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연계 채권발행 급증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해외 주식연계채권 물량이 전년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6년 국내 기업의 해외 주식연계채권 발행 규모는 모두 36억3500만달러(약 3조3660억원)로 전년도 16억6600만달러(약 1조5427억원)에 비해 118.2% 급증했다. 기업별로는 한국전력의 해외 EB 발행 규모가 10억3000만달러로 단일 건수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주식연계채권에 관한 기사다. 이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주식연계채권의 발행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주식,채권과 함께 자본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알기 위해서는 주식연계채권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서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주식 발행과 채권 발행이다. 주식은 이익의 일부를 배당할 뿐 상환 의무가 없는 자기자본이다. 반면 채권은 이자와 원금을 정해진 기간에 되돌려줘야 하는 타인자본이다. 채권은 쉽게 말해 기업이 "언제 얼마의 이자를 얹어 갚을 테니 얼마를 빌려 달라"며 써주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그럼 주식연계채권은 무엇일까.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지만 경우에 따라 주식으로 바꾸거나 또는 새로운 주식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채권을 말한다. 주식연계채권은 CB,BW,EB 등이 있다. 하나씩 설명해보자.
◆전환사채
전환사채(Convertible Bond·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채권(Bond)으로 발행됐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Convertible) 권리를 가졌다. 채권을 발행할 때 원금과 이자율뿐만 아니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와 그 행사가격 등을 부여한 것이 바로 전환사채다.
지난 12일 CB 발행을 결정한 코스닥 기업 쌈지의 공시 내용을 보자. 이 기업은 이날 60억원어치의 CB를 발행키로 공시했다. 공시에는 만기일이 2008년 12월14일로 명기돼 있으며 이 만기일까지 이자와 원금 상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채권과 같다.
하지만 공시에 '전환에 관한 사항'도 함께 포함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공시를 보면 이 회사 CB의 전환가액은 2269원,전환 비율은 100%다. 전환 기간은 2008년 6월14일~8월14일까지로 돼 있다. 이 전환 기간에 주식 전환을 신청한 사람 모두에게 채권을 받고 주식을 나눠준다는 뜻이다. 전환 가격이 2269원이라는 것은 채권 2269원어치를 주식 1주로 바꿔준다는 얘기다. 채권 2269만원어치를 가지고 있다면 채권이 소멸되는 대신 주식 1만주를 받을 수 있다. 이 기간에 주가가 2269원보다 높다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식으로 전환한 뒤 팔아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전환 가격보다 낮은 상태라면 전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와 원금을 받으면 된다. 이처럼 평소 채권으로 보유해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CB다.
◆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BW)는 기업들이 채권(Bond)을 팔 때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Warrant·워런트)까지 얹어주는 상품이다. 이 BW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특정한 기간(행사 기간)에 특정 가격(행사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따로 주어진다. CB처럼 행사 기간에 주가가 행사 가격보다 비싸다면 권리를 행사해 이득을 볼 수 있다. 행사 가격이 주가보다 비싸 권리가 유명무실해지더라도 채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BW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 이 권리만 따로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팔기도 한다.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는 주식으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전환사채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EB의 경우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주는 게 아니라 발행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과 교환해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EB를 발행하는 회사는 먼저 교환 대상 상장주식을 신탁회사 등에 예탁해야 한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손해
이들 주식연계상품은 이처럼 채권으로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면서 경우에 따라 주식으로 바꾸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CB나 BW의 권리행사로 새로 주식을 얻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아 주가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 기업들은 왜 채권이나 주식 대신 이런 상품을 발행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채권의 경우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지만 이 상품은 경우에 따라 원금 상환을 하지 않거나 일부만 갚아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연계채권의 이자율은 대부분의 경우 일반 채권의 이자보다 낮다.
또 주식을 발행하려고 하더라도 주가가 너무 낮으면 자본 조달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이 경우에도 기업들은 주로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한다. 발행 후 전환 기간까지 시간차가 있어 배당 부담도 덜하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CB를 이용하기도 한다. CB는 발행시 인수자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호 세력에게 CB를 발행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면 우호 지분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1997년 한화종금을 둘러싸고 1대 주주인 한화그룹과 2대 주주인 박의송씨가 경영권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한화그룹이 발행한 CB를 현대 삼성 LG그룹 등이 인수해 무난히 경영권을 방어했는데,CB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의 첫 사례였다.
고경봉 한국경제 기자 kgb@hankyung.com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해외 주식연계채권 물량이 전년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6년 국내 기업의 해외 주식연계채권 발행 규모는 모두 36억3500만달러(약 3조3660억원)로 전년도 16억6600만달러(약 1조5427억원)에 비해 118.2% 급증했다. 기업별로는 한국전력의 해외 EB 발행 규모가 10억3000만달러로 단일 건수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주식연계채권에 관한 기사다. 이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주식연계채권의 발행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주식,채권과 함께 자본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알기 위해서는 주식연계채권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서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주식 발행과 채권 발행이다. 주식은 이익의 일부를 배당할 뿐 상환 의무가 없는 자기자본이다. 반면 채권은 이자와 원금을 정해진 기간에 되돌려줘야 하는 타인자본이다. 채권은 쉽게 말해 기업이 "언제 얼마의 이자를 얹어 갚을 테니 얼마를 빌려 달라"며 써주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그럼 주식연계채권은 무엇일까.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지만 경우에 따라 주식으로 바꾸거나 또는 새로운 주식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채권을 말한다. 주식연계채권은 CB,BW,EB 등이 있다. 하나씩 설명해보자.
◆전환사채
전환사채(Convertible Bond·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채권(Bond)으로 발행됐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Convertible) 권리를 가졌다. 채권을 발행할 때 원금과 이자율뿐만 아니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와 그 행사가격 등을 부여한 것이 바로 전환사채다.
지난 12일 CB 발행을 결정한 코스닥 기업 쌈지의 공시 내용을 보자. 이 기업은 이날 60억원어치의 CB를 발행키로 공시했다. 공시에는 만기일이 2008년 12월14일로 명기돼 있으며 이 만기일까지 이자와 원금 상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채권과 같다.
하지만 공시에 '전환에 관한 사항'도 함께 포함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공시를 보면 이 회사 CB의 전환가액은 2269원,전환 비율은 100%다. 전환 기간은 2008년 6월14일~8월14일까지로 돼 있다. 이 전환 기간에 주식 전환을 신청한 사람 모두에게 채권을 받고 주식을 나눠준다는 뜻이다. 전환 가격이 2269원이라는 것은 채권 2269원어치를 주식 1주로 바꿔준다는 얘기다. 채권 2269만원어치를 가지고 있다면 채권이 소멸되는 대신 주식 1만주를 받을 수 있다. 이 기간에 주가가 2269원보다 높다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식으로 전환한 뒤 팔아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전환 가격보다 낮은 상태라면 전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와 원금을 받으면 된다. 이처럼 평소 채권으로 보유해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CB다.
◆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BW)는 기업들이 채권(Bond)을 팔 때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Warrant·워런트)까지 얹어주는 상품이다. 이 BW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특정한 기간(행사 기간)에 특정 가격(행사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따로 주어진다. CB처럼 행사 기간에 주가가 행사 가격보다 비싸다면 권리를 행사해 이득을 볼 수 있다. 행사 가격이 주가보다 비싸 권리가 유명무실해지더라도 채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BW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 이 권리만 따로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팔기도 한다.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는 주식으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전환사채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EB의 경우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주는 게 아니라 발행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과 교환해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EB를 발행하는 회사는 먼저 교환 대상 상장주식을 신탁회사 등에 예탁해야 한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손해
이들 주식연계상품은 이처럼 채권으로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면서 경우에 따라 주식으로 바꾸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CB나 BW의 권리행사로 새로 주식을 얻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아 주가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 기업들은 왜 채권이나 주식 대신 이런 상품을 발행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채권의 경우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지만 이 상품은 경우에 따라 원금 상환을 하지 않거나 일부만 갚아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연계채권의 이자율은 대부분의 경우 일반 채권의 이자보다 낮다.
또 주식을 발행하려고 하더라도 주가가 너무 낮으면 자본 조달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이 경우에도 기업들은 주로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한다. 발행 후 전환 기간까지 시간차가 있어 배당 부담도 덜하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CB를 이용하기도 한다. CB는 발행시 인수자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호 세력에게 CB를 발행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면 우호 지분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1997년 한화종금을 둘러싸고 1대 주주인 한화그룹과 2대 주주인 박의송씨가 경영권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한화그룹이 발행한 CB를 현대 삼성 LG그룹 등이 인수해 무난히 경영권을 방어했는데,CB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의 첫 사례였다.
고경봉 한국경제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