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외국인은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매매하나
주식시장의 수급(需給)을 좌우하는 주체로는 크게 개인과 기관,그리고 외국인이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증시 수급에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도 증시에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적으로 증시의 3대 주체라고 하면 개인,기관,외국인을 말한다. 여기서 '개인'은 일반투자자를 말하며,기관투자가의 줄임말인 '기관'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투신사(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을 일컫는다. '외국인'은 개인이든 기관이든 국적이 한국이 아니면 모두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개별 종목의 주가와 전체 상장사 주가의 총합인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는 모두 이들 증시 3대 주체의 사고파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특정 시기를 떼놓고 보면 언제나 증시의 수급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예컨대 1999∼2000년 IT(정보기술) 버블(거품)로 주가가 치솟았던 당시에는 개인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최대 매수세력으로 떠올랐고,2005년부터 2년간은 국내 기관이 증시 주도세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역사를 길게 펼쳐보면 국내 증시의 일관된 최대 주도세력은 바로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1992년 국내 증시가 외국인한테 전면 개방된 이후 15년간 국내 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고 팔며 주가를 좌지우지해 왔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떨어지고,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는 일이 지난 15년간 반복돼왔던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 팔까. 또 외국인이 사면 주가는 무조건 오르는 것일까.

◆외국인은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사나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에 대한 '식성'이 꾸준히 변해왔다는 것이다. 가령 1992년 국내 증시에 첫 발을 내딛은 외국인이 가장 먼저 사들인 주식은 바로 저(低) PER주들이었다. PER란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을 의미하며,회사의 수익가치에 비해 주가가 어느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ER가 낮으면 수익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식의 매입 기준으로 통용됐던 것으로,국내의 경우 1992년 이전에는 소수 기관들 사이에서나 알려진 개념이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가 개방되자마자 PER가 낮은 종목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며 주가를 폭등시켰다. 대한화섬,삼나스포츠,태광산업,연합철강 등이 그런 주식들이었다. 이들 종목은 불과 4개월 만에 주가가 무려 3∼4배씩 폭등했다. 이른바 '저 PER주의 반란'으로 불리는 시기가 바로 이 때였다. 외국인은 이후 자산주→저PBR주→대형주→업종대표주→지주회사주 등의 순서로 대상을 바꿔가며 국내 주식을 사들여왔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외국인의 '식성'에도 나름대로 일관된 흐름이 엿보이는데,그것은 바로 우량주를 꾸준히 사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큰손들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참고하는 몇 가지 잣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MSCI지수다. MSCI지수란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미국 모건스탠리가 각국 증시의 투자 판단을 위해 만든 지표로,세계 주요국의 대표 우량주들만 골라내 만든 지수다. 국내 상장기업 중 MSCI지수 산정을 위해 편입되는 종목은 모두 96개다. 이들 종목은 모두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로 해당 업종 내 1,2등 주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국인의 식성은 점차 잡식성으로 변하고 있다. 전혀 우량주라고 볼수 없는 코스닥시장의 소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사례도 간혹 나타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외국계 펀드 가운데서도 대형 펀드들 중심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했지만,국내 주식시장 덩치가 커지면서 이제는 소규모 헤지펀드들도 대거 국내 주식 매입에 가세하고 있다.

◆'외국인 따라하기'는 아직 유효한가

그동안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외국인은 수익률에서도 단연 1등이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을 따라가면 돈 번다"는 것이 증시의 속설처럼 굳어졌다. 외국인이 살 때 사고,팔 때 파는 전략이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에 개인과 기관,외국인 등 세 주체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국내 기관이 54.5%로 가장 높았고,개인은 46.7%로 그 다음이었다. 외국인은 개인보다도 훨씬 못한 25.8%에 그쳤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주식을 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무뎌졌기 때문일까? 지난해의 경우 외국인 수익률은 32.2%로 기관(21.0%),개인(-25.0%)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증권전문가들은 올 들어 외국인 수익률이 낮아진 것은 차익 실현에 주력한 결과로 풀이했다. 과거처럼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 중심으로 파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최근 들어 왜 한국 주식을 팔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유력한 분석은 '과거보다 많이 비싸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MSCI지수에 편입된 종목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PER는 과거 10배도 안됐지만,지금은 13.7배로 프랑스,영국 등 유럽 증시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 일본(18.2배),미국(15.8배),중국(15.4배)에는 뒤지지만 웬만한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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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주식 얼마나 사고 팔았나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기 시작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모두 43조45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던 해는 2003년으로,한 해 동안 무려 13조76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004년에도 10조4828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매수 우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외국인은 2005년부터 돌연 매도 우위로 돌아서기 시작,작년에는 무려 10조75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서도 7월 중순까지 3639억원어치의 매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2004년 초 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현재는 35%대까지 낮아졌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의 가치는 모두 346조원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개방된 1992년 이후 외국인이 최대 50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고 가정할 경우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수익률은 600%에 달한다. 50조원을 투입해 그 가치가 346조원으로 불어났으니 단순계산해도 무려 300조원 가까이를 벌어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