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6월 12일자 A6면
재정경제부와 정유사가 정유사들의 휘발유 정제 마진을 둘러싸고 11일 한바탕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재경부가 석유 제품에 대한 할당관세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정유사들의 휘발유 정제마진이 5개월 새 59.0% 급증했다고 언급하자,정유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 재경부가 한국석유공사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화로 환산한 ℓ당 국내 원유 도입가는 341원,정유사들의 세전 휘발유 출하가격은 ℓ당 485원으로 두 값의 차이는 ℓ당 144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정유사 출하가와 원유 도입가의 격차가 229원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59.0%나 늘었다는 게 재경부 분석의 요지다. 재경부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정유사들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재경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원유 도입가격과 휘발유 출하가격의 차이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액을 모두 정유사의 마진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란 설명이다. 석유협회는 "정유사들의 휘발유 출하가에는 관세 석유수입부과금 운임 품질보증비 유통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수입 석유 제품 관세 인하라는 미봉책을 내놓은 재경부가 이에 대한 비난을 정유사에 돌리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차기현 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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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와 업계,소비자 간에 기름값을 둘러싼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연일 '세금 인하 불가'를 외치고 있고,정유업계는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서로 '네탓 타령'을 하고 있는 사이 기름값 상승은 천정부지이다. 기름값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차량 운행이 뚜렷하게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정경제부는 수입 휘발유와 경유 등의 할당관세를 5%에서 3%로 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말하자면 수입산 휘발유값을 낮춰 국내 정유사와 가격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세금을 내리면 유류 소비가 늘어난다"는 정부 측 주장과는 달리 석유 소비가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이어서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원유나 석유 제품 가격은 국제가격 변동에 따라 조정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제품에 부과되는 많은 세금으로 인해 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정부가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류에 부과하는 교통세를 대폭 올린 후 휘발유값의 60% 선에 이르고 있는 세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타당한지를 살펴보자.
◆정부 측,"유류세율 높아야 소비 억제할 수 있어"
정부 측은 우선 국내 유류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가운데 세금(부가가치세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이 차지하는 비중이 57.7%(지난해 3분기 기준)로, 프랑스(67.3%)나 독일(64.7%) 등 유럽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휘발유나 경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기름값이 높아야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사이 유류세는 불과 1.2%만 올랐는데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휘발유가에서 원유 도입가를 뺀 것)은 같은 기간 59%나 크게 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유업계가 원유값이 내릴 때는 휘발유값을 별로 안 내리면서 원유값이 오를 땐 더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값 폭등의 주범으로 업계를 지목한 셈이다.
정부 당국은 이번 할당관세 인하로 수입 휘발유 원가가 ℓ당 10원 낮아지고 이로 인한 가격 경쟁을 통해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 또한 소폭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측,"기름값 폭등은 과도한 세금부과 때문"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재경부가 관세 부담까지 마진에 포함시켜 업계의 이익을 부풀렸다"며 "문제는 기름에 붙는 과도한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휘발유 소비자판매가의 58%는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이고,유통비용 등을 감안할 경우 정유사 마진은 5~6%에 불과하므로 기름값 폭등의 책임은 정부 쪽에 있다는 얘기다. 또한 수입 석유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에서 할당관세 2%포인트 인하로 경쟁이 촉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들도 기름값 폭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름값에 얹어 손쉽게 거둬들이는 세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당관세 인하 등 '꼼수'를 동원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비록 국제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국내가격이 이처럼 비쌀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정부와 업계의 책임 떠넘기기 과정에서 기름값 폭등의 원인도 드러난 만큼 이젠 가격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한다.
◆정부당국 유류세 인하방안 다각도로 검토해야
국내 휘발유값은 절대금액으로 미국의 2배,중국의 2.5배이며 우리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일본과 비교할 때도 70%가량 비싸다.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그 이유는 교통세를 비롯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과중한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유류세는 6년 새 10조원이 늘어났으며,작년 한 해 동안에만 25조9000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유가로 국민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세금 거두는 데만 신경을 쏟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 유류의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세금 인하로 인한 휘발유 수요 증대라는 정부 측의 '유류세 인하 불가'논리도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유류세 인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정유업계도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올리면서 가격 조작과 담합 논란을 일으켜온 만큼 정부를 탓할 게 아니라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하에 앞장서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유류세=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에 부과하는 세금으로,제품 별로 교통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석유부과금 등이 매겨진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세를 대폭 올린 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휘발유의 경우 소비자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에 이른다.
작년에만 23조5000억원의 유류세가 걷혔다.
◆할당관세(Quota tariff)=물자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국내 가격을 안정시켜 유사 물품간 세율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수입품에 물리는 것으로, 탄력관세의 일종이다.
기본 관세율의 40% 범위안에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율을 기본세율보다 높게 적용하는 조정관세와 다르다.
재정경제부와 정유사가 정유사들의 휘발유 정제 마진을 둘러싸고 11일 한바탕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재경부가 석유 제품에 대한 할당관세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정유사들의 휘발유 정제마진이 5개월 새 59.0% 급증했다고 언급하자,정유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 재경부가 한국석유공사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화로 환산한 ℓ당 국내 원유 도입가는 341원,정유사들의 세전 휘발유 출하가격은 ℓ당 485원으로 두 값의 차이는 ℓ당 144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정유사 출하가와 원유 도입가의 격차가 229원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59.0%나 늘었다는 게 재경부 분석의 요지다. 재경부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정유사들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재경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원유 도입가격과 휘발유 출하가격의 차이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액을 모두 정유사의 마진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란 설명이다. 석유협회는 "정유사들의 휘발유 출하가에는 관세 석유수입부과금 운임 품질보증비 유통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수입 석유 제품 관세 인하라는 미봉책을 내놓은 재경부가 이에 대한 비난을 정유사에 돌리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차기현 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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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와 업계,소비자 간에 기름값을 둘러싼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연일 '세금 인하 불가'를 외치고 있고,정유업계는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서로 '네탓 타령'을 하고 있는 사이 기름값 상승은 천정부지이다. 기름값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차량 운행이 뚜렷하게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정경제부는 수입 휘발유와 경유 등의 할당관세를 5%에서 3%로 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말하자면 수입산 휘발유값을 낮춰 국내 정유사와 가격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세금을 내리면 유류 소비가 늘어난다"는 정부 측 주장과는 달리 석유 소비가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이어서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원유나 석유 제품 가격은 국제가격 변동에 따라 조정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제품에 부과되는 많은 세금으로 인해 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정부가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류에 부과하는 교통세를 대폭 올린 후 휘발유값의 60% 선에 이르고 있는 세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타당한지를 살펴보자.
◆정부 측,"유류세율 높아야 소비 억제할 수 있어"
정부 측은 우선 국내 유류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가운데 세금(부가가치세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이 차지하는 비중이 57.7%(지난해 3분기 기준)로, 프랑스(67.3%)나 독일(64.7%) 등 유럽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휘발유나 경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기름값이 높아야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사이 유류세는 불과 1.2%만 올랐는데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휘발유가에서 원유 도입가를 뺀 것)은 같은 기간 59%나 크게 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유업계가 원유값이 내릴 때는 휘발유값을 별로 안 내리면서 원유값이 오를 땐 더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값 폭등의 주범으로 업계를 지목한 셈이다.
정부 당국은 이번 할당관세 인하로 수입 휘발유 원가가 ℓ당 10원 낮아지고 이로 인한 가격 경쟁을 통해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 또한 소폭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측,"기름값 폭등은 과도한 세금부과 때문"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재경부가 관세 부담까지 마진에 포함시켜 업계의 이익을 부풀렸다"며 "문제는 기름에 붙는 과도한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휘발유 소비자판매가의 58%는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이고,유통비용 등을 감안할 경우 정유사 마진은 5~6%에 불과하므로 기름값 폭등의 책임은 정부 쪽에 있다는 얘기다. 또한 수입 석유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에서 할당관세 2%포인트 인하로 경쟁이 촉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들도 기름값 폭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름값에 얹어 손쉽게 거둬들이는 세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당관세 인하 등 '꼼수'를 동원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비록 국제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국내가격이 이처럼 비쌀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정부와 업계의 책임 떠넘기기 과정에서 기름값 폭등의 원인도 드러난 만큼 이젠 가격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한다.
◆정부당국 유류세 인하방안 다각도로 검토해야
국내 휘발유값은 절대금액으로 미국의 2배,중국의 2.5배이며 우리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일본과 비교할 때도 70%가량 비싸다.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그 이유는 교통세를 비롯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과중한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유류세는 6년 새 10조원이 늘어났으며,작년 한 해 동안에만 25조9000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유가로 국민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세금 거두는 데만 신경을 쏟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 유류의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세금 인하로 인한 휘발유 수요 증대라는 정부 측의 '유류세 인하 불가'논리도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유류세 인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정유업계도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올리면서 가격 조작과 담합 논란을 일으켜온 만큼 정부를 탓할 게 아니라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하에 앞장서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유류세=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에 부과하는 세금으로,제품 별로 교통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석유부과금 등이 매겨진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세를 대폭 올린 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휘발유의 경우 소비자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에 이른다.
작년에만 23조5000억원의 유류세가 걷혔다.
◆할당관세(Quota tariff)=물자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국내 가격을 안정시켜 유사 물품간 세율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수입품에 물리는 것으로, 탄력관세의 일종이다.
기본 관세율의 40% 범위안에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율을 기본세율보다 높게 적용하는 조정관세와 다르다.