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어떤 돈으로 주식을 사지?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서 '유동성 장세'라는 말을 주로 한다. 쉽게 말해 돈(자금)의 힘에 의해 지수가 오르는 것을 뜻한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향후 실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식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오르게 마련이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가 주춤한 데다 최근 2~3년간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통해 재미를 본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지수가 크게 오른 측면도 있다. 주식 매수 자금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주식시장의 3대 매수 주체

주식의 매수 주체는 크게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투자가를 들 수 있다. 개인은 말 그대로 일반 투자자를 말한다. 개인이 주식 거래를 위해서는 은행 통장과 비슷한 개념의 위탁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개인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위탁계좌에 입금시켜 놓은 돈을 고객예탁금이라고 한다. 증권업협회에서 전일 기준으로 잔액을 매일 매일 발표한다.

예를 들어 지난 6일의 고객예탁금은 14조8737억원으로 전일보다 993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8조4489억원에 머물렀다. 반 년 새 6조4000억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개인들의 주식 매수 자금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 자금은 지수가 빠지면 언제든지 주식을 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자금이라 할 수 있다. 고객예탁금은 과거 은행 보통예금처럼 금리가 형편없었으나 최근에는 CMA(자산관리계좌)라는 게 나와 연 4%대의 높은 금리를 준다.

◆투신ㆍ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

기관투자가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투신 기금 증권 보험 은행 종금 기타법인으로 나뉜다. 기관투자가는 자체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모으거나 기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운용하기도 한다. 투신은 흔히 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주체다. 직접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돈을 전문 운용기관(자산운용사)에 맡기는 것이다. 운용을 맡은 펀드매니저들은 이 돈으로 주식을 사고 팔아 수익을 내 돌려준다. 이렇게 모인 자금이 펀드(설정액)다. 지난 6일 기준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65조7480억원이었고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하는 주식혼합형 펀드는 8조662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서만 주식형 펀드에 19조2020억원이 유입됐다.

기금도 국내 증시의 큰손 중 하나다. 지난해 4대 공적연금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의 자산운용 규모는 총 188조5630억원이었다. 이들 기금은 전체 자산 중 10% 남짓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한다. 증시에서만 20조원 이상을 주무르는 셈이다. 올해와 내년 꾸준히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 가기로 해 증시 수급에 안전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금의 성격상 보수적인 운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저금리 상황에 몰리면서 더 이상 주식시장 투자 비중을 낮게 가져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외국인 자금은 어떤 게 있나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줄었지만 3년 전만 해도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 비중은 2004년 4월 전체 시장의 44%까지 높아졌으나 지난달에는 36%대로 줄었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판 데다 국내 증시의 총 시가총액이 커져 외국인 지분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국인의 비중은 국내 증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외국인들도 자체 자금을 투자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국내 증시에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자금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중동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권 자금도 불어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출입 동향은 금융감독원이 집계해 내놓는데 한 달 정도 지난 자료라 신속한 자금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미국 내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정보를 주로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내 AMG데이터가 있다. AMG데이터는 미국 내 펀드의 유출입을 매주 집계해 발표한다. 주식형과 채권형을 비롯해 초단기 자금인 MMF로 구분하고 주식형 펀드는 지역별로 유출입을 공시한다. 국내 주식시장과 연계된 펀드는 전 세계 주요 증시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와 한국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펀드,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펀드 등이 있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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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내서 주식투자한다고?

개인들이 자신의 돈만으로 주식을 사는 것은 아니다. 계약이행 보증금 격인 '증거금'만 내고 주식을 사기도 하고 아예 수개월 정도 돈을 빌려 투자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 외상으로 거래한 대금을 '미수금'이라고 하고 대출을 '신용융자'라고 말한다.

주식을 매입할 때 일반적으로 매입 대금의 40%에 해당하는 증거금만 있으면 주문을 낼 수 있다.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금액은 매입 이틀 후인 결제일에 채워 넣으면 된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한 후 결제일까지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으면 '반대매매'라고 해서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처분한다.

지난 6일 증권업협회 자료를 보면 1550억원 남짓한 금액이 미수금으로 잡혀 있다.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에서는 미수금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어 미수금 동결계좌 제도를 시행해 그 규모를 크게 줄였다.

미수금 동결계좌 제도는 결제일까지 결제대금을 못 채워 놓을 경우 그 다음 날부터 30일간 동결계좌로 묶어 증거금을 100% 납부해야만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동결계좌가 되면 현금 없이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일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신용잔고는 증권사들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규모를 말한다.

증권사들은 고객의 신용도나 고객이 사고자 하는 주식의 위험도를 감안해 고객에게 빌려줄 자금의 규모를 정한다.

증권사는 담보로 해당 계좌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적자를 내거나 위험도가 너무 크면 담보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용잔고는 올 들어 급증했다. 작년 말 4977억원에 불과했던 신용잔고는 지난 6일 6조1608억원까지 증가했다. 미수금 동결계좌 제도 도입에 따라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크게 늘린 이유다.

최근에는 이 역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신용융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