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줌마가 더 많이 일한다?
얼마 전 한 증권회사가 전업주부의 연봉을 2500만원 정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에 많은 여성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주부들에 대한 비슷한 발표와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한 분석은 미국 주부의 가사노동을 1억2000만원으로 환산했다. 한국 주부들보다 다섯 배나 많은 액수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분석은 아니지만,이 수치는 미국 주부들의 가치가 한국 주부들보다 다섯 배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주부들이 미국 주부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차이가 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역시 중국 주부나 필리핀 주부의 가사노동이 한국 주부보다 훨씬 싸다. 그렇다고 그들이 한국 주부에 비해 일을 못하거나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포드자동차와 이발사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라고 하는 현대식 생산라인을 도입하자 자동차의 생산성은 크게 늘었다. 포드의 직공들은 하루 5달러를 받았다. 당시 평균 일당은 2달러 정도였다. 회사 주변에서 영업하던 이발사들의 수입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발사들도 머리를 더 빨리 깎게 되었기 때문일까? 주머니가 두둑해진 자동차회사 직원들이 이발을 더 자주했기 때문일까?
샘은 당시 일당 3달러를 받는 유능한 이발사였다. 이발하러 온 포드사의 직원들이 새로 도입한 컨베이어벨트의 엄청난 능력을 떠벌릴 때만 해도 이 새로운 시스템은 샘 자신과는 무관한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뒤 포드사의 직원들 일당이 5달러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아무런 기술 없이도 5달러를 받는데 예술적인 감각을 겸비한 자신은 고작 3달러다. 샘은 포드사의 직원 채용 절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발소 주인은 유능한 직원을 포드사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당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저출산의 패턴
학생들에게 저출산의 원인을 분석하라고 하면 사교육비의 부담을 지적한다. 학자들마저도 출산과 양육의 고단함에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려고 한다. 나름대로 말이 되지만 그다지 과학적인 분석은 아니다. 사교육은 매우 한국적인 상황이지만 저출산은 산업화된 나라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난 3월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는 92억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은 아직도 인구 폭발을 경고하는 입장이지만 산업국가들의 저출산을 반영하여 예상치를 새로 만들었다. 가난한 나라에서만 25억명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인구가 거의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태어나는 비용부터 공평하지 않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비용이 다르다. 출산 때문에 엄마가 포기하는 소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출산을 위해 1년 가까이 휴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출산 비용은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에다 엄마가 1년 동안 포기해야 할 소득을 더해야 한다. 엄마의 연소득이 1억원이라면 출산비용은 1억원을 훨씬 웃돈다.
저출산의 원인을 출산과 양육의 고통에서 찾으려는 분석은 오해를 유발한다. 빈곤한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한두 명의 자식을 잃는 것이 예삿일일 정도다. 출산과 육아의 비용 때문이라는 진단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여기서 비용은 실제로 지출하는 돈만은 아니다. 엄마나 아빠가 포기하는 소득이 가장 큰 비용이며 잘 사는 나라일수록 포기해야 할 소득도 많아진다. 산업화된 국가에서 출산은 매우 비싼 사치재다.
기회비용은 직관을 거스른다.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 늘어나면 경제적 가치는 저절로 증가한다. 미국 주부들이 가사노동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선택했을 때 한국 주부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 더 많은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포드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이발사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리핀 주부들은 가사일을 그만두고 선택할 수 있는 마땅한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한국 주부들보다 연봉이 낮다고 평가된다.
◆출산율을 확실히 높이는 엽기적인 방법들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이 가임기 여성의 비싼 기회비용이라면 출산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방법은 많다. 여성들이 출산을 결정할 때 고려할 기회비용을 현격하게 낮추면 된다. 여성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면 된다. 비교적 뚜렷한 근거도 있다. 국민소득이 비슷해도 여성의 사회활동을 종교적으로 억제하는 이슬람권의 출산율은 높은 편이다. 잃어버릴 기회가 없는 여성들은 매우 저렴하게(낮은 기회비용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가사노동의 생산성을 현격하게 높여주었다. 출산율을 높이는 또 다른 엽기적인 방법은 국가적으로 세탁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세탁기 금지가 출산율을 높인다는 황당한 주장은 어떻게 부연설명할 수 있을까?
◆정치활동의 비용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사회 교과서는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기술한다. 한편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중산층 아파트 주민의 반상회 장면을 희화화한 소설이 실려 있다. 반상회에 모인 주민들을 오로지 아파트 값만을 생각하는 속물들로 묘사했다. 정치적 무관심이나 아파트 주민들의 속물적인 이기심은 그다지 멀지 않다. 두 사안을 엮어 민주주의의 정치비용을 설명한 학생들의 글이다.
slowforest@eduhankyung.com
▶학생글:박재원 (숭의여고 2학년)
사람들은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에 참여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정치를 해서 얻는 편익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수고로움과 시간 등의 기회비용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 궁전아파트 사람들은 자신들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이 '관리비'와 '집값'으로 곧바로 연결되기에 적극적인 민주적 자치를 실천한다.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규모 폴리스 국가이자 농경사회였던 아테네에서는 정책결정 과정이 가시적이고 신속하였다. (…)
▶학생글:김명훈 (명지외고 2학년)
(…) 이 사례는 민주 자치의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무관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경제적 유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 있는 일에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비용과 이익의 문제는 경제적 유인으로서 사람을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인을 바탕으로 참여를 유도하면 민주 자치가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자치의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저울을 머리 속에 넣고 사는 것은 아니다. (…) 그런데 사회는 이런 문제로 가득 차 있다. 결국 사람들은 저울질을 포기한다. 이것이 현실에서 경제적 유인을 통해 민주적 자치를 이루려 할 때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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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세가지 결론은 피하라
지식재산권에 대한 학생들의 글은 세 가지 결론을 맴돈다. 첫째 제도의 정비.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라. 그런데 어떤 제도,어떤 법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또 바람직하다는 그 제도가 만들어낼 새로운 문제는 없을까? 둘째,교육의 확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사안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정말 교육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을 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없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다. 마지막으로 의식개혁. 지식재산권 문제는 이제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할 때만이 소프트웨어와 문화강국으로의 길이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어떻게 의식을 개혁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의식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혹시 대부분이 옳다고 믿는 어떤 의식이 사실은 진짜 문제가 아닐까?
논술 채점은 한국 학생들의 몰개성을 새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세 가지 결론이 틀려서가 아니다. 일부러라도 이 세 가지 결론을 피하고 고민해 보라. 남다른 안목을 얻을 수 있는 비법은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 논술에서는 역설(力說)보다 역설(逆說)이 훨씬 중요하다.
얼마 전 한 증권회사가 전업주부의 연봉을 2500만원 정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에 많은 여성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주부들에 대한 비슷한 발표와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한 분석은 미국 주부의 가사노동을 1억2000만원으로 환산했다. 한국 주부들보다 다섯 배나 많은 액수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분석은 아니지만,이 수치는 미국 주부들의 가치가 한국 주부들보다 다섯 배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주부들이 미국 주부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차이가 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역시 중국 주부나 필리핀 주부의 가사노동이 한국 주부보다 훨씬 싸다. 그렇다고 그들이 한국 주부에 비해 일을 못하거나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포드자동차와 이발사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라고 하는 현대식 생산라인을 도입하자 자동차의 생산성은 크게 늘었다. 포드의 직공들은 하루 5달러를 받았다. 당시 평균 일당은 2달러 정도였다. 회사 주변에서 영업하던 이발사들의 수입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발사들도 머리를 더 빨리 깎게 되었기 때문일까? 주머니가 두둑해진 자동차회사 직원들이 이발을 더 자주했기 때문일까?
샘은 당시 일당 3달러를 받는 유능한 이발사였다. 이발하러 온 포드사의 직원들이 새로 도입한 컨베이어벨트의 엄청난 능력을 떠벌릴 때만 해도 이 새로운 시스템은 샘 자신과는 무관한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뒤 포드사의 직원들 일당이 5달러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아무런 기술 없이도 5달러를 받는데 예술적인 감각을 겸비한 자신은 고작 3달러다. 샘은 포드사의 직원 채용 절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발소 주인은 유능한 직원을 포드사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당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저출산의 패턴
학생들에게 저출산의 원인을 분석하라고 하면 사교육비의 부담을 지적한다. 학자들마저도 출산과 양육의 고단함에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려고 한다. 나름대로 말이 되지만 그다지 과학적인 분석은 아니다. 사교육은 매우 한국적인 상황이지만 저출산은 산업화된 나라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난 3월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는 92억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은 아직도 인구 폭발을 경고하는 입장이지만 산업국가들의 저출산을 반영하여 예상치를 새로 만들었다. 가난한 나라에서만 25억명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인구가 거의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태어나는 비용부터 공평하지 않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비용이 다르다. 출산 때문에 엄마가 포기하는 소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출산을 위해 1년 가까이 휴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출산 비용은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에다 엄마가 1년 동안 포기해야 할 소득을 더해야 한다. 엄마의 연소득이 1억원이라면 출산비용은 1억원을 훨씬 웃돈다.
저출산의 원인을 출산과 양육의 고통에서 찾으려는 분석은 오해를 유발한다. 빈곤한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한두 명의 자식을 잃는 것이 예삿일일 정도다. 출산과 육아의 비용 때문이라는 진단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여기서 비용은 실제로 지출하는 돈만은 아니다. 엄마나 아빠가 포기하는 소득이 가장 큰 비용이며 잘 사는 나라일수록 포기해야 할 소득도 많아진다. 산업화된 국가에서 출산은 매우 비싼 사치재다.
기회비용은 직관을 거스른다.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 늘어나면 경제적 가치는 저절로 증가한다. 미국 주부들이 가사노동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선택했을 때 한국 주부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 더 많은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포드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이발사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리핀 주부들은 가사일을 그만두고 선택할 수 있는 마땅한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한국 주부들보다 연봉이 낮다고 평가된다.
◆출산율을 확실히 높이는 엽기적인 방법들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이 가임기 여성의 비싼 기회비용이라면 출산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방법은 많다. 여성들이 출산을 결정할 때 고려할 기회비용을 현격하게 낮추면 된다. 여성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면 된다. 비교적 뚜렷한 근거도 있다. 국민소득이 비슷해도 여성의 사회활동을 종교적으로 억제하는 이슬람권의 출산율은 높은 편이다. 잃어버릴 기회가 없는 여성들은 매우 저렴하게(낮은 기회비용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가사노동의 생산성을 현격하게 높여주었다. 출산율을 높이는 또 다른 엽기적인 방법은 국가적으로 세탁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세탁기 금지가 출산율을 높인다는 황당한 주장은 어떻게 부연설명할 수 있을까?
◆정치활동의 비용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사회 교과서는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기술한다. 한편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중산층 아파트 주민의 반상회 장면을 희화화한 소설이 실려 있다. 반상회에 모인 주민들을 오로지 아파트 값만을 생각하는 속물들로 묘사했다. 정치적 무관심이나 아파트 주민들의 속물적인 이기심은 그다지 멀지 않다. 두 사안을 엮어 민주주의의 정치비용을 설명한 학생들의 글이다.
slowforest@eduhankyung.com
▶학생글:박재원 (숭의여고 2학년)
사람들은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에 참여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정치를 해서 얻는 편익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수고로움과 시간 등의 기회비용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 궁전아파트 사람들은 자신들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이 '관리비'와 '집값'으로 곧바로 연결되기에 적극적인 민주적 자치를 실천한다.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규모 폴리스 국가이자 농경사회였던 아테네에서는 정책결정 과정이 가시적이고 신속하였다. (…)
▶학생글:김명훈 (명지외고 2학년)
(…) 이 사례는 민주 자치의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무관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경제적 유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 있는 일에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비용과 이익의 문제는 경제적 유인으로서 사람을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인을 바탕으로 참여를 유도하면 민주 자치가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자치의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저울을 머리 속에 넣고 사는 것은 아니다. (…) 그런데 사회는 이런 문제로 가득 차 있다. 결국 사람들은 저울질을 포기한다. 이것이 현실에서 경제적 유인을 통해 민주적 자치를 이루려 할 때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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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세가지 결론은 피하라
지식재산권에 대한 학생들의 글은 세 가지 결론을 맴돈다. 첫째 제도의 정비.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라. 그런데 어떤 제도,어떤 법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또 바람직하다는 그 제도가 만들어낼 새로운 문제는 없을까? 둘째,교육의 확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사안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정말 교육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을 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없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다. 마지막으로 의식개혁. 지식재산권 문제는 이제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할 때만이 소프트웨어와 문화강국으로의 길이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어떻게 의식을 개혁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의식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혹시 대부분이 옳다고 믿는 어떤 의식이 사실은 진짜 문제가 아닐까?
논술 채점은 한국 학생들의 몰개성을 새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세 가지 결론이 틀려서가 아니다. 일부러라도 이 세 가지 결론을 피하고 고민해 보라. 남다른 안목을 얻을 수 있는 비법은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 논술에서는 역설(力說)보다 역설(逆說)이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