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뭐야! 도대체 안전한 상품이 없잖아"
中 "오염된 육류제품 파는 건 또 어떻고"
지난 10일 한 중국 공직자의 사형 집행 소식에 세계의 이목이 몰렸다. 정샤오위 전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 국장(63)이 그 주인공. 1998∼2005년까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승인해주고 제조사로부터 649만위안(약 8억원)의 뇌물을 받은 죄였다. 그리고 중국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은 지 두 달 만에 최종심까지 가지 않고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중국 식의약품 안전을 담당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을 속전속결로 단죄한 것은 의미가 크다. 외신들은 세계적으로 중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가 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산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들이 죽고,중국산 장난감에 몸에 해로운 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비자들의 민심이 흉흉하다.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도 중국산 독성 치약이 적발되면서 중국 상품의 대외적 이미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안전성 문제는 국가 간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를 수입 금지한 데 이어 5월에는 중국산 치약의 수입을 전면 보류했다. 이달 초에는 중국산 메기,황어,장어,새우 등 양식 수산물에 금지 항목인 항생제와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며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미국의 중국 수산물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입 규제는 중국 수산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리창장 검역총국장은 "미국의 조치는 무차별적이고 수용하기 힘든 것"이라고 반박하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도 많은 경우가 수준 미달"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미국의 조치가 검역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내놨다.
중국은 같은 방식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이하 검역총국)은 지난 13일 미국산 육류제품이 살모넬라균과 육질 개선 첨가물,가축의약품 등에 오염돼 있다며 수입금지 대상 회사의 명단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포드를 비롯해 샌더슨팜스,카길미트솔루션 등 미국 7대 업체가 포함됐다. 프랑스 일본 호주 등 10여개국 식품에 대해서도 불합격 조치를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 같은 공방이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 속에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역 보복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전면적인 국제 무역분쟁의 초점이 '관세 및 쿼터(수입물량 제한)'에서 '안전 및 품질'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안전과 품질이라는 기준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기술과 분석 방법에 따라 어느 것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남용될 수 있고 해법을 찾기도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문제로 갈등하는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은 저렴한 중국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불어나는 대(對)중국 무역 적자로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상품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중국 상품에 대한 안전 검사를 강화하고 문제 발생시 무역 보복수단을 쓸 수 있도록 법안을 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선진국의 움직임은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에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수입품에 대해 점점 더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적용하자 이미 여러 개도국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국제무역기구(WTO) 위원회 회의에서 아르헨티나는 농약 잔류 기준에 대한 선진국들의 규정을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갈수록 부각되는 상품 안전성이 소비자 건강의 '보호막'이 될지 상대국에 대한 '무역장벽'이 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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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겪는 중국
인체에 치명적인 독이 든 치약,애완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료…. 잇단 '불량품' 파동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불량 제품 생산자를 엄벌하는 등 강력한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문제가 금방 시정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강력한 통제 체제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왔던 중국이 안전 기준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혼란까지 지적되고 있다.
이번 제품 안전성 논란은 품질보다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열중해온 중국 업계의 고질병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이제까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빠르게 세계 시장을 파고 들었고 세계 3위의 교역국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군데군데서 터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극심한 환경 오염이다. 최근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중국은 몇 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전망이다. 산업 활동으로 오염된 공기와 물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고 우리나라 등 이웃에도 황사 피해나 서해 오염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청정 기술 도입과 정부 차원의 감독 없이는 '환경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은 도시의 물가도 끌어올렸다. 특히 개발 바람이 불면서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땅값은 곱절로 뛰었다. 커지는 빈부 격차도 중국 사회의 위협 요인이다. 도시 평균 소득은 농촌의 3.2배로 뛰었고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중국 국민들의 심리를 파고든 부자되기 열풍은 주식시장 과열로 이어졌다.
해외 석유자본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에너지 안보는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의 국영기업이 석유 산업 개발을 위해 이란 수단 등 위험지역을 무릅쓰는 것도 그 이유다. 이 외에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사회안전망과 연금체제,무너지는 전통적 가치 등 중국이 극복해야 할 성장통은 만만치 않다.
中 "오염된 육류제품 파는 건 또 어떻고"
지난 10일 한 중국 공직자의 사형 집행 소식에 세계의 이목이 몰렸다. 정샤오위 전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 국장(63)이 그 주인공. 1998∼2005년까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승인해주고 제조사로부터 649만위안(약 8억원)의 뇌물을 받은 죄였다. 그리고 중국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은 지 두 달 만에 최종심까지 가지 않고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중국 식의약품 안전을 담당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을 속전속결로 단죄한 것은 의미가 크다. 외신들은 세계적으로 중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가 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산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들이 죽고,중국산 장난감에 몸에 해로운 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비자들의 민심이 흉흉하다.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도 중국산 독성 치약이 적발되면서 중국 상품의 대외적 이미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안전성 문제는 국가 간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를 수입 금지한 데 이어 5월에는 중국산 치약의 수입을 전면 보류했다. 이달 초에는 중국산 메기,황어,장어,새우 등 양식 수산물에 금지 항목인 항생제와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며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미국의 중국 수산물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입 규제는 중국 수산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리창장 검역총국장은 "미국의 조치는 무차별적이고 수용하기 힘든 것"이라고 반박하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도 많은 경우가 수준 미달"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미국의 조치가 검역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내놨다.
중국은 같은 방식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이하 검역총국)은 지난 13일 미국산 육류제품이 살모넬라균과 육질 개선 첨가물,가축의약품 등에 오염돼 있다며 수입금지 대상 회사의 명단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포드를 비롯해 샌더슨팜스,카길미트솔루션 등 미국 7대 업체가 포함됐다. 프랑스 일본 호주 등 10여개국 식품에 대해서도 불합격 조치를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 같은 공방이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 속에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역 보복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전면적인 국제 무역분쟁의 초점이 '관세 및 쿼터(수입물량 제한)'에서 '안전 및 품질'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안전과 품질이라는 기준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기술과 분석 방법에 따라 어느 것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남용될 수 있고 해법을 찾기도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문제로 갈등하는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은 저렴한 중국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불어나는 대(對)중국 무역 적자로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상품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중국 상품에 대한 안전 검사를 강화하고 문제 발생시 무역 보복수단을 쓸 수 있도록 법안을 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선진국의 움직임은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에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수입품에 대해 점점 더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적용하자 이미 여러 개도국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국제무역기구(WTO) 위원회 회의에서 아르헨티나는 농약 잔류 기준에 대한 선진국들의 규정을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갈수록 부각되는 상품 안전성이 소비자 건강의 '보호막'이 될지 상대국에 대한 '무역장벽'이 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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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겪는 중국
인체에 치명적인 독이 든 치약,애완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료…. 잇단 '불량품' 파동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불량 제품 생산자를 엄벌하는 등 강력한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문제가 금방 시정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강력한 통제 체제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왔던 중국이 안전 기준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혼란까지 지적되고 있다.
이번 제품 안전성 논란은 품질보다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열중해온 중국 업계의 고질병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이제까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빠르게 세계 시장을 파고 들었고 세계 3위의 교역국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군데군데서 터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극심한 환경 오염이다. 최근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중국은 몇 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전망이다. 산업 활동으로 오염된 공기와 물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고 우리나라 등 이웃에도 황사 피해나 서해 오염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청정 기술 도입과 정부 차원의 감독 없이는 '환경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은 도시의 물가도 끌어올렸다. 특히 개발 바람이 불면서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땅값은 곱절로 뛰었다. 커지는 빈부 격차도 중국 사회의 위협 요인이다. 도시 평균 소득은 농촌의 3.2배로 뛰었고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중국 국민들의 심리를 파고든 부자되기 열풍은 주식시장 과열로 이어졌다.
해외 석유자본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에너지 안보는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의 국영기업이 석유 산업 개발을 위해 이란 수단 등 위험지역을 무릅쓰는 것도 그 이유다. 이 외에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사회안전망과 연금체제,무너지는 전통적 가치 등 중국이 극복해야 할 성장통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