 여행금지국 지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인 만큼 여행이나 거주 이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여행 제한 경고를 무시하고 현지에 들어갔다가 인질로 잡힌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지 못하면서 기본권만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행금지국 무단 입국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여권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국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생명보다 소중한 자유는 없다는 얘기다. 현재 시행 중인 여행 유의·자제·제한·금지 등 4단계 여행경보 제도의 적용 대상국이 62개에 달하고 있지만 금지국 외에는 여행의 자유를 강제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 안전 위한 여행대상국 제한 바람직한 일
여행금지국 지정 문제는 자칫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나 다른 우방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문제는 정부의 해외 여행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이번 피랍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힌 한국인들은 정부의 여행 제한 경고를 무시하고 현지에 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해외 여행의 자유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로 볼 수 있다.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해외 여행 자유라는 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여행금지국을 지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결코 안 되며 여행금지국 지정은 현지 정세와 상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여권심의위원회=여행금지국 지정,입국금지 조치의 시행시기,체류자의 출국 시한 등을 결정하는 기구이다.
외교통상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 정부 관계자와 민간인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경보제도=외교통상부가 운영하는 대국민 해외여행 안내제도로 해외 안전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여행 유의·자제·제한·금지 등 4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며현재 총 64개국이 지정돼 있다.
여행유의는 신변안전에 주의를 해야 하며,여행자제는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하고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여행제한은 가급적 여행을 삼가며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귀국하고,여행금지는 방문금지,즉시대피,철수를 해야 한다.
여행경보국가는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이라크,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 등 3개국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있다.
◆개정 여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정부가 여행을 제한하는 위험지역이나 국가에 허가 없이 들어 갈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7월24일 발효됐다.
여행금지국가는 원칙적으로 방문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 - "과잉 보호…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
☞한국경제신문 8월2일자 A1면
아프가니스탄이 정부의 허가 없이 입국할 경우 처벌받는 법률상의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1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제2차 여권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아프가니스탄을 이라크,소말리아와 함께 새 여권법에 따라 무단 입국시 처벌받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여행금지국 지정은 외교통상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관보에 게재되면 효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24일 발효된 새 여권법에 따라 정부 허락 없이 여행금지국에 입국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1차 여권심의위원회에서 아프가니스탄 등 여행금지국을 무단 방문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심의했으나 국민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 위원의 반대 의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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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새 여권법이 시행에 들어간 후 여행금지국 지정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1일 여권심의위원회를 열어 아프가니스탄을 이라크,소말리아와 함께 새 여권법에 따른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정부 측 위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여행금지국 지정을 찬성하는 쪽에 손을 들었다. 지난달 말 회의에서 찬반 논란으로 결론을 유보했던 정부가 여행금지국을 지정하기로 결국 결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일부 민간위원들은 헌법(37조 2항)을 근거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극히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여행금지국 지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부 허가 없이 입국할 경우 처벌을 받는 여행금지국 지정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의 주장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문제는 최근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피랍 사건 등 갖가지 사태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도 과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생명보호보다 더 중시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반대측,"해외여행 제한은 국민 기본권 침해 행위"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해외여행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법률로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37조 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때문에 새 여권법으로 해외여행 자유를 제한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정부가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국민들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행정적 조치를 내려 현지로 떠나려는 국민이나,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민들이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다시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외교통상부는 피랍 사건 발생 이후 주한 아프가니스탄대사관 측에 요청,비자 발급을 중단시키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의 철수를 강력히 권유한 바 있다.
◆찬성측,"해외여행의 자유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
이에 대해 정부 당국과 보수진영 등에서는 여행금지국 지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인 만큼 여행이나 거주 이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여행 제한 경고를 무시하고 현지에 들어갔다가 인질로 잡힌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지 못하면서 기본권만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행금지국 무단 입국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여권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국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생명보다 소중한 자유는 없다는 얘기다. 현재 시행 중인 여행 유의·자제·제한·금지 등 4단계 여행경보 제도의 적용 대상국이 62개에 달하고 있지만 금지국 외에는 여행의 자유를 강제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 안전 위한 여행대상국 제한 바람직한 일
여행금지국 지정 문제는 자칫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나 다른 우방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문제는 정부의 해외 여행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이번 피랍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힌 한국인들은 정부의 여행 제한 경고를 무시하고 현지에 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해외 여행의 자유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로 볼 수 있다.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해외 여행 자유라는 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여행금지국을 지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결코 안 되며 여행금지국 지정은 현지 정세와 상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여권심의위원회=여행금지국 지정,입국금지 조치의 시행시기,체류자의 출국 시한 등을 결정하는 기구이다.
외교통상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 정부 관계자와 민간인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경보제도=외교통상부가 운영하는 대국민 해외여행 안내제도로 해외 안전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여행 유의·자제·제한·금지 등 4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며현재 총 64개국이 지정돼 있다.
여행유의는 신변안전에 주의를 해야 하며,여행자제는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하고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여행제한은 가급적 여행을 삼가며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귀국하고,여행금지는 방문금지,즉시대피,철수를 해야 한다.
여행경보국가는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이라크,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 등 3개국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있다.
◆개정 여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정부가 여행을 제한하는 위험지역이나 국가에 허가 없이 들어 갈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7월24일 발효됐다.
여행금지국가는 원칙적으로 방문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