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초고속 질주 두렵지만 학생들에게 희망을 가르치겠습니다"

"해외 나와보니 기업이 애국"

[논술교사 코너] 한경-전경련 주최 논술교사 중국 산업연수를 다녀와서
"중국의 변화속도는 시속 430km인 상하이 자기부상열차와 같다는 느낌입니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제2회 한경·전경련 논술교사 중국 산업연수에 참가한 남정문 교사(경북 봉화고)는 중국 경제의 초고속 질주를 상하이 푸둥공항~푸둥신구 간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에 비유했다. 조만간 항저우까지 연결될 이 자기부상열차는 28km 구간을 불과 7분에 달린다. 중국을 몇 차례 방문했던 남 교사는 "매번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뒤 배경이 달라져 있더라"며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 남 교사는 교육에 대한 중국의 과감한 투자와 수용 태세가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인근 쑤저우에선 세계적인 명문고교인 영국 이튼스쿨과 싱가포르국제학교까지 받아들였다. 이들 학교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신 중국인 영재 1개반 학생들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줘 글로벌 인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중국 연수에 참가한 28명의 논술교사들은 4박5일간 베이징 현대자동차,옌징맥주공장과 상하이 GM,이마트,바오산강철 및 푸둥신구 청사를 두루 방문했다.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비상하는 대국'을 직접 머리 속에 담아두려는 듯 교사들은 방문하는 곳마다 질문을 쏟아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베이징과 상하이는 한마디로 '공사 중'이었다. 두 대회를 치르고 나면 중국의 발전 속도는 빛의 속도로 빨라질 것임을 예감케 한다고 논술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김소연 교사(서울 영훈고)는 "이제 생각이든 행동이든 멈춰 있어선 안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 교사 출신인 현지 가이드(중국동포) 여은희씨는 "중국 경제는 이제 눈덩이를 하나 만들어 다듬고 있는데 이 눈덩이가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주민들의 도시 집중을 금지한 것 외에는 서방국가들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란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이현서 교사(경기 수지고)는 "교과서에선 중국을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만 가르쳤는데 호텔 서빙 등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 하나하나에서 대국이 어떻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현지인들에게 존경받는 모습에선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연산 30만대 규모인 베이징 현대차가 위치한 베이징 순의구(區)는 외자기업인 베이징 현대차를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논술교사 연수단이 방문하기 얼마 전까지 공장 앞 8차선 도로에는 순의구청에서 내건 "현대를 위해 복무하자" "현대를 따르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논밭뿐이던 순의구는 2002년 베이징 현대차가 들어오면서 고용이 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돼 경제 규모 면에서 베이징 시내 16개구 중 꼴찌였지만 지금은 4위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한상권 교사(대구 심인고)는 "국내에서 '기업' 하면 어두운 면부터 떠올렸는데 중국 땅에 새로운 기업문화를 이식하며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모습을 보니 기업이 곧 애국자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의 '거대함'에 놀랐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경기 교사(광주 인성고)는 "중국의 급부상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풀어낼지 걱정했지만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이란 점에서 희망도 보인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쳐 보겠다"고 다짐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이면서도 내수 수요를 맞추기에도 바쁜 바오산강철,한 해 500만대에 달하는 중국 자동차 내수시장 등 뭐든지 세계 최대인 중국이지만 아직 시민 의식이나 법·질서 면에선 후진적인 면이 많다. 이를 두고 "중국(China)은 한국과 '차이나'"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수학·과학 교사들은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중국의 교육·사회시스템에 큰 자극을 받았다. 이세연 교사(서울 명덕고)는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자극을 받아 스스로 정리가 잘 안 된다"면서도 "체화된 이 느낌은 앞으로 살아가고 가르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교사들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데,관광지만 돌아볼 것이 아니라 이처럼 변모하는 중국의 실상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상하이=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