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는 명찰 뗄 수 있도록 해야

저녁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 많은 고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이름이 붙은 교복 옷차림 그대로다. 문제는 교복에 부착된 명찰이 박음질식이어서 마음대로 떼고 붙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용당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K양은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교복을 입은 채로 놀러 갔었어요. 교보문고에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제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오는 거예요. 예수님을 믿냐고 물으시면서요. 모르는 사람이 이름을 부르는데,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라며 학교 밖에서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명찰을 다는 목적은 학생지도를 쉽게 하고, 선생님이 학생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학생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K양의 사례에서처럼 학교 밖으로 나가면 명찰은 학생을 보호하는 수단이 아닌 학생을 이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영신고의 김선일 선생님은 "흉포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명찰을 달고 다니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지금까지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박음질식 명찰로 인해 아이들이 이용당할 수도 있어요.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라며 박음질식 명찰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 선도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꼭 박음질식 명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학교에서 박음질식 명찰을 사용하는 것일까? 아마 탈부착이 가능한 명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교내에서 명찰을 부착해야 하는 교칙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과연 그런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최미라씨는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교복에 고리를 달아 학교 내에서는 명찰을 내 놓고, 하교 시에는 명찰을 주머니에 넣어 사용했는데, 꼭 그 방법이 아니더라도 학교 밖에서는 명찰을 내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좋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찰이 달린 교복을 입으면 그 학생의 학교와 이름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름을 통해서 미니홈피 검색을 하면 더 많은 개인의 정보를 알아 낼 수 있게 된다. 박음질식 명찰이 아닌 목걸이식 명찰이나 탈부착이 가능한 명찰을 사용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학생들을 보호, 선도하기 위해 명찰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그것이 악용될 소지가 높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 모두가 더 나은 방안을 생각할 때다.

김진수 생글기자(서울 영신고 2년) abc-08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